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터디 꾸리기/운영하기
첫 스터디는 기초반에서 출석부를 보고 강사님이 정해준 사람들이었다. 스터디라기보다는 팀플에 가까운 것이었다. 그래서 자발적인 의지가 제각각이었고 또 발표라는 과제가 있었기 때문에 대학교에서 하는 팀플 느낌에 가까웠던 것 같다. 팀원 몇이 중도에 빠지면서 구성원 변화도 있었고 새로운 구성원과 익숙해지는 데에도 약간의 시간이 필요했다. 구성도 이미 보조작가까지 경험한 사람, 영화 관련 전공자 등이 섞여있었기 때문에 후에 되돌아 생각해 보면 스터디에 대한 필요성이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학기가 끝나고는 자연히 뿔뿔이 흩어졌다. 다들 그러는 줄 알았는데 이후에 다른 반에서 올라온 동기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기초반 때부터 스터디를 유지하며 다음반 진학과 상관없이 계속해서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사람들도 꽤나 있었다. 남다른 동기애가 돈독할 것 같아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두 번째 스터디는 연수반 초기부터 스터디에 들어가고 싶어 여기저기 찔러보다가 중기쯤 스스로 포기하고 혼자서 수업을 진행했다.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고 제대로 된 피드백을 받아 수업에 제출하지 못하고 혼자서 막막한 기분으로 수정해 제출했었다. 그렇게 두 번째 제출이 끝나고 난 뒤, 내가 앉았던 완전 반대쪽 자리에서 스터디원을 구한다는 소식을 듣고 합류하게 되었다. 너무 늦게 합류해서 연수반에서는 스터디의 도움을 받을 수 없었지만, 이 스터디가 현재까지 내가 유지하고 있는 유일한 스터디다.
세 번째 스터디는 전문반에 진학하며, 작성하고 제대로 된 스터디를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합류했다. 이 스터디는 연수반 동기로 구성되었지만 일부는 전문반에 진학하고 일부는 진학하지 않은 채 대본만 쓰기로 한 상태로 시작했다. 약간의 압력이 있어야 원동력이 된다는 공통된 의견으로, 주간 과제가 2개씩 있고 월별로 대본 초고를 제출하고 합평하는 식으로 규칙을 정했다. 지각비, 결석비 물론 있고 과제를 안 했을 때 벌금도 정해두고 진행했다. 매주 모여서 당선된 단막극 대본을 분석하고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대본 제출이 있는 경우 대본에 대한 합평을 진행했다. 또 필요에 따라 그때그때 새로운 과제나 형식을 도입하기도 했다. 랜덤으로 단어를 뽑아 조합한 아이디어로 기획을 해보는 과제도 해봤는데, 신선한 자극이 되어서 좋았다. 대본이 잘 안 풀릴 때 이런 식으로 게임처럼 아이디어를 구상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러나 그때는 이런 강력한 틀을 갖춘 스터디는 '기한'을 정해야 한다는 것을 몰랐다. 반년쯤 되자 참여가 어려운 사람들이 생기고 결원이 생기며 계속해서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이다. 교육원처럼 학기제로 스터디를 하자는 대안이 결국 장기 중단이 되어 현재는 스터디를 중단한 상태다.
결국 남은 스터디는, 매주 시간 맞춰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스터디(두 번째 스터디)를 현재까지 계속하고 있다. 이 스터디의 차별점이라 하면 어떠한 강요도 압력도 없다. 만약 정해진 날짜에 무슨 일이 있어 참여를 하지 못한다면, 미리 시간이나 요일을 바꾸자고 제안하면 되고, 시간이 안되면 다음 주로 넘어간다. 또, 제출할 것이 없으면 다음 주로 넘어간다. 제출을 안 한 지 3주가 넘어가면 미완의 트리트먼트라도, 아이디어라도 제출한다. 이렇게 유연하게 진행하고 있다. 비록 기간에 딱 맞춰 초고를 완성해야 하는 압박은 없어서 점점 대본 기간이 길어지는 단점은 있지만, 언제든 내 글을 봐줄 스터디원이 있고,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것이 현재까지 스터디를 유지할 수 있게 한 것 같다.
전문반에서 강의를 진행한 감독님께서는 단막이라면 달에 한 개씩은 완성을 해야 한다고 했었기 때문에 월 1편 완성이 목표였다. 그런데 그렇게 진행해 보니 자료조사할 시간은 물론 없고 대본을 두고 고민할 시간도 부족하기 때문에, 같은 문제가 반복되는 초보자의 경우 글을 빨리 쓰는 습관을 들이는 데는 좋지만 완성되는 작품의 질 향상에는 큰 도움이 안 되는 것 같다.
그래서 현재는 작법서를 여러 권 보며, 각각의 구조대로 극을 구성하는 연습을 하고 있다. 점차 공모전도 단막을 받는 공모전이 거의 사라지는 추세이고, 2부작이나 미니시리즈를 받고 있기 때문에 구조 연습을 하며 앞으로는 시리즈(8화 이상분량)를 써보려고 한다. 가능하면 각 작법서에서 설명하는 구조들을 한 번씩 정리해보고 싶다.
1. SAVE THE CAT! : 영화 작법, 블레이크 스나이더의 장구분(15장)
2. 픽사 스토리텔링 : 스토리의 6단계
3. 스틸 : 9개의 핵심씬과 엔딩 등대
고전 작법서로 유명한 SAVE THE CAT! 은 영화, 2부작 작법으로 참고할 수 있겠고, 픽사 스토리텔링은 두 가지 서적 중 매튜 튠의 책을 읽었는데, 작법을 위해서라면 딘 모브쇼비츠의 책을 읽어야 할 것 같다. 매튜 튠은 스토리텔링과 마케팅을 섞은 내용으로 스토리텔링을 마케팅에 적용하고 싶은 경우 읽는 책이다. 지금 읽고 있는 스틸은 시리즈를 위한 거의 유일한 국내 서적인 것 같다. 중간 정도 읽은 상태지만 첫걸음부터 완성 후 수정단계까지 잘 풀어준 작법서라고 생각한다. 기초 때 읽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초심자에게 강력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