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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온 Oct 18. 2024

영화 '연애담' 리뷰

유명한 레즈 연예인 아세요?

* 이 리뷰는 스포가 다수 포함되어 있으니 스포를 원하지 않는 분은 뒤로 가기 눌러 주세요.


* 이 글의 내용은 철저히 작성자의 개인적인 생각이라는 점을 밝힙니다.



★★★★☆


고등학교 때 멋모르고 불법 다시 보기 사이트에서 봤던 기억이 생생하다. 당시에 난 내 성 지향성을 깨닫지 못한 상태였고(중학교 때 짝사랑하던 사람은 있었으나), 레즈라고 하면 이유 모를 친근감을 느끼는 나를 이해하지 못하던 시절이었다. 청불 영화라 당시 고2였던 내가 볼 수 있었던 경로는 오로지 불법 다시 보기 사이트뿐이었고, 그렇게 찾아본 영화는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뭐랄까... '신세계'였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윤주가 영호에게 커밍아웃을 할 때 영호의 반응이었다. 장난 아니고, 진짜? 진짜 여자야? 아니, 난 네가 호기심에 만나 본다고 해도 이해해. 너무 현실 반영이라 화가 났다. 내가 친구들에게 커밍아웃했을 때 포비아들의 반응들이었어서.


2023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에 간 적이 있다. 그때 '루이제'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는데 레즈 영화는 왜 하나같이 다 불행서사인 건지 알 수 없어 답답했던 기억이 있다. 헤테로(이성애) 영화들은 평범하게 사랑하고 평범하게 싸우고 평범하게 이별하는데, 게이 영화도 아닌 레즈 영화들은 왜 불행 서사를 안고 가는지 나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가 나에게 더 특별하게 다가왔다. 스펙터클하게 사건이 전개되지 않아도, 설렘을 안고 시작해서 마음이 어긋나 헤어지는 데까지, 뭐 하나 빼놓을 거 없이 현실을 가득 담아 놓아 인상 찌푸려지는 장면 없이 보는 내내 편안한 레즈 영화는 처음이었다. 아무것도 몰랐던 고2 때는 그저 '동성애도 이성애와 다를 게 없구나.' 정도를 느꼈다면, 여자친구가 있는 지금 와서 다시 보니 그보다 더 깊은 걸 알아볼 수 있었다.


지금도 미디어에서 동성애는 특수한 요소로 작용한다. 영화에서 사람들이 동성애자들에게 갖고 있는 편견들을 한데 모아 유머 코드로 넣는다거나, 예능 프로그램만 봐도 홍석천, 풍자 등 성소수자들을 재미로 소비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그런데 한 번 생각해 보라. 유명한 게이, 트랜스젠더 연예인은 있는데 왜 레즈 연예인은 없는지 말이다. 난 이것이 레즈 영화라고 하면 불행 서사부터 떠오르는 이유와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여성 혐오와 관련 있는 거라고, 같은 성소수자라고 하지만 실은 급이 나뉘어 있는 거라고. 그런 사회에서 이런 영화는 레즈비언들에게 정말 한줄기 빛과 같다고 확신한다. 레즈들도 평범하게 사랑한다. 레즈들도, 다른 사람들과 다르지 않다.


'남자 맛을 못 봐서 그래.' 여자가 여자 좋아한다고 하면 가장 많이 듣는 말들 중 하나일 것이다. 게이한테는 '여자 맛을 못 봐서' 그렇다는 말 안 하면서. 불공평한 세상이다. 이게 뭐가 잘못됐는지 모르겠는 사람들은, 미안하지만 내 글을 더 이상 읽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런 독자 나도 원하지 않으니.


전체적으로 화가 많이 묻은 글이 된 것 같네. 내 말의 요지는, (포비아들은 이 글 읽지도 않을 테니 그들에게 하는 말은 생략하고), 적어도 본인은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동성애자들에게 더 이상 무례한 질문을 멈춰주길 바란다. '언제부터 여자/남자 좋아했어?', '왜 여자/남자가 좋아?'... 당신들은 언제부터 본인이 이성애자임을 자각했으며, 왜 이성이 좋은가? 이 말에 대답할 수 있는 사람들만, 아니, 그런 사람들도 제발 저런 질문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기 위해 이 글을 쓴다. 이 영화를 보고 느끼는 게 있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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