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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온 Oct 19. 2024

책 '먼지, 러브' 리뷰

내가 온전히 나일 수 있게 해 주는 모든 사람들에게

* 이 리뷰는 스포가 다수 포함되어 있으니 스포를 원하지 않는 분은 뒤로 가기 눌러 주세요.


* 이 글의 내용은 철저히 작성자의 개인적인 생각이라는 점을 밝힙니다.



★★★★☆


왓챠피디아에도 등록이 되어 있지 않았을 만큼 마이너한 책이었다. 어떤 내용인지 궁금해서 샀다는 말보다는 그냥 표지가 마음에 들어서 샀다는 말이 적합할 것이다. 왜 먼지라는 말이 붙었는지 궁금했고, 사랑 이야기를 워낙 좋아하는 나는 먼지와 러브의 상관관계가 궁금했을 뿐이다.


문장이 짧고 간결하여 쉽게 읽히는 책이었다. 마치 누군가 나에게 본인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듯한 문체로 쓰여 있어 읽는 내내 책을 '읽는다'의 개념이 아닌 '듣는다'의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20분 남짓한 시간 동안 읽을 수 있는 짧은 소설이라 오늘처럼 일찍 깼는데 잠이 안 올 때, 다시 자기 싫을 때 꺼내 읽으면 좋을 책이었다.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는 말이 새삼스럽게 떠올랐습니다. 도망치지 않고 버티는 이곳 역시 낙원은 아니지 않냐고, 내가 지금 낙원 따위나 바라고 있는 것 같냐고, 구차하게 마음속으로 곧장 변명해 보았습니다.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 내가 게으르게 행동할 때, 무언가 할 일을 미루고 있을 때 속으로 되뇌던 말이었다. 근데 이 부분을 읽으니 어쩌면 내가 나에게 너무 가혹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낙원을 바라고 도망치고 싶었던 게 아닌데. 그냥 이 상황을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나를 지배했을 뿐인데. 하기 싫은 걸 하기 싫다고 하지 어쩌겠는가. 그런데 이것 또한 자기 합리화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작품 속 주인공은 본인이 어찌할 수 없는 상황 때문에 고통받아 도망친 거라지만(도망이라는 표현이 적절한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충분히 내가 제어할 수 있는 부분이고 마땅히 해야 할 일에 대해 회피하고 있는 거라. 그냥 이 말을 통해 위안을 얻고 싶었나 보다. 난 나한테 한 번도 잘한다고 해 본 적이 없어서, 이렇게라도 잘하고 있다고 말해 주고 싶었나 보다.


당신의 전부가 먼지 증후군은 아닐 테니까요. '네가 너인 게 어떻게 네 약점이 될 수 있겠어.' 어제 봤던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에 나오는 명대사 중 하나가 떠올랐다. 그렇다. 주눅 들고 위축될 필요는 없다. '난 이러이러해서 사랑을 못할 거야.', '난 이런저런 이유로 사랑받지 못할 거야.'라는 생각을 하며 살았던 적이 있다. 사실 말하자면 지금도 그 생각을 완전히 떨쳐버리진 못했다. 그렇지만, 내 전부는 그 이유들이 아니다. '그럼에도' 나를 사랑해 주고, 아껴 주고, 소중히 대해 주는 사람들이 있기에 나는 살아갈 수 있고, 더 나아지려고 노력하고자 하는 마음이 생기는 것이다. 고마웠다. 내 모든 가족들에게, 친구들에게, 여자친구에게. 내가 온전히 나일 수 있게 해 주는 모든 사람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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