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일은 많지만 게으른 나

많이 늦은 2022년 회고와 2023년 상반기 계획

by Eddie Kim

작년 한 해 몸이 안 좋았던 시기가 있었다. 아픈 와중에도 회사 업무를 생각하며 '하필 지금 왜 아픈지', '달려야 할 이 시기에 왜 이렇게 누워만 있어야 하는지' 스스로를 자책하고 울면서 보낸 지난 봄이 생각난다.

열정 많고 일 욕심이 많았던 20대를 보내며 30대인 지금은 많이 정리했다고 생각했지만,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을 뿐, 일에 대한 욕심은 작고 단단한 형태로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여전히 나는 욕심이 많은 사람이었고 일과 나를 분리하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물론, 모든 일을 적극적으로 열심히 하는 건 아니었지만,,)



잠시 멈춰야 했던 시간

30대의 나는 이렇게 살고 있다. 나의 게으름을 인지하고 남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만 그렇다고 엄청 열심히 하는 것도 아니면서 도태되는 것은 또 무서워하고. 그러다 보니 몸에서 이상신호를 보내게 된 것이라 확신한다. 아픔을 인지했던 그때에도 나는 집 근처 카페에서 언젠가 기회가 되면 바로 써먹을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있었으니까.

아팠던 그때는 밤마다 울면서 보냈다. 혼자서 침대에서 일어나지도 못했고 뒤척이는 것만으로도 아파서 잠도 제대로 못 잤다. 어느 정도 호전되어 다시 회사를 다니다가도 갑자기 찾아오는 통증에 두 달 간격으로 다시 재택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걷는 게 힘들어서 울면서 들어왔다.


아파서 누워있을 때는 별로 할 일이 없다. 연신 스스로를 죽여대는 우울한 일기만 써댔는데, 지금 와서 읽어보면 세상에 이런 사이코패스가 없다. 몸이 안 좋으면 정신도 피폐해진다고 하더니 내가 딱 그 꼴이었다. 일도 하기 싫고 만들던 포트폴리오는 더욱 꼴도 보기 싫었고, 가족들에게 짜증은 있는 대로 부리고 항상 우울하고 무슨 일이든 무슨 말이든 뾰족하게 대응하는 나로 변해가고 있음을 느끼며 스스로가 너무 싫었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던 작년 2022년은 그 몇 개월은 정말 내 인생의 최악의 시기였다.



아픔에 익숙해진 어느 날

누워서 지내다 보면 생각이 많아진다. 위에서 말했듯이, 특히 아파서 누워있으면 안 좋고 삐뚤어진 생각이 많아진다. 당시의 나는 항상 소리 지르고 싶었고, 알 수 없는 분노와 원망, 억울함, 불안에 사로잡혀 내 주변의 모든 사람들을 시기 질투하며 스스로를 굉장히 미워했다. 생각해보면 이 모든 것의 근간은 커리어와 성장이었던 것 같다. 도태되고 낙오되는 게 너무 무서워서. 스스로를 돌보아야 할 때라는 몸의 신호를 부정하며 놓지 못하는 쓸데없는 욕심이 나를 좀먹고 있었다.

아픔과 방향을 잃은 분노에 익숙해지던 어느 날, 또 상대 없는 저주를 퍼붓는 일기를 써대다가 문득 정신을 차리게 됐다. '아, 지금 내가 뭐 하고 있는 거지? 왜 이렇게 화가 많아졌지?' 왜 스스로를 해치면서 우울함에 취해있으려고 하는지 의문이 생겼다. 지금 할 수 없는 일에 욕심부리면서 스스로를 옭아맬 때가 아니라, 포기하고 나 자신에게 집중하고 보듬어 주는 재정비의 기간을 가져야 하는 게 아닐까.

학교 다닐 때 안식년을 보내시는 교수님을 보며 나도 30대의 언젠가에 꼭 안식년을 보내야겠다는 다짐을 항상 품고 살았다. 20대 후반에 그래픽 디자이너에서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전향하며 다시 다짐했던 계획. 조금 더 커리어를 쌓고 더 나은 조건의 회사에 입사하고 난 뒤로 미뤘던 계획을 비로소 실천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면서 일과 회사로만 집중했던 마음이 조금 편안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지금은 4개월의 안식월을

계획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렇게 됐다. 이렇게 결정하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고 많은 조언을 들었다. 나조차도 확신하지 못해, 계획대로 진행하면서도 어딘가 내가 무시하지 못할 정도로 굉장히 좋은 회사에서 좋은 조건으로 나를 채용해 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포트폴리오를 넣고 면접도 보며 다녔다. 확실히 30대의 쉼은 20대의 쉼과 다르다는 것을 온몸으로 체감하며, 이중된 마음으로 안식월을 계획하며 작년 하반기와 올해 초 겨울을 보냈다. 으레 일상에 여백이 생기면 쉼 또는 재정비를 이유로 여기저기로 떠나기 마련이다. 나 또한 이번 4개월에 몸관리를 하면서 해외로 떠나 그곳의 일상을 살아보며 아무것도 하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무해하고 사소한 것들, 사소하지만 반짝거리는 일상들을 하나하나 아카이브해 볼 계획이다. 구상이 계획이 되고 실천이 되기까지의 여정이 쉽지만은 않았지만 올해 상반기는 다른 삶을 살아볼 생각에 마음이 풍부해진다.


결과적으로 이렇게 됐다. 이렇게 결정하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고 많은 조언을 들었다. 나조차도 확신하지 못해, 계획대로 진행하면서도 어딘가 내가 무시하지 못할 정도로 좋은 회사에서 좋은 조건으로 나를 채용해 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포트폴리오를 넣고 면접도 보러 다녔다. 확실히 30대의 쉼은 20대의 쉼과 다르다는 것을 온몸으로 체감하며, 이중된 마음으로 안식월을 계획하며 작년 하반기와 올해 초 겨울을 보냈다.

으레 일상에 여백이 생기면 재정비를 이유로 여기저기로 떠나기 마련이다. 나 또한 이번 4개월에 몸관리를 하면서 해외로 떠나 그곳의 일상을 살아보며, 아무것도 하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무해하고 사소한 것들, 사소하지만 반짝거리는 일상들을 하나하나 아카이브해 볼 계획이다. 구상이 계획이 되고 실천이 되기까지의 여정이 쉽지만은 않았지만 올해 상반기를 생각하면 마음이 풍부해진다.





https://brunch.co.kr/magazine/eddie-archive23

앞으로 여행지에서의 사소한 일상과 스쳐 지나가는 감정들을 아카이빙한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매거진에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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