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사장. 대표이사..
내가 모 제조업체에 입사하고 사장과 처음으로 인사 차 1:1 면담을 한 적이 있었다.
대표는 "그래, 자네..전에 무슨 일을 하다 왔다 그랬지?" 라는 물음에 나는 "네. 금융IT 관련 제조 업체 영업부 소속 이었고, 어디어디를 관리하고 이러저러한 일을 했습니다." 여기 까지는 좋았다. 그 다음 부터 들을 내용은 내가 앞으로 이 회사에서 일 하면서 귀에 피가 나도록 들을 이야기 였다.
"음~ 그래. 자네도 영업을 오랫동안 해왔지만 말야~ 난 이 사업을 하기 전에는 모 보험사 에서 수년간 보험왕을 해 왔어. 네가 지금껏 한 영업은 영업도 아니야~ 그리고 난 지금의 사업을 위해 보험을 했던 것이고 집안의 반대를 무릎쓰고 결국 여기까지 왔지. 또한 난 이 사업 초기에도 막 보험영업 맨땅의 헤딩식 으로 일도 해 봤어. 너도 그렇게 하길 바래. 그리고 내가 보험 지부장 시절땐 말이야............"
나는 처음 대표의 성공담을 들었을 때는 정말 대단한 분이구나 라고 감탄을 했다. 나로써는 보험으로 성공 할 수 없는 성격, 인맥 그리고 게으름 이었기에..물론 지금도 그의 업적을 인정한다. 그러나 좋은 보약도 매일 먹으면 탈이 나는 것을...그는 나 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도 면담 할 때마다 똑같은 레파토리의 자기의 자랑을 늘어 놓았다. 어느때는 어떤 정답이 없는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의견을 말하는 일에 겨우 아이디어를 내 놓으면 "음~ 자네의 생각은 그렇군. 그러나 그건 옳은 방법이 아니야. 이건 이러이러 해서 무조건 안될꺼야." 정말 답정너의 끝판 왕 이었다. 더 한 것은 마치 80년대 시절에 있는 것 마냥 면담할 때면 항상 그의 사무실 안에서 담배굴뚝 냄새를 수십분을 맡아야 한다는 점 이었다. 이렇듯 과거의 영광에 심취하고 앞뒤가 막인 사람 이다보니 어쩔 수 없이 매일 들어가는 임원들을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그와의 면담을 피하려고 별의별 짓을 다하는 웃지못할 상황들도 많이 있었다. 우스갯 소리로 직원들끼리 뒤에서 "내가 지부장 시절땐 말야~~" 하면서 서로 흉내 내면서 놀리기도 하였다. 해답이 없어보이는 그의 성격에 나는 그를 꺼리기 시작하였고 그를 피하기 위해 최대한 조용히 지내고 싶어졌다. 묵묵히 일하는 스타일을 추구하는 나에게는 조용히 지내는 것은 아주 쉬운 일 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적지않은 시간을 두고 그를 보면서 나는 대표라는 지위가 어쩌면 가장 외로운 직책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직원들이 자기를 외면하고 싶어하는 것을 알것 같기도 하다. 아니 모른다면 그야말로 문제가 있지 않을까. 또 내가 가지고 있는 지극히 일반적 상식들이 그에게는 비상식 이었고 대표의 상식이 내게는 비상식 인것도 어쩌면 그가 이 업계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이 아닐까 하는 생각의 전환도 해보았다. 어떻게든 더 넓게 생각하기 위해 만들어진 비상식 같은 상식 일지도 모른다. 물론 아직도 나는 잘 모른다. 그저 그를 이해해 보기위한 추측일 뿐이다만 이렇게 라도 생각하지 않으면 이해가 안될 것 같았다. 대표는 외로운 직업이니까 어쩔 수 없이 눈치보는 직원보다 더 말을 많이 할 수밖에 없고 할 말이 없으니 했던 말 또하는 것이고..그렇다고 내가 그의 입을 원천 봉쇄할 정도로 잘하는 것도 없지 않은가. 하다못해 조그마한 가게를 하는 내 아내의 직원도 내 한마디에 자칫 눈치를 보는 마당에 수십명의 직원을 거느리는 대표야 어떻겠나 이해가 갔다. 한편으로는 대표답지 않은 착한 면도 있었다. 성격 삐딱한 직원이 앞에서 툴툴거려 화가나도 뒤에서는 내가 잘못한게 뭔가 전전긍긍 하기도 하고 못하는 직원이 있으면 어떻게 키워줄 수 있을까 고민하는 보기드믄 착한 심성의 그이기도 하다. 적어도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재떨이 던지는 사람은 결코 아니었다. 물론 직원의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이 나쁜 점이 더 커보일 수밖에 없지만.. 여하튼 내가 겪은 모든 대표들은 거의 평범한 사람들은 아니었다. 예를 들면 대표가 갑자기 자기 매장으로 들어와 다짜고짜 소리를 지르고 매니저의 뺨을 수차례 때렸던 사건, 회의 중 변명같지 않은 말이라고 재떨이를 던지던 사건. 이 외에도 가끔 뉴스를 보면 기업 오너들이 직원들에게 갑질하는 숱한 사례들이 얼많아 많은가. 어쩌면 기업의 우두머리라는 자리는 제정신인 사람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자리기에 저런 일들이 있는 것 일지도(특히 한국의 경우에는 더)... 물론 저런 행동들이 합리화 되어서는 안된다. 그만큼 싸이코 기질이 있어야 가능한 것 아닐까 라는 슬픈 추측마저 들기 때문이기 때문이다. 여하튼 나는 아직도 대표가 가끔 나를 불러 앉히고 담배를 태우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때마다 반박하고 싶은 말은 목구멍 까지 차오르기도 하면서 이 자리를 빨리 나가려면 그냥 조용히 수긍하는게 좋은거 같다 라는 내면의 의견 대립을 항상 하고 있다. 이렇게 조용히 입다물고 있는게 나를 위해서 좋은 건가? 그렇다고 뭔가를 더 말해봤자 이 정신과 시간의 방 (만화 드래곤볼에 나오는 장소, 지구의 하루가 방에서는 1년이 지남. 직원들 끼리 우스개 소리로 대표님 방을 '정신과 시간의 방' 이라고 말한다.) 같은 곳에서 나갈 시간만 더 길어지는 거 아닐까? 나를 위해서 그리고 회사를 위해서 어느 행동이 더 나을지 나는 아직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