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작가 도전기 (2) - 연수반

한국방송작가협회 교육원 후기

by 이담

기초반을 수료하고 연수반에 들어갔다. '떨어지면 이 길은 내 길이 아니다'라고 생각하고 마음 편히 기다렸다. 내 글에 대한 좋은 반응도 있었기에 '되겠지'하는 마음이 조금 더 컸던 것도 사실이다. 그렇게 연수반에 올라와서 기초반에서 함께 수업을 들었던 반가운 동기들도 함께 수업을 듣게 되었다. 겨우 몇 개월이라도 먼저 봤다고 큰 의지가 되었다.

기초반 때는 어린 동기들과 전공자가 있었다면, 연수반 때는 현업 글을 쓰는 사람들도 많이 있었다. 라디오 작가나 동화작가, 영화 관련 일이나 출판 일을 했던 사람들도 있었다. 조금 더 업그레이드 된 기분과는 별개로, 동기들의 피드백의 수준이 달라짐을 느끼며 더 잘해야겠다고 다짐했다. 후에 알았지만 라디오작가나 동화작가처럼 작가협회에 가입이 돼있거나 한 경우 기초반을 넘어서 바로 연수반으로 수강할 수 있다고 한다. (합격을 위한 과제로 사전제출하는 대본도 없었다는 것 같다.) 그래서 연수반에서 처음 대본을 쓰는 동기들도 꽤 있었다. 그럼에도 경력은 무시할 수 없는지, 대본의 완성도는 높았다. 어느 방향으로든 계속 글을 쓴다면 필력은 늘어날 수밖에 없는지도 모르겠다.

기초반에서는 첫 오티시간이 마치 수능시험장처럼 아무도 어떤 말도 하지 않고 묵묵히 수업시작을 기다리는 모습에서 긴장된 분위기였지만 아무래도 연수반은 아는 사람들이 섞여있기 때문에 조금 풀어진 분위기에서 시작할 수 있었다. 연수반에서는 굳이 팀을 짜지 않았다. 그래서 살짝 당황스러운 부분도 있었다. 기초반 때 알게 된 동기들이 있긴 했지만 더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친목을 나누고 싶은 마음도 컸기에, 수업 자체에서 반강제적으로 꾸려주는 팀이 있으면 파워 I인 나에게 도움이 되었을 것이었다.

지난 글에서 팀을 잘 유지해서 스터디로 잘 이어가면 좋겠다는 제안을 했는데, 왜냐면 내가 연수반에서 스터디를 만들어보려는 노력이 잘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다들 이미 기초반에서 꾸려진 스터디가 있거나, 스터디에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그리고 내 성격상 멀리 있는 자리까지 가서 스터디를 해보자고 제안할 수도 없는 탓이었다.

아쉬운 대로 수업은 이어졌다. 연수반에서는 2개의 단막 대본을 제출해야 했다. 발표 순서를 정하고 한주에 3~4팀 정도 발표를 했다. 발표 후엔 동기들이 피드백한 뒤, 강사님이 피드백해 주셨다. 기초반 때는 뭐 아는 게 없으니 내 글 쓰기 바쁘고 과제하기 바빴는데 조금 익숙해지고 난 뒤 연수반을 겪으니 동기들과 강사님의 피드백이 어떻게 다른지 알아차릴 수 있었다. 내가 피드백을 할 때는 '느낌상' 뭔가 이상하다.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몰입이 잘 안 된다. 하는 생각을 어떻게든 잘 전달해보려고 해도 말로 표현이 안되었다. 강사님의 피드백은 그 애매하고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부분을 딱 꼬집어 무엇 때문이고 어떤 부분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그래서 피드백 수업은 도움이 많이 되었던 것 같다. 다들 비슷한 부분에서 실수를 하고 비슷한 허점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연수반을 마치면서는 대본을 쓴다는 것이 캐릭터를 잘 잡거나 대사를 잘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기본이 되는 구조를 잘 짜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작법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사실 좀 부끄러운 부분이기도 하지만) 기초반에 다닐 때까지만 해도 작법서를 사서 보려고 시도는 했었지만 개론서 같은 느낌에 집중하기 어렵고 진도를 나가기 어려워 제쳐두곤 했었다. 연수반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피드백이 구조를 다시 잡아봐야 한다는 것이었다. (나뿐 아니라 전체적으로)

개인적으로는 작법서를 읽으며 플롯 공부를 하고, 스터디를 적극 구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비교적 자유로운 온라인 스터디 1팀과 수업 전 간단한 의견을 나누는 세미스터디 1팀, 과제와 벌금이 존재하는 오프라인 스터디 1팀을 시작했다. 이렇게라면 전문반에서 떨어져도 대본을 쓰고 합평하는 형태를 유지하며 대본작업을 이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결과적으로는 둘 중 하나의 스터디 그룹만 남았다. 차후에는 스터디 관련 글도 써봐야겠다.

연수반을 마치며, 나는 3개의 완성된 단막대본을 갖게 되었다. 새로운 대본을 시작하는 마음은 항상 신나지만 합평하고 수정하는 과정은 지옥 같았다. '대본은 쓰는 것보다 수정이 어렵다.'이 말을 깊이 체감했다. 단막조차도 쓰는 것도 수정도 어려운데, 어떻게 미니시리즈를 하는지 막막한 기분이다.

매거진의 이전글드라마 작가 도전기 (1) - 기초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