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별 홀로서기 [05]
풀릴 듯 말 듯 풀릴 듯 말 듯
어느덧 경매가 시작된 지도 2달이 훌쩍 지났어요. 24년도의 여름은 다사다난하고 참으로 고됬습니다.
경매가 진행되는 와중에 자전거 사고도 나서 쇄골 골절 수술도 받았답니다. 수술 후 오른쪽 팔에 깁스를 하면서 더운 여름날 법무사, 변호사 분들을 만나고 서류 떼려고 왔다 갔다 정말 저에겐 잊을 수 없는 한 해가 될 거 같아요.
그간 일어난 일들을 좀 말씀을 드리자면, 8월 중순에 이 건물의 임차인들과 1차 모임을 가졌어요. 아랫집 한분이 저에게 먼저 임차인들과 단톡방을 파서 이야기를 함께 나눠보면 어떻겠냐고 제안을 주셨고, 그렇게 연락이 닿는 총 6명의 임차인이 1차 모임을 가지게 되었답니다.
그렇게 집 근처 카페에 모인 임차인들은 다들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또래들로 보였고, 인생에서 첨으로 맞이하는 큰일(?)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어요.
먼저 소집 제안을 주신 아랫집 여자분께서 운을 떼셨습니다.
"안녕하세요. 다들 놀라셨겠지만, 현재 이 집이 경매 중입니다. 그리고 저희가 알고 있는 정보들을 모아 서로 공유해 볼 수 있는 것들은 공유하여 해결점을 찾아보려 합니다."
모두는 그렇게 각자 자신이 수집한 정보들(확정일자, 전세금, 집주인 정보 등)을 하나둘 풀어내기 시작했고, 한데 취합하여 정리하여 단톡방에 올렸어요.
서로 그간의 걱정과 하소연들이 이어졌고, 어느 정도 저희가 해야 할 방향도 가닥이 잡혔습니다.
첫째, 현재 진행 중인 임의경매는 기각될 확률이 높다 (이유 : 경매를 건 채권자의 *무잉여기각)
*무잉여 기각이란 : 경매비용과 경매신청채권자, 임차인들 보증금보다 우선하는 채권액을 변제하고 남는 금액이 없다고 판단할 때 법원에서 무잉여를 이유로 경매를 직권으로 기각하는 것 (한마디로 경매건 사람이 경매를 통해 받을 것이 없기에 법원이 경매를 기각한다는 것!)
둘째, 경매가 기각이 된다면, 개인적으로 전세금 반환소송을 통하여 승소 후 집행권원을 얻어 이 집에 대한 강제경매를 신청. (현재 이 건물의 전체 가액은 약 23억으로 임차인 모두 배당금을 돌려받을 가망이 매우 높다)
이렇게 임차인들이 해야 할 액션플랜이 정리가 되니 그나마 마음이 놓였고, 그래도 나 혼자만의 싸움이 아닌 것에 조금이 나마 마음의 안도감이 들었어요. 그렇게 임차인 1차 모임은 나름 실효성 있게 정리가 되었습니다.
무잉여 기각결정
그렇게 임차인 모임을 가지고 약 3주가 흘렀을까? 역시나 법원에서는 무잉여 기각으로 경매가 기각되었다는 판결문이 올라와 있었습니다.
그제야 다소 한 시름이 놓였어요. 일단 급한 불은 꺼졌고, 내 돈이 해당 경매를 통해 날아가는 경우는 지워짐 셈이었죠. 하지만 한편으로는 내 보증금을 언제 받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맴돌았습니다.
현재 등기상 집주인의 채권다툼으로 약 6억의 근저당이 잡혀있는 상황이라 새로운 임차인을 받을 수도 없었고,
이미 계약기간이 끝난 다른 임차인들도 돈을 아직까지 못 받고 있는 상황이라 저 역시 계약기간이 만료된다 하더라도 언제 받을 수 있는지는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정말 큰돈이 메여있는 상황으로서 하루하루 재판결과에 기분이 천당과 지옥을 왔다 갔다 하는 근래입니다.
하지만 전세금 반황소송이 한창 진행 중이라 다시 눈을 부릅켜고 제 돈을 찾아야겠죠. 찾을 겁니다. 반드시.
ep6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