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하지만 아름다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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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웹툰을 즐겨 보는 편은 아니다. 개인적으로 시간 낭비라고 생각할뿐더러, 직접 스크롤을 내리면서 봐야 한다는 귀찮음이 나를 지배하고 있어 웹툰을 보는 걸 꺼렸다. 그런 나를 변화시킨 웹툰, '내 남편과 결혼해 줘'이다. 원래 드라마를 보려고 했다. 그런데 이 드라마가 웹툰이 원작인 작품이라고 해서 생각지 못하게 웹툰의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되었다.
아마 이 글은 유지혁 부장님 찬양 글이 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그만큼 강렬했고, 아름답고 눈물겨운 사랑이었다. 대학교 때부터 짝사랑하여 몇 년 동안 좋아했다는 그 시나리오가 비현실적이라고 생각이 들면서도 오히려 현실에 없으니 웹툰에서라도 간접 경험을 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이 들 정도였다.
누군가에게 첫사랑으로 남은 사람을 우연히 만나고, 그 사람을 지키지 못해 후회하다가 다시 과거로 돌아가 그 사람을 지키는 사람이라니.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판타지이기 때문에 더욱이 사랑스러운 스토리가 아닐 수 없다. 유지혁 부장님이 오로지 주인공인 지원에게만 다정하고 섬세한 모습을 보였다는 점이 설레기도 했다. 세상에 이런 사람이, 아니 이런 사랑이 있을까. 웹툰을 보면서 이렇게 본인을 사랑해 주는 사람이 있다면 어떤 기분일까, 아니 내가 과연 이렇게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사랑은 오래 참고 온유하다는 옛말처럼 누군가가 다른 사람과 사랑을 하더라도, 그 사람과 결혼하더라도 계속해서 한 사람만을 좋아할 수 있을까, 말 그대로 오래 참을 수 있을까. 그런 면에서 다음 생까지 기다린 유지혁 부장님이 정말 대단하다고 느낀다. 당장이라도 좋아한다고 말하고 싶고 그 충동을 참지 못하는 나와는 달리 깊이 생각하고 오래 고민하는 부장님의 성격 또한 멋있어 보이는 이유 중 하나였다.
웹툰 상의 유지혁 부장님과 드라마 속 유지혁 부장님과 싱크로율이 맞지 않아 몰입이 덜 된다는 의견이 많지만, 그럼에도 나는 드라마까지 보려고 한다. 피처폰을 쓰던 2009년에서 스마트폰이 생긴 2013년에는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 나갈까 궁금하기도 하고, 드라마에 나온 사람들이 어떻게 상황을 살릴지 생각이 들고 궁금하다.
아직도 이 시대에 이런 웹툰, 드라마가 나오냐고 뭐라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판타지인 걸 알고, 현실에 없는 사랑이고 이야기인 걸 알기에 아름다운 거라고. 이런 작품이 있기에 우리는 오늘도 웃으며 살아갈 수 있고, 아무리 시궁창 같은 현실이더라도 이 작품에서처럼 사이다 같은 해피엔딩을 보면서 하루의 피곤함을 노곤하게 풀어내고 잠에 들며 내일 하루도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는 거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