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엘리아의 일기
좋아하는 옷 vs 맞는 옷
"대학만 들어가 봐. 뭐든 다 할 거다."
자습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단짝과 자주 신당동 떡볶이 타운에 들렀다.
"내가 말이야 대학만 들어가면...! 빨리 먹자, 소프트콘 먹어야지! "
이 마성의 두 조합은 대학 입시의 불안감을 위로해 주는 소울푸드였다.
신당동 마복림 떡볶이
야간 자습과 힘들던 고3의 시간은 독감처럼 지나갔다. 뭔가 될 것 같은 기대감과 그간 연습해 왔던 것이 한순간에 끝나 버릴 것 같은 불안감에 매일 매일 감정의 날이 서있었는데.... 앓고 나니 아픈 감각은 기억이 남는다.
원하던 대학 입학의 순간은 언제 그랬냐는 듯 4년은 지나가고 졸업과 함께 진로가 갈라졌다.
교수님들은 졸업을 앞둔 제자들에게 묻는다.
졸업하면 뭐 할 거냐고.
취업은 뭐... 시집이나 가지.
결혼, 취업, 대학원, 유학...
여대라 전역만 없을 뿐이었다.
이 대학만 입학하게 되면 지하철 입구부터 학교 정문까지 청소하겠다는 아이는 청소한 번 한 적 없었다.
어느새 윗사람 눈치 보느라 진이 빠졌다는 푸념을 동창회 때 늘어놓는다.
아이가 밤에 자질 않아 죽겠다며 결혼해서 애 빨리 낳지 말라는 제일 먼저 결혼한 친구가 울상이었다.
그래도 결혼은 언제 할 거냐는 명절날 친척들 훈수보다 낫다.
세련된 화장, 은은한 향수 향기... 언제 이렇게들 나이가 먹었지?
아름다운 나이
향기로운 나이
학교 앞엔 예쁜 옷가게가 즐비했다. 보면 예쁜데 입어보면 어울리지 않는 옷들.
한 친구가 입을 삐쭉거리며 말한다.
"저 옷 입으려면 내가 옷에 몸을 맞춰야 해. 언제 빼냐..."
내게 맞는 옷. 내게 어울리는 옷.
나를 만족시키는 옷.
헝겊이나 실로 만든 옷이 아닌 나의 나다운 모습을 더 브랜딩해 주는 옷이다.
그 옷을 찾으러 한국을 떠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