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귀가 뭐라고 이렇게 웃죠?

독립영화감독 엄마가 딸과 함께 노는 법

by kefii

전 세계 아이들에게 실패 없이 통하는 유머 코드가 있다면? 뭐니 뭐니 해도 방구죠! '뽀오옹!'소리만 나도 모든 아이들이 깔깔대잖아요. 여러분은 별거 없는 방귀에 웃는다고 무심코 지나치지 않았나요? 여기 한 발짝 앞서가 만화<방귀 타고 우주여행>까지 만든 도린이네 가족을 소개해요.


인터뷰이를 소개합니다!

엄마 김동명(45세)
독립 영화감독이자 도린이의 엄마. 아이를 앞서기보다 한 걸음 뒤에서 지켜보는 편.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방식의 육아를 지향한다.

딸 김도린(8세)
호기심 많은 장난꾸러기. 궁금한 건 무조건 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여덟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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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먼저 도린이가 가족을 소개해 줄래요?
도린 엄마는 잔소리 대마왕이고, 아빠는 잔소리 대마왕을 막아주는 정의의 용사예요! 저는 멋진 지렁이고요!
동명 제가 잔소리를 많이 하는 반면, 남편은 뭐든 너그럽게 받아주는 편이에요. 도린이한테 아빠는 천사죠. 근데 왜 지렁이야?
도린 그냥, 지렁이가 좋으니까!


만화의 출발점이 방귀라서 재밌더라고요! ‘방귀 타고 우주여행’은 어떤 이야기인가요?
동명 방귀쟁이 또리가 거센 방귀 바람을 연료로 삼아 다람쥐 할머니와 함께 우주여행을 다녀오는 이야기예요. 제가 이야기를 구상했고, 도린이가 줄거리에 맞게 만화를 그려줬죠. 말이 안 되는 엉뚱한 이야기지만, 도린이가 재밌게 여기니, 부담 없이 만들 수 있었어요.


정식 출간해도 될 만큼 기발한 만화예요. 어떤 계기로 만들게 됐나요?
동명 2년 전 라디오 사연을 들으면서 도린이와 차로 하원하던 중이었어요. 부인이 남편에게 화가 잔뜩 나서 소리를 '빽' 질렀는데 방귀가 '뿌우-웅'하고 나와 어쩔 수 없이 웃고 말았다는 이야기가 흘러 나왔죠. 아무 반응이 없던 도린이가 방귀 소리를 듣더니 세상이 떠나갈 듯 깔깔거리더라고요. 그때 이거다 싶었죠.


다 여섯 살 즈음에 밤마다 그림책을 읽어주고 새로운 이야기를 지어 들려줬는데, 이야기 소재가 점점 고갈돼서 막막하게 느껴졌거든요. 도린이의 반응이 하나의 힌트가 된 거죠. 그날 밤 방귀로 만든 이야기를 들려줬어요. 여기에 살을 덧붙여 줄거리를 완성했고요.


어찌 보면 쉽게 지나칠 법한 일이잖아요. 사소한 걸 놓치지 않고 재밌게 놀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게 대단해요.
동명 사실 남편도 영화감독이라 출장이 잦은 편이에요. 그 당시에도 한참 촬영 중이라, 저 홀로 육아를 온종일 해야 했고요. 도린이랑 놀려면 아무래도 돌파구가 필요하니까 다양한 시도를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그 결과물 중 하나가 만화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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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뿐 아니라 집안 곳곳에 도린이가 만든 것들이 많네요. 만들기를 엄청 좋아하나 봐요!
동명 어릴 때부터 그림, 책, 시집, 종이접기 등 다양하게 만드는 걸 좋아했어요. 책을 읽고 일부 내용을 모방하거나 변형하기도 하고요. 연령대에 따라 관심사가 조금씩 달라지긴 하는데 대부분 만들기에 관한 것들이네요.

도린이만의 엉뚱하고 귀여운 생각이 돋보여요. 어떻게 이런 생각이 떠올랐을까요?
동명 늘 이렇게 말해요. '그냥 했는데?’(웃음). 무작정 쓱싹 그려버리는 게 비법인가 봐요. 가끔 신기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해요. 저는 오히려 직업 특성상 작품성, 흥미 등 여러 요소를 세밀하게 고려하다 보니 무언가를 구상할 때 오래 걸리는데 말이죠.


도린이는 하루하루가 즐겁겠는데요? 심심할 틈이 없겠어요!
동명 아뇨. 자주 놀아 달라고 해요. 아직도 아기죠.(웃음) 그럴 땐 심심함도 즐겨보라며 자신의 할 일을 찾아보라고 해요. 그런다고 상황이 극적으로 바뀌진 않죠. 심심하다고 계속 말해요. 그러다가 무언가에 한 번씩 꽂히면 집중해서 책도 읽고 그림도 그리죠. 결국 자신만의 방법을 발견하더라고요.

제가 학습이나 놀이에 크게 관여하는 편은 아니에요. 도린이가 무언가를 하고 싶다고 말하면 그에 맞는 환경을 조성해줬어요. 언어를 배우는 과정도 비슷했고요. 그림책을 다양한 방식으로 읽어주다 보니, 한글을 따로 가르쳐 주지 않아도 글자를 통으로 읽더라고요.


아이가 기대와 다르게 행동하면 속상할 때도 있잖아요. 그럴 땐 어떻게 행동하세요?
동명 행복할 때도 있지만 매일이 전쟁이죠. 도린이가 자랄수록 의사 표현이 확실해지니까 갈등이 생기거든요. 혼내다가 돌아서면 후회하고, 잘 키우는 게 맞는지 몰라서 죄책감이 느껴질 때도 많아요. 가령 학교에서 내준 숙제가 ‘10분간 책 읽기’라면 이마저도 제 생각과 다른 거예요. 글자가 많은 책을 조금이라도 읽었으면 좋겠는데 아이는 보고 싶은 만화책을 집어 드는 거죠. 속이 부글부글 끓어요.(웃음) 아무래도 제 욕심이죠. 그래도 아무 말 않고 한 번 더 참는 거예요. ‘책을 아예 안 읽는 것보다 낫다.’ 하는 마음으로요.


아무래도 참는 게 제일 어려워요. 육아 전쟁을 치르는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동명님만의 노하우는 무엇일까요?
동명 아이를 앞서기보다는 한 발자국 뒤에서 지켜보려고 했어요. 위험한 것들이 보이면 미리 알려주고요. 강요한다고 부모 뜻대로 되는 게 아니니까요. 아이가 원하지 않는데 학원을 보내지 않았고요.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양육해왔어요. 덕분에 도린이가 하고 싶은 게 생기면 거침없이 시도하는 것 같아요. 부모가 원하는 틀을 아이에게 끼워 맞추면 갈등이 생기더라고요. 제 욕심을 내려놓고 아이들을 그대로 바라봐 주는 게 가장 좋지 않을까요? 저도 매번 어려워요.


앞으로 도린이가 어떤 아이로 자라나길 바라나요?
동명 지금처럼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찾고 시도하는 사람으로 자라났으면 좋겠어요. 도린이는 평범하면서도 어떨 때는 호기심 많은 장난꾸러기거든요. 궁금한 건 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편이고요. 몇 년 전에도 놀이터에서 놀다가 가스를 뿌리며 방역하는 분들을 발견하고는 끝까지 쫓아가서 뭐 하시는 거냐고 묻더라고요.(웃음) 요즘은 만화가가 되고 싶다는데 모르죠. 저처럼 영화감독이 된다고 할 수도 있어요. 원하면 해야죠. 말리면 더 하고 싶어하지 않을까요?


도린이네 가족이 만든 <방귀타고 우주여행> 보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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