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데자뷔(deja vu)의 반대말을 아시나요?
작은 창문 밖은 벌써 캄캄한 밤하늘이었다.
오래전이다.
에어캐나다가 태어나 처음으로 타는 비행기였다. 새로운 지식을 더 배우기 위해 아는 사람 한 명도 없는 캐나다를 향해 몸을 실었다.
여권사진과 같은 옷을 입고서....
그런데 전에 갔던 것처럼 모든 과정들이 익숙하게 느껴졌다.
대학교부터 대학원까지 쉬는 시간 없이 아르바이트와 장학금이 목표였나 보다.
밤새 음악 작업하며 녹음실에서 간식 먹던 시간들, 빨리 집에 가라고 혼내던 도서실 경비 아저씨와 기싸움이 거의 매일의 루틴이었다.
어느 날 도서관 반납대에 올려놓은 책.
최병철 작가의 '음악 치료학'이란 한 권을 그대로 읽게 되었다. 음악으로 마음이 아픈 사람들을 치유한다는 내용에 국내에서는 알지 못한 영역의 기대감이 나를 자극했다.
하지만 내 기대는 시간이 지날수록 변하기 시작했다. 사람은 좋아하는 일보다는 잘하는 일을 선택하는 것이 낫다는 말이 기억난다.
캐나다와 일본에서 문화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경험해 보니 웬만한 모난 이들과 관계에서도 배짱으로 단단해진 굳은살이 되어 버렸다.
현재 내가 하는 일은 전공과 다르다. 일본 오사카 IHG 그룹의 호텔리어이다.
국내외 회원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그들의 여행을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시간의 추억을 담아 주는 일이다. 이국에서 맛보는 전통 음식에서부터 세심한 배려까지 하나하나 정성을 기울이려 노력한다.
'호스피리티(Hospitality)'는 우리말로' 환대', '접대'이고, 일본어로 '오모테나시(おもてなし)'이다.
커스터머에게 귀중한 사람이라는 서비스를 느끼게끔 메너 하나하나가 세분화 되어있고, 세련된 감각을 노력한다.
전문성과 효율성을 갖춘 숙련된 직업인으로 호텔리어들은 자부심을 갖고 있다.
'자메뷔(jamais vu)'를 아세요?
데자뷔(deja vu)와 반대의 뜻으로
이전에 경험했던 것이,
낯설고 처음인 것처럼 느끼는 것입니다.
그때처럼 오늘도 늦은 저녁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번 여행은 내 나이를 시간에 맡긴 홀가분한 느낌이 든다. 낯선 두근거림이다.
과거의 내 모습이 작은 비행기 창문으로 보인다.
잘 참고 견뎠구나.
그런데 이 모습은 많이 낯설다.
아직 끝나지 않은 시간의 여행길을 떠나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