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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온 Sep 15. 2024

영화 '베테랑' 리뷰

천만 영화는 괜히 천만의 관객을 끌어 모은 게 아니다

* 이 리뷰는 스포가 다수 포함되어 있으니 스포를 원하지 않는 분은 뒤로 가기 눌러 주세요.


* 이 글의 내용은 철저히 작성자의 개인적인 생각이라는 점을 밝힙니다.



★★★★☆


개봉했을 때도 봤던 영화였다. 이번에 '베테랑 2'가 개봉하면서 보러 갈 생각에 복습할 생각으로 봤는데, 생각보다 잘 만들어진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봤을 때 학생이었어서 아무 생각 없이 '통쾌하다' 정도로 끝났었는데, 이번에 보니 생각이 많아졌던 것 같다.


우선 임금 체불 문제. 9년이 지난 지금도 나아진 게 별로 없는 것 같아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배 기사가 처음 등장할 때부터 '아, 저 사람 죽을 거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어렴풋한 내 기억에 죽었던 것도 같아서 같이 보던 사촌 동생한테 쟤 죽지 않아?라고 했다가 맞을 뻔했다는... 결론적으로 죽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과 동시에 죽은 것과 다를 바 없지 않나, 앞으로 생활은 어떻게 하나 싶어 안타까웠다. 실화 바탕 영화라는 게 충격을 더했다. 실제로 이런 일이 있었다는 게... 단순히 영화적 요소만 있는 건 아니라는 사실이 소름 돋고 엽기적이었다.


다음으로 서도철 형사의 행동들. 영화에서는 서 형사가 긍정적인 방향으로만 묘사되어 정의를 위해 몸을 사리지 않고 싸우는, 대한민국의 형사는 이런 사람들이다!라는 걸 굉장히 강조하고 싶은 것처럼 여겨졌는데, 실제로는 부당행위, 조금 더 나쁘게 말하면 범죄도 많이 저지르는 사람처럼 느껴져서 보는 내내 유쾌하다거나 기분이 마냥 좋진 않았다. 물론 조태오를 잡는 장면에선 통쾌하긴 했지만 말이다. 일부러 맞은 뒤에 정당방위라면서 더 때리는 장면이라거나, 이렇다 할 증거 없이 심증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수사를 밀어붙이는 점이라거나, 심지어는 때리지 않았는데 증거물을 만든다는 이유로 쇠파이프에 지문이 묻게 문지르라고 명령하는 장면들이 나와, 정의감에 불타오르는 것은 좋으나 이렇게 나쁜 행동을 저지르고 다니는 형사를 과연 응원만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나였으면 어떻게 했겠냐는 질문이 마음속에서 울렸다. 내가 서도철이었다면, 아니 내가 광수대 팀이었다면 나는... 과연 그렇게 수사를 밀어붙일 수 있었을까, 혹은 서도철을 응원하고 지원할 수 있었을까. 오 팀장의 말처럼 '지금까지 한국 경찰이 재벌을 건드린 역사가 없다'는 게, 어떤 사람에게는 도전으로 다가오겠지만 나에게는 두려움과 공포로 느껴진다. 좁디좁은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일들이 실제로 벌어지고 영화의 모티프가 된 걸 보면, 전 세계적으로 봤을 때 얼마나 많은 사건 사고들이 일어나고 있을지... 걱정이면서도 안타까운 일이다.


단순히 킬링 타임 영화라고 생각했는데, 크고 나서 보니 많은 고민을 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기분이 가라앉는 영화였다. 그렇다고 별로인 영화였냐 하면 그건 절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충분히 잘 만든 영화이다. 스스로 투신했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사실은 아니라고 밝혀지는 순간에도 전혀 예상 못한 전개라 놀라울 정도였으니. '베테랑 2'가 연결되는 내용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보러 가기 전 복습 겸 봐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천만 영화는 괜히 천만의 관객을 끌어 모은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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