파이그림 작품 전시회
순수한 어린이들의 작품...도슨트 정파이
조은성 어린이가 인사를 하러 파이집에 들렀다.
6살치고도 작고 귀여운 조은성 어린이는 파이집 유리문이 무거운지 낑낑거리며 밀고 들어섰다.
"어? 은성아! 왜 또 왔어?"
"어제 사간 레몬파이로 생일 파티 잘해떠요!"
"아~~ 그래서 인사하러 왔어?"
"네! 안녕히 계세요!"
은성이는 제 할 말만 하고 쿨하게 떠났다. 아주 상남자다.
조은성 어린이는 파이집의 일부를 차지하고 있는 어린이다.
은성이의 그림이 파이집 벽면 한구석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파이집 레몬타르트 우리 애들이 초등학생일 때는 종종 파이집에 애들을 데려다 놨다.
방학 때나 아빠가 없는 토요일에는 아이들만 두기 불안해서 파이집에 달고 다녔기 때문이다.
애들은 파이집에 앉아 숙제도 하고 유튜브도 보고 파이집 근처 놀이터에서 시간을 때우기도 했다.
그래도 하루는 길었고 그날은 심심하다고 심술을 부리던 중이었다.
시달리던 나는 묘안을 냈다.
"엄마 파이 그려줘! 잘 그리면 여기 메뉴 밑에 붙여줄게!"
심심하던 차에 자기들 그림을 파이집에 붙여준다니 애들은 진지하게 그림을 그렸다.
오래가진 않았지만 잠시라도 조용해져서 한숨 돌릴 수 있었다.
잠시 후 아이들은 각자 자기가 좋아하는 파이를 그려왔고 약속대로 메뉴 밑에 붙여줬다.
시간 때우기용으로 그림을 제안한 거라 큰 의미 없이 유리테이프로 대충 붙여뒀다.
근데 그 위치가 딱 어린이들 눈높이였나 보다.
오가던 꼬맹이들이 그림에 대해 묻기 시작했다.
자꾸 물어보니 그림을 뗄 수 없어서 그냥 몇 년 동안 붙여뒀다.
어느 날 정라원 어린이가 엄마 손을 잡고 파이집에 왔다.
열감기가 걸려서 유치원을 못 갔단다.
정라원 어린이는 언젠가 한번 글을 썼던 수다쟁이 꼬맹이다.
엄마는 하루 종일 라원이를 상대하느라 멘탈이 다 털린 얼굴이었다.
심심하던 라원이 눈에도 파이그림이 들어왔나 보다.
"이건 뭐예요? 누가 그렸어요? 라원이도 그려도 돼요? 라원이가 그림 그려오면 라원이 그림도 여기 붙여줘요?"
따발총 같은 질문 세례에 정신이 혼미해진 나는 잽싸게 파이집 전단지를 손에 쥐여줬다.
"그.. 그래! 라원이 맘에 드는 파이 그려오면 같이 붙여줄게!"
그녀는 신나게 궁둥이를 흔들며 파이집을 나섰다.
몇 시간 뒤 그녀는 그림 한 장을 가지고 왔다.
5살 라원이 실력보단 엄마 솜씨가 많이 들어간 거 같았지만 약속이니 붙여줬다.
그녀는 기뻐하며 자기 작품 앞에서 V포즈로 사진을 찍었다.
샘쟁이 우리 둘째 딸은 파이집 딸들만 그림을 붙여둘 수 있는 거 아니냐며 무논리 심통을 부렸지만 약속은 약속이라 그냥 붙여놨다.
정라원 어린이 작품 또 한두 해가 지나 새로운 도전자가 나타났다.
글의 시작에 등장한 조은성 어린이.
엄마가 파이를 주문하는 동안 유심히 그림 감상을 하던 조은성 어린이는 자기도 그려오겠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나는 또 전단지를 손에 들려 보냈다.
며칠이 지나도 소식이 없길래 호기롭던 그의 헛된 패기였구나 싶었다.
오판이었다. 그는 숱한 작품 활동 중에 결국 한 장의 그림을 손에 들고 왔다.
감사히 그의 작품을 받았다.
그전까지 모르던 그의 이름이 큼지막하게 적혀 있었다.
조 은 성
다섯 살답게 받침 ㄴ방향을 반대로 적은 것이 내 심장을 어택했다.
이쯤 되자 더 이상 유리테이프로 작품 전시를 해둘 수 없었다.
다이소에서 액자를 사다가 제대로 걸어줬다.
조은성 어린이는 자기 그림이 액자에 걸린 걸 보고는 매우 흡족해하며 하원길마다 자주 파이집에 들렀다.
그는 민망해하는 엄마를 개의치 않고 늘 파이집 문을 밀고 들어왔다.
뿌듯한 표정으로 자기 그림을 확인하며 나에게 엄중히 경고했다.
"내 그림 떼지 마요!"
그다음은 제주도에서 2년살이를 하던 내 친구 딸들의 그림이 붙었다.
오은재, 오윤재 자매.
내가 가족 여행으로 제주도를 간다고 했더니 대뜸 자기 집에 사과파이 좀 갖다 달라고 당당히 요구하던 10살 오은재 양.
"사과파이를 먹으면 향수병이 사라질 것 같아요..."
없던 향수병을 들먹이며 사과파이가 먹고 싶다는데 당해낼 재주가 없었다.
원래 그쪽으로 갈 계획이 없었지만 결국 파이 배달을 위해 여행 계획을 전면 수정했다.
파이를 넘길 테니 그렇다면 너희는 파이 그림을 내어 놓아라 딜을 던져봤다. 그녀들이 흔쾌히 콜을 외쳐 거래가 성사되었다.
제일 좋아하는 사과파이를 그리고 싶었으나 막상 그리려고 보니 사과파이는 그림 포인트가 없더라며 초코타르트 그림을 나에게 넘겼다.
나는 제주 여행 내내 그림 두장이 구겨질세라 소중히 품고 다녔다.
그렇게 현재까지 모인 작품들이다.
이제 다음 도전자를 기다려본다.
덤벼라 꼬맹이들!
오은재, 오윤재 어린이 작품 파이그림 작품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