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중반 어쩌자고 백수가 되어버린.....
2016년 2월 어느 날. 구정이 막 끝나고 일주일 만에 도서관을 향했다. 그 앞을 항상 지키고 있는 사람 손을 꽤나 탄 길고양이 두 마리가 조용히 오가는 사람들을 반긴다. 동물를 꽤나 좋아하는 나는 오늘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잠시 흰둥이를 쓰담쓰담 하면서 장난을 친다. 쓰담아 주면 마치 강아지 마냥 좋다고 배를 뒤집고 애교를 부린다. 구청의 지원과 도서관 직원들의 보살핌으로 집과 밥이 제공되는 이 두녀석은 길고양이 치고는 제법 복이 많은 녀석들이다. 길에서 먹고 자고 생존하는 다른 길고양이들 과는 달리 똑같지만 좀 더 용기도 내고 운도 좋게 사람들에게 간택(?)을 받아 편한 나날을 보내는 두 고양이를 보고 내 처지가 조금 슬퍼졌다. 이 두 녀석도 살아가는 방식의 무언가를 깨닫고 다른 길고양이들 보다 뛰어난 처세술을 발휘하여 안위를 누리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반면, 나는 세상에서 도태되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약 5년 동안 몇 군데의 회사를 다니며 돈을 벌었지만, 정말 하고 싶은 것을 찾지 못하는 것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누르지 못했다. 그러다 잘 다니던 회사를 옮기다가 사기꾼 같이 말만 번지르르한 인간에게 함께 하자는 말에 혹해서 이직을 했다가 3개월 만에 쫓겨나다시피 그만두게 되었다. 그리고 나서 대책없는 백수 생활이 시작 되었다.
35살..어설픈 경력에 어디 들어가기도 애매하고, 파릇파릇한 20대 신입처럼 다시 들어가기도 어려운 나이가 되어 버렸다. 하지만 차라리 잘 되었다 싶기도 했다. 이대로 돌이킬 수 없는 장기 백수가 될까 두렵지만, 되는대로 아무데나 들어갔다가 인생만 허비하는 것보다야...조금 느리더라도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시간을 갖고 생각하기로 했다. 백수가 된 첫 2주 정도는 정말 시원했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 보다는 해방감? 같은 것이 더 컸었다. 지금도 첫 2주 만큼은 아니지만 나름 즐기고는 있다. 하지만 두려움도 시간이 지난 만큼 커지고 있다.
요즘 '문송합니다.' 라는 말이 유행이다. 그렇다. 나는 전형적인 문과생 이다. 특별한 기술 없이 중소, 중견기업의 영업이나 관리직을 전전한 나와는 달리(영업을 무시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만...), 동생은 이공계를 나와 간첩도 알만한 대기업을 다니고 예쁜 신부와 결혼에 성공하고 최근 임신소식 까지 전해졌다. 주변에서 그 누구도 이 상황을 직접적으로 비교하지는 않지만, 나는 나 스스로 내처지를 용납할 수 없었다. 동생의 즐거운 소식들이 기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나는 뭐하고 있나 라는 생각에 초조해 지고 있다. 어떻게 해야하나....어떻게 해야하나....수천 수만번을 고민하고 또 고민하고 있는 중이다. 두 달 간의 고민과 이곳저곳 알아본 결과 다행히도 내 전공과 조금은 어울릴 만한 자격증을 하나 발견 하고 무조건 합격을 해야한다는 생각에 사활을 걸고 준비 중에 있다.
중고등 학생 때 조금만 공부하는 방법을 알았더라면, 공부에 대한 당위성을 알았더라면...20대 때 삶의 목표를 설정할 줄 알았더라면. 내가 하고 싶은게 무엇인지 찾아보려고 했었더라면....이라는 생각은 철없던 시절에 대한 뒤늦은 후회는 지금의 나를 비참하게 만들 뿐, 조금도 보상해 주지 않는다. 그리고 나는 내 삶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 N포세대에 끼고 싶지 않다. 짜증나는 현 시대의 흐름을 타고 주저앉고 싶지 않다. 이런 마음을 가지고 나는 오늘도 도서관 지킴이 해리와, 흰둥이에게 인사를 하고 발버둥 치기 위해 노오오력을 하려고 도서관에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