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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딧 Jan 08. 2023

나 자신에게 유언 쓰기

소소생활 소소생각 [01]

올해도 어김없이 2023년의 새해가 밝았다. 매년 돌아오는 새해가 뭐가 그리 특별할까라는 생각이 들 때쯤 문득, 올해의 삶을 조금은 특별하게 살고 싶어졌다.


그래 나 자신에게 유언 쓰기를 해보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따사로운 햇살이 드리우는 창가에 앉아 하나의 이야기를 상상해 낸다. 그리고 그 이야기에 나의 유언을 이어간다.



임종을 앞둔 어느 노인의 이야기

창밖에 눈이 하염없이 쏟아지던 추운 겨울, 한 백발의 노인이 머지않아 자신의 숨이 멎을걸 인지했다. 그는 겨우 손에 쥘 수 있는 펜을 잡아 종이에 글을 적어가기 시작한다. 지금껏 노인이 살아온 회고록일지, 앞으로 남은 자들에 대한 유언일지...



이렇게 하나의 가정을 던지고 나는 곧 내가 저 노인인양 답을 써내려 갔다. (보시는 독자분들도 저 노인이 나라고 생각하고 이야기의 뒷부분을 자유로이 써보세요!)



참 어지러 히 살아왔소


욕심인줄 알면서도 무엇을 그리 이루고자, 손에 쥐고자 했는지. 지금 생각하면 고운 모래 한 줌으로 흐드러질 것을.. 이제 나는 남은 내 생의 3일을 이렇게 보내고자 합니다.


첫째 날은 내가 가진 100억 재산의 일부를 고단한 삶에 치어 하루가 전부인 이들에게 나눠주고자 합니다.

인생에는 고단한 하루의 생보다 더 많은 너머가 있고, 당신이 미처 돌보지 못했던 주변에 아름다움이 있다고 알려주고 싶습니다.

당신이 고된 생활을 이어가기 위해 보지 못한 새벽녃 별빛과 동트기 직전의 어스름과 푸른 광안.

그리고 그때 그 순간의 공기들이 얼마나 값어치 있는 지를 알려주고 싶습니다.


둘째 날은 앞만 보고 달려가는 젊을이들에게 사랑하는 이와의 식사 자리를 만들어주고 싶습니다.

당신의 한 단계의 승진과 고과, 그리고 더 나은 성공을 위한 투자, 마치 경주마처럼 달려온 것에 잠시 멈춤을 주고 그들 부모와의 저녁을, 짝사랑만 하던 이에게 고백의 점심 자리를, 10년 차 부부에게 여행지의 멋진 저녁을 선사해주고 싶습니다.


셋째 날은 나 자신에게 “그래 나 지금껏 80여 년의 인생 그래도 잘 살아왔지.”라는 답을 스스로에게 하며 나의 오랜 벗 아내, 자식, 내 손자, 나의 사랑하는 업의 동료들, 후배들 그리고 인생의 활력을 주고 취미생활을 함께 나눴던 천둥벌거숭이들 앞에서 그래도 잘 살아왔다는 미소를 받으며, 그 따스함속에서 행복히 그리고 외롭지 않게 세상의 오랜 소풍을 마치겠습니다.


2072년 1월 8일

치열히 삶의 물음에 응답해 온 나 자신에게.



생을 떠나는 내가 생을 이어가려는 나에게

결국, 이 유언장은 앞으로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이정표같이 느껴졌고, 죽음의 문턱에 내가 현재의 나에게 전하는 메시지 같았다.

죽음에 문턱에서 쓴 이 유언장이 결국 내가 앞으로 인생을 후회하지 않게 살기 위한 작은 신호등 일 것이다.

올해는 어제보다 오늘 더 나를 사랑해야지. 주어진 모든 것들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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