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요가 기억하는 것

폴라폴리스 담요

by 이든

소파에서 잠이 들었다

딸이 쿠션으로 머리를 받쳐준다

잠시 후 담요를 덮어준다

고마워, 잠 속에서만 인사한다


새벽에 깼다

딸은 불도 끄지 못하고 잠들었다

갑자기 뚝 떨어진 날씨에 고단했나 보다


소파가 어수선하다

쿠션을 정리한다

다시 잠들면 딸이 나간 후에야 일어날 것이다

출근하는 딸에게 어질러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다


담요를 갠다

강여사 장례식장에서 쓰다가 H 병실에서 쓰다가 집으로 가져온 담요다

가볍게 개진다

인지부조화, 가늠되는 무게보다 몇 배나 가볍다

깡말라 뼈만 남은 육신처럼 가볍디 가볍다


사람 떠나보낸 물건이니 무겁고 차갑고 어두운 기운이 스몄을 것 같은데 그렇지가 않다

다정하고 포근하다

폴라폴리스 담요가

생명의 마지막 흔적을 품고

나를 먹먹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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