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땅콩캐러맬

by 로우어


토요일 아침, 늦잠도 못 자고 도시락을 싸서 부랴부랴 센터로 출근하는 나 자신이 그리 안타까울 수가 없다.

이번 달부터 나는 그동안 미뤄둔 사회복지실습을 나가고 있다. 이론은 지난해 상반기에 이미 다 끝났는데 실습은 엄두가 나지 않아 버티고 버티다 이제야 시작한 것이다. 평일 하루와 토요일 하루, 겨우 시간을 내어 실습처로 향한 지 어제로 네 번째다.

첫날엔 많은 어르신들과 한 장소에 8시간이나 있는 게 적응이 되질 않아서 몸과 마음이 많이 힘들었다. 매번 통통 튀고 빠르기만 한 초등학생을 만나다가 걸음걸이 하나하나 조심스러운 어르신들을 상대하다 보니 나의 행동도 덩달아 느려지고 생각도 느려지는 것만 같았다. 그 여파로 첫 실습 후 꼬박 3일을 앓았다.


2주 사이에 날씨가 더웠다 추웠다 더웠다가를 반복하더니 벚꽃도 어느새 만개했다가 금세 꽃잎이 다 떨어져 버렸다. 그 사이 조금 적응했는지 센터는 내 일상의 한 부분이 되었고, 어르신들과 함께 있는 시간이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첫날엔 함부로 손을 내밀지도 못했던 내가, 이제 손을 잡고 부축하고, 함께 하이파이브도 할 만큼 거리감이 많이 사라졌다. 내가 낯을 가리고 다가가지 못하면 어르신들도 다가오는 걸 망설이신다는 걸 안다.


첫날, 지팡이를 짚고 화장실을 가시는 어느 할머니께 도와드릴까 여쭤보며 따라갔더니, 그녀는 혼자 간다고 인상을 쓰며 불편함을 드러냈다. 아, 내가 부담스럽게 했나 보다 걱정이 되어 거리를 뒀었는데 어제는 나를 보며 식사는 언제 하냐, 계속 서있어서 다리 아플 텐데 좀 앉으라며 얘기를 해주시는 거다. 집에 가실 때 외투를 챙겨드리는데, 입고 있던 조끼에서 선생님들 주려고 가져왔다며 땅콩캐러멜 세 개를 꺼내어 손에 쥐어주셨다. 연신 손녀 같다며, 고맙다는 말과 함께 따뜻한 눈으로 바라봐주시는 모습이 애틋했다. 첫날 그녀가 내게 보였던 불편함은 내가 싫어서가 아니라, 본인이 내게 부담 주는 게 싫어서 그랬던 것이다. 내가 착각했었다.

어르신이 내게 쥐어준 땅콩캐러멜은 그녀의 마음이다. 그 마음이 고마워 다음 실습시간엔 더 많이 손잡아 드리고, 대화도 더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 하루 평안히 보내셨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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