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클 서촌
“동네와 프로그램” - 아티클 서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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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자기한 건물이 동네를 아늑하게 만드는 서촌에서 유독 검게 칠해진 건물이 눈에 띈다. 건물의 너비만큼 길게 난 창과 그 너머로 보이는 커피 바 전경, 측면에 배치된 입구와 작게 뚫린 창, 층을 나눈 매스와 이를 강조하는 재료 사용은 건물을 더 작게 만들어 동네에 잘 스며든다.
‘아티클 서촌‘은 ’기사, 글‘처럼 커피 한 잔에 이야기를 담는다. 계절마다 어울리는 블랜딩과 각기 다른 이야기로 원두를 소개한다. 손님은 향을 맡아보고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펼쳐보며, 그날의 기분과 날씨에 맞는 원두를 택한다. 1층에 마련된 바는 크지 않은 창과 바닥에 검은 돌, 짙은 가구로 차분한 분위기를 가지고, 2층은 붉은 카펫과 넓은 창으로 환한 분위기를 가진다. 동선과 자리에 앉아 보이는 시선의 끝엔 전부 창이 뚫려 있어 푸른 잎과 동네의 활기참을 본다.
건물이 작을수록 신경 써야 하는 공간 디테일은 출입문과 동선에 놓인 미닫이문, 조명, 에어컨 마개부터, 블랜딩, 원두를 택하는 공간과 마시는 공간의 적절한 구분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눈에 보이는 부분부터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신경 써, 공간 경험을 방해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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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경복궁, 인왕산이 동네를 감싸 섬처럼 갇힌 서촌은 청와대로 인한 개발 제한과 한옥 밀집 지구 지정으로 서울의 개발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쇠퇴하는 동네였지만, 도시가 과밀해질수록 작은 건물이 옹기종기 모여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동네는 더 부각되었다.
도시와 달리 오밀조밀한 동네에 적합한 프로그램이 존재한다. 서촌의 중심부에 있는 통인 시장이 그렇고 자하문로9길에 나열된 서점과 음식점이 그렇다. ‘아티클 서촌‘은 카페로서 동네와 어울리는 프로그램과 공간을 가지니, 그곳에서 경험하는 커피 이야기는 더욱 특별해질 수밖에 없다. 모세혈관처럼 퍼진 거리 곳곳을 누비다 마음에 드는 공간을 발견하는 재미는 작은 동네에서만 가능한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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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글 : 신효근 ( @_hyogeun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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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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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자하문로7길 69-3
매일 11:00 - 2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