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현미 과천관 - 원형 정원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은 앞선 게시물에서 위엄과 장엄함을 건축적으로 표현해내려 했음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의도와 표현은 지금의 세대와 맞지 않는다. 이미 건축은 커질 대로 켜져 온갖 멋은 다 부리며 잘난 체하다, 그것에 질려버린 사람들의 마음을 다시 잡기 위해 아주 작은 존재로, 작아질 대로 작아져 사람들의 생활 곳곳에 침투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특정인의 전유물이었던 건축이 이제는 누구나 경험하고 즐길 수 있는 것으로, 돈을 모아 자신의 집 한 채를 지어 노년기를 즐길 수 있는 꿈을 꾸게 해주는 장치로, 건물이 안 되면 공간이라도 변화 시켜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 가능성과 기회를 주는 장치로서 말이다.
늘 작은 존재로 여겨져 왔던 물건은 그것 하나만으로 나의 생활이 바뀌고 세상을 바꿀 수 있으며 이것이 없으면 생활이 불가능할 것처럼 홍보한다. 특히나 애플은 그들의 제품이 가장 위대하고 장엄하며 세상에 모든 것과 비교했을 때도 자신의 것이 가장 우월하다고 말한다. 당연한 결과다. 자신들의 제품이 제일 좋다 홍보해야 잘 팔릴 테니깐. 광고에서는 늘 우주를 배경으로, 제품이 비행물체가 되어 소리부터 구도까지 엄청나게 거대한 것이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긴장하게 한다. 때론 사람을 작게 축소해, 기기가 건물이 되어 사람이 그곳을 누비며 성능을 설명하는 영상까지, 사물은 점점 거대하게 사람들에게 어필하려 한다. 하지만 건축은 점점 작아져 사람과 친해지려 한다. 그리고 그래야 한다.
건축을 쉽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무궁무진한 방법과 정보가 쏟아져 나오는 지금 이 시대에서, 한국 전쟁 이후 한국 건축을 새롭게 이끌어가야 했던 그 시대 그들이 보여주었던 건축의 접근을 지금 세대에 통하지 않는 논리 그대로 우리에게 주입하는 것은 옳지 않다. 구마겐고는 이런 그들을 사회에 통하지도 않는 논리로 자신들이 가장 우월하다고 생각하며 지금 시대에 일본도를 닦는 '사무라이'와 같다고 말한다.
하지만 과천관이 보여준 이번 프로젝트는 자신들의 모습에 변화를 꾀해, 다른 세대와 어울리지 못하는 꼰대가 아닌, 지금 세대와 어울릴 수 있는 인싸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새롭게 단장한 2원형전시실에서 펼쳐지는 두 개의 공간은 모두 휴식이라는 단어로 수렴한다. 주변 산야의 식생을 정원의 주된 재료로 사용하고 그 내부는 정원을 빙 둘러앉아 식생을 보고 감상할 수 있게 했다. 정원에서는 두 개의 창문은 뒤로 보이는 산과 정원의 자연을 중첩해 색다른 느낌을 준다.
내부의 프로그램인 동그라미 쉼터는 일부 바닥이 흙더미를 쌓아 올린 것처럼 올라와 아이들이 그곳에서 놀기도 하며, 창밖에 펼쳐진 하늘과 산이 겹쳐 만든 선을 감상하기도 한다. 곳곳에는 어떤 식생이 심겨 있는지 설명글도 있어, 끝이 없는 순환 동선을 가진 원형 건물에 쉼표를 제공한다.
봄이 찾아오면 이곳은 나비와 새의 핫플레이스가 된다. 그리고 위엄과 장엄함으로 경직되었던 긴장감을 풀어 주는 공간으로서 많은 이들이 찾는 쉼터가 되었다. 꼰대가 아닌 인싸로,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힘을 갖게 된 것이다.
#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경기 과천시 광명로 313 국립현대미술관 2원형전시실
매일 10:00 - 18:00 (매주 월요일 휴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