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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氷"

어반플랜트 서빙고

by hyog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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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특별시 용산구 서빙고동의 '서빙고(西氷庫)'의 유래를 아시는가. '서빙고'는 조선시대에 얼음을 채취, 보존, 출납을 맡아 하던 관아였고 지금의 서빙고동 둔지산 기슭 한강가에 있었다. 꽤 큰 규모였다고 하는데, 지금은 '서빙고터'라 해서 인도에 작은 비석 하나만 세워져 있을 뿐이다. 안타깝게도 그 이름에 '얼음 빙(氷)'자가 들어감에도, 그때의 역사를 기억할만한 장치가 부족해 이와 관련된 이미지는 생각조차 나지 않는다.


다행히, 그런 이미지를 이제는 '어반플랜트 서빙고'에서 떠올릴 수 있게 되었다. 이곳은 골목 깊숙이 자리한다. 간판이라곤 글자가 새겨진 것이 아닌, 기호로 표기된 것만 있어 반신반의하며 그곳으로 방향을 틀어본다. 더 좁은 골목길을 지나 계단 몇 개를 걸어 올라가다 보면, 익숙한 형태를 가진 건물이 보이는데, 기와지붕에 볕을 잘 들이기 위해 배치한 'ㄱ'자형 건물이 그것이다. 형태는 익숙할지언정, 그것을 구성하는 모든 것은 새로워 좁지만, 볼거리가 많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바로 마당이다. 우리네 마당은 '마사토'를 깔았다. 마사토는 반사율이 높아 길게 뻗은 처마로 내부에 빛이 들어오지 않는 곳을 밝혀줘 한옥의 단점을 보완한다. 그래서 궁궐 건축이나 전통 한옥의 앞마당에는 항상 똑같은 베이지색의 입자가 큰 흙이 마당에 깔려 있다. 이런 이유로 좀 더 색다른 경험을 위해 흙 대신 물로 마당을 채웠겠거니 싶었다. 하지만 생각해보시라. 오직 그런 의도만을 가지고 불편하게 징검다리를 건너면서 안으로 들어가게 하는 동선 처리는 아무리 생각해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좀 더 명확한 다른 이유가 있음이 분명했다.


서문에서 이야기했듯, 서빙고는 얼음을 보관하던 관서였다. 궁중, 문무백관, 환자, 죄수들에게 나누어 줄 얼음까지 저장할 정도로 규모가 컸음에도, 지금은 어떠한 흔적도 찾아볼 수 없다. 이를 바탕으로 동의 이름까지 지어졌는데도 말이다.


이런 문제점을 그들도 알고 있었던 걸까. 어반플랜트 서빙고는 그들이 할 수 있는 선에서 땅의 맥락을 되살아나게 하려 했던 모습이 보인다. 물을 얕게 채워 날이 추우면 쉽게 물이 얼게 했고 그 위를 위태롭게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얼음을 직접적으로 볼 수 있게 했다. 수공간 아래를 채우는 회색 벽돌은 그렇지 않은 날에도 한강에서 일정한 크기로 얼음을 재단하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이 해석은 과연 억지일까. 나는 아니라고 본다.


#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서울특별시 용산구 서빙고로59길 7-4 어반플랜트 서빙고

매일 11:00-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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