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끗히끗 2막 시작
잘 가라 2024, 어서 와라 2025
우리는 늘 누군가의 무엇으로 살고 있다. 직장인으로서, 부모로서, 자녀로서, 수많은 역할에 쉼 없이 전진한다. 어제 같은 오늘을, 오늘 같은 내일을 남에게 집중하며 살아가는 사람들. 그 사람 중 한 명이 나라는 것을 안다. 부정하고 싶지만 사실이다.
2024 12.31. 마지막날 아침이다, 강한 햇빛이 차가운 공기를 밖에 두고 창문을 뚫었다. 찬공기를 빼돌려서인지 유리를 뚫은 능력을 자랑하는 것인지 그 빛이 의기양양하다.
유난히 반짝이는 흰머리가 보인다. 언제부터였을까, 제법 흰머리가 길다. 누가 슬그머니 씨앗을 뿌려 놓았는지 모종하고 갔는지 어느새 자기 자리를 꿰찼다. 바쁘게 살아온 삶에 제동을 거는 양, 나를 바라봐달라 떼쓰는 응석인양 흰머리 몇 가닥이 신호를 보내며 반짝인다.
나이만큼 삶의 속도가 빠르다더니 참인가 보다. 돌아서면 송년이고 새해다. 내 젊음이 저물고 있음을 흰머리 돋으니 실감 난다.
가려는 청춘 시원하게 보낸다.
히끗 머리로 하얗게 빛낼 나만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음을 환영한다. 남보다는 나에게 집중해도 되는 시기가 중년이다. 중년이 행복한 이유, 이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은가.
차갑다고 햇빛이 졸더냐. 흰머리 퍼져도 내 열정은 식지 않는다.
잘 가거라 2024.
어서 와라 2025.
다시
청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