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림 Dec 13. 2020

그런데 좀 하지 마

공감의 대화법

남자 친구에게 화내는 이유 중의 상당수는 자기 할 말만 하거나 나를 가르치려는 말투 때문이다. 흔히들 남자들은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공감보다는 해결책을 제시한다고 한다. 그리고 남자들끼리 있을 때는 서열 정리를 한다는 것도. 그래서 그런 건지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내 주위의 남자들을 보면 자신의 감정보다는 의견, 지식을 말하는 것을 좋아했다. 난 그것을 연애를 하며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중이다.

한 가지 화두가 던져지면 자신의 의견을 장황하게 늘어놓으면 난 딴짓을 하게 됐고, 이건 이런 거야 저런 거야 하며 가르치려 들 때는 정색하며 맞불을 놓곤 했다.

전 직장에서 인사교육의 일환으로 상담 교육을 받은 적이 있었다. 공감하는 방법이었다.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상대방이 말하는 의도를 파악해서 감정적 반응을 하거나 그게 어려우면 말한 그대로 되돌려주는 것이었다. 가령 아프다고 하면 '오늘 많이 아팠구나'라는 식이었다.


요즘 내 삶에서 가장 많은 대화를 하는 사람을 꼽으라면 남자 친구를 꼽겠다. 그러다 보니 이 사람과 대화를 잘하고 싶어 다시 한번 공감의 대화법을 곱씹어보았다. 공감이라 하면 경청, 반응이라는 것은 알겠는데 무언가 구체적인 방법을 찾고 싶었다. 그래서 찾은 2가지 대화법. 자칭 '그란데' 대화법과 '때문, 이구나' 대화법이다.

'그란데' 대화법은 말할 때 '그런데'를 붙이지 않는 것이다. 일상의 대화를 유심히 살펴보면 '그런데'라는 단어가 참 많이 사용된다. 내 경험과 지식이 쌓이면서 상대방의 말을 일단 방어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생기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상대방이 말을 하면 거기에 받아들이기보단 그에 대한 내 의견(대개 반박하는 의견)이 떠오르고 '그런데'로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듣는 상대방도 반발심이 생겨 매끄럽게 대화를 이어가기 어렵다. 이에 우선 우리는 상대방의 말을 받아들이기 위해 '그런데'를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두 번째는 '때문, 이구나' 대화법이다. '그런데' 대화법을 사용하다 보니 한 가지 문제점이 생겼다. '그런데'만 사용하지 않을 뿐 결국 패턴은 '반박> 공감'으로 되는 것이었다.


예시)

-예전: 우리 00 갈까? > 그런데 너무 덥지 않아?

-그란데' 대화법: 우리 00갈까? > 덥긴 하겠지만 그래 가자('그런데'만 없음)


그래서 두 번째로 생각한 방법은 상대방이 한 말의 의도를 파악하고 공감을 할 수 있도록 '~때문에 ~한 감정이 들었구나'라는 문장으로 상대방의 말을 해석해보는 것이다. 구체적인 문장으로 방법을 만드니 '어떻게' 공감을 해야 하는지 실천하기 쉬워졌다. 이 방법을 적용하면 위의 대화는 이렇게 바뀔 수 있다.


예시)

-'그란데' 대화법의 문제적 대화: 우리 00갈까? > 덥긴 하겠지만 그래 가자('그런데'만 없음)

-'때문, 이구나' 대화법: 우리 00갈까? > 함께하고 싶었기 때문에 00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구나


이렇게 하니 당장 나아지진 않더라도, 적어도 내 언어습관을 점검할 수 있게 되고 대화법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공감의 방법을 찾게 되었다. 참고로 위 방법은 심리학 전공자가 아닌 단지 대화를 잘하고 싶은 개인이 생각해 낸 방법이다.

copyright ©️그림 All right reserved


작가의 이전글 다시 생각해보니 열 받는 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