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작가협회교육원 후기
한국방송작가협회교육원은 방송작가과정과 드라마작가과정으로 나뉜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방송작가과정은 보통 수료 후 막내작가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나이제한이 있다. 그렇다고 몇 살 이내, 식의 공고는 없었다. 아마 지원 이후 나이를 커트라인으로 자르지 않을까. 싶은데, 들어보니 30대도 있긴 있다고 했다. 어쨌든 그래서 나는 처음 교육원에 들어가려고 했을 때 방송작가 쪽은 생각도 안 했다. (이미 30대 중반이었기 때문)
드라마작가 과정은 4가지로 나뉜다.
기초반 - 연수반 - 전문반 - 창작반
지난 도전기 1,2를 통해 기초반과 연수반 후기를 다뤘다. 그렇다면 이번엔?
맞다. 전문반이다. 나는 운 좋게 전문반에 합격했다. 왜 운 좋게 냐고 하면, 연수반 두 작품에서 같은 실수를 했고, 그 결과 대본이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나는 전문반에 떨어질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내가 붙을 거라기엔 나보다 잘 쓴 사람도 연수반에 많았기 때문이었다. 한 반에 몇 퍼센트가 올라간다, 몇 명이 올라간다 말은 많았지만 교육원의 원칙은 이 기준이나 커트라인을 공개하지 않는 것이기에 아직도 미지수다.
나는 불합격을 예감하고 전문반에 떨어지면 어떻게 할지 대비를 했다. 스터디그룹을 유지하는 것과 보조작가등 취업자리를 알아보는 것이었다. 물론 연수반으로는 지원할 만한 자리가 없었다. 그래서 막막했는데 기적처럼 합격을 한 것이었다. 되돌아 생각해 보면 수업참여에 성실했던 것이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전문반에는 초보인 내 관점에서는 전보다 더 대단한 동기들이 많았다. 유명한 연극 극본을 쓴 사람도 있고, 웹소설, 웹툰 현업작가나, 전문반을 여러 번 재수강하는 사람이나, 이미 창작반을 수료했는데 다시 전문반을 듣는 사람도 있었다. 대본도 완성도 높은 대본이 많았다. 물론 기대와 다른 완성도의 대본도 있었다. 그럴 때는 왜 내가 수료한 연수반에서 더 잘 쓴 대본도 있는데 왜 그분은 떨어진 걸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지만 결국 강사님의 기준으로 점수가 매겨지고 같은 반 안에서 상대적인 평가를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전문반은 (내가 속한 반이 아니더라도) 현업 감독님이 강사로 배정된 경우가 많다. 내가 속한 반도 감독님이 오셨는데, 작가관점과 다른 감독관점의 피드백을 들을 수 있는 점이 새롭고 유익했다. 물론 같은 작가 입장에서 공모전에 도전하고 대본을 써본 작가님들이 조금 더 작가의 현실을 알고 있는 단점도 존재했다. 하지만 감독과 작가의 소통에 있어서 어느 정도의 서로에 대한 배려와 이해가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감독님이 가르치는 수업을 들어보는 게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다만 수업의 형식은 어쩔 수 없이 대본제출-피드백 일 수밖에 없었는데, 이 지점에서 나는 다음 반으로 올라가는 것을 굳이 목표로 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각자의 대본에 대한 피드백을 꼼꼼히 받을 수 있었고 설정과 구조에 대해 배운 점이 많았지만 이런 부분들은 내가 혼자서 보충할 수 있는 부분도 많았다. 합평을 하기 위해 여의도로 매주 오가며 내 대본을 쓰는 시간을 줄여 동기의 대본을 읽고 분석하고 수업준비도 해야 하기 때문에 전문반을 마치고 나면 창작반에 오르지 못한다 해도 재수강을 할 필요까진 없을 것 같다. 물론 (수업료가 무료라 장학반이라고도 불리는) 창작반을 꼭 한번 듣고 싶었긴 했지만 전문반으로도 취업조건에 충분하고 오가는 시간이 길다면 그 시간을 작법서를 읽고 내 글을 쓰고 다듬는 시간으로 사용하는 게 조금 더 효율적일 것 같다.
또, 처음엔 한국방송작가협회교육원만 길이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보니 다양한 사설강의들과 방송사 연계 교육원들이 있기 때문에 (물론 협회가 가장 공인된 교육이기도 하다) 굳이 한국방송작가협회교육원만 고집할 필요도 없는 것 같다. 여건이 되고 내 조건에 잘 맞는 수업인지를 잘 따져보고 선택한 수업을 후회 없이 잘 마무리하면 될 것이다.
여기까지 봤을 때, 이미 눈치챘겠지만 나는 창작반에 떨어졌다. 전문반에 제출한 두 작품이 또다시 비슷한 문제점이 있었고, 크게 호불호가 갈리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에, 또 강사님의 호평이 없었기 때문에 나는 창작반에 가지 못할 것임을 짐작했다. 그렇게 다시 백수가 된 것이었다.
스스로 마지노선을 정했다. 올해 상반기는 공모전에 도전하고, 하반기는 취업하기로 말이다. 바람이 있다면 공모전에 단박에 붙어서 드라마 작업에 발이라도 들여보는 것이지만, 아직은 내 재능도, 필력도, 운도, 잘 모르겠다. 경제적인 여유가 된다면 다른 교육을 들어보고 싶은 마음도 있고, 창작반에 붙는다는 조건(또는 장담)이 있다면 전문반도 들어보고 싶다.
이렇게 3일간 드라마 작가 도전기라는 이름으로 글을 썼지만 이건 내 경험을 정리해 두는 것에 불과하다. 그래서 다음 편이 나올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아, 스터디관련해서 한 편 더 업로드할 예정이다. 만약 고민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교육원에서의 창작의 경험이 힘들긴 하겠지만 그만큼 즐겁고 새로운 자극제이자 성장의 발판이 될 것이라고 얘기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