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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토끼 Aug 19. 2022

<놉> ★★★★

보이지 않는 미스터리의 강한 인력에 내내 빨려 들어간다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겟 아웃>, <어스>를 통해 스릴러 장르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고 있는 조던 필 감독이 세 번째 장편 영화 <놉>으로 돌아왔습니다. 앞선 두 편의 작품에서도 독창적인 이야기를 통해 큰 호평을 받았던 그였기에 이번 신작에서는 또 얼마나 창의적인 이야기를 펼쳐낼지 많은 이들이 궁금해했습니다. 특히 일반적인 영화들은 예고편을 보면 대충 어떤 이야기를 할지 조금은 눈에 보이는 반면 <놉>은 예고편을 보아도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작품인지 도통 감을 잡을 수가 없어 더욱더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했죠.



<놉>은 조던 필 감독의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입니다. 그리고 영화 속 미스터리의 핵심이 되는 존재는 바로 정체불명의 비행 물체입니다. 어느 날 하늘에서 떨어진 물체에 맞아 아버지가 죽음을 맞게 되고 아버지의 뒤를 이어 할리우드에 납품할 말을 키우는 목장을 운영하게 된 주인공 'OJ'는 목장의 말들이 이상 행동을 보이기 시작하고 뒤이어 강한 바람과 함께 구름 속에서 정체불명의 비행 물체가 날아다니는 것을 목격하게 됩니다. 그때부터 영화는 이 비행 물체로 인해 벌어지는 기이한 상황들을 긴장감 넘치게 그려내죠.



영화 속 비행 물체의 비주얼을 보면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는 UFO의 모습과 흡사합니다. 실제로 처음에 주인공 일행도 그 비행 물체를 당연히 UFO라고 생각하죠. 하지만 이 영화가 굉장히 참신했던 것이 바로 이 비행 물체의 정체가 외계 생명체가 타고 다니는 기계가 아니라 바로 그 자체로 살아있는 생물체라고 설정한 점입니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비행 물체만큼이나 중요하게 다뤄지는 내용이 바로 스티븐 연이 연기한 '주프'가 어린 시절 TV 프로그램을 촬영할 당시 겪은 끔찍한 비극입니다. '주프'가 과거 출연했던 TV 프로그램에는 '고디'라는 침팬지가 함께 출연했는데 '고디의 생일' 편을 찍던 중 '고디'가 갑자기 사람들을 공격해 출연진을 죽인 사건이 오프닝부터 영화 중간중간 조금씩 사건의 전말을 드러내며 나오게 됩니다. 정체불명의 비행 물체로 인한 상황들과 '고디' 사건은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이지만 결국 이 두 사건은 모두 길들여지지 않은 존재들에 의해 발생한 비극이란 점에서 공통점이 있습니다. '고디'라는 침팬지는 덜 길들여진 상태에서 방송 촬영이라는 외부 자극에 시달리다 결국 끔찍한 행동을 저지르게 되고 비행 물체 역시 길들여지지 않은 맹수 마냥 자신을 구경하는 사람들을 눈에 보이는 족족 빨아들이며 잡아먹죠. 이 두 이야기는 구경거리에 현혹되었다가 결국 목숨을 잃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자극적인 볼거리에 중독되어 있는 현대 사회에 대한 비판도 담아내고 있어 더욱 풍성하게 다가옵니다.



비행 물체의 정체를 둘러싼 미스터리는 물론이고 이 영화는 호러적인 연출도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구름 속에 숨어 빠르게 움직이는 비행 물체가 다가오자 갑자기 주변의 모든 전기가 나가고 어둠과 고요가 찾아오는 순간은 그 자체로 폭풍전야처럼 숨통을 조여 오고 비행 물체가 수많은 사람들을 잡아먹은 뒤 주인공의 집 위로 죽은 사람들의 피와 물건을 뱉어내는 장면은 무척이나 섬뜩하게 다가옵니다. '고디의 생일' 편을 찍던 중 발생한 비극을 보여주는 장면에서도 사람을 무자비하게 내려치고 물어뜯는 '고디'의 모습을 탁상 밑에 숨어있는 '주프'의 시선으로 담아내며 엄청난 공포감을 자아내죠.



연출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합니다. 다니엘 칼루야는 겉으로 막 에너지가 뿜어져 나오는 연기를 하고 있진 않지만 주변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상황들로 인해 공포를 느끼는 인물의 표정을 섬세하게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다니엘 칼루야와 남매로 나오는 케케 파머는 다니엘 칼루야와는 정반대로 굉장히 에너지 넘치고 호쾌한 연기를 보여주죠. 이를 통해 다소 무거워지는 극의 분위기를 조금 풀어주기도 하고요. 물론 장르에 맞게 겁에 질린 연기도 훌륭히 소화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 스티븐 연도 비중이 아주 많진 않지만 무언가를 감추고 있는 듯한 인물의 묘한 분위기를 배우 특유의 느낌으로 잘 표현하고 있고 브랜든 페레아도 두 주인공의 옆에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죠.



조던 필 감독은 전작에서도 그랬듯 단순히 장르적인 재미만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심층적인 내용을 담은 이야기를 그려내며 영화에 깊이를 더하죠. 때론 그런 부분 때문에 영화의 메시지가 모호하게 느껴져 호불호가 갈리기도 하는 편입니다. 저 역시도 조던 필 감독의 전작들을 보며 조금 난해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고요. 이번 작품도 이야기가 조금은 어렵게 다가오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관객들을 영화 속으로 빨아들이는 미스터리의 인력은 전작들을 뛰어넘을 만큼 아주 강력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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