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에
창이 환하게 밝았다. 머리맡 휴대폰을 들어 시간을 확인한다. 8시다. 휴대폰에 지인들 근황이 뜬다. 지방선거 예비후보등록을 마쳤다는 영상 속 지인은 당차 보인다. 정당 점퍼를 입은 몇 사람이 더 보인다. 6월을 거대한 축제장으로 만들려는 걸까 분위기가 술렁거린다. 가깝지 않은 이들의 근황도 이어진다. 양육자상담을 시작했다는 지인, 마을 행사를 소개하는 지인, 잘 차려입고 어느 기관 개소식장에 서 있는 지인, 어지럽다. 휴대폰에 저절로 나타나는 그들의 모습을 안 보고 싶다. 휴대폰을 끄고 거실로 나온다. 식전 30분 전에 먹어야 하는 약 한 알을 삼킨다.
발이 얼어붙은 느낌이다. 그렇게 기다리던 봄이 오고 있음에도 에너지가 안 생긴다. 오늘 할 일을 확인한다. 정원에서 하는 장 담그기 모임만 참석해야겠다. 그런데 그것도 즐거울 것 같지 않다.
휴대폰 속 지인들의 활기에서 충격을 받았다. 뭔가 나만 정체된 것 같은 답답함이 느껴졌다. 이 얼어붙은 느낌의 정체를 생각한다. 겨울 나는 게 고통이다. 어서 언 땅이 녹고 씨앗을 뿌릴 수 있기를, 그래서 정원이 아기자기하게 피어나기를 조급하게 기다렸다. 오늘이 우수, 본격적인 봄이다. 그럼에도 봄기운이 돌지 않는다. 뭐가 문제인지 궁리한다.
타로카드를 뽑았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카드는 당장 무언가를 쏟아내고 싶고, 지인들처럼 활기 넘치는 모습을 기대하는 마음이다. 하지만 세 번째 카드는 꼼짝할 수 없다고 말한다.
지팡이 여덟 개를 한꺼번에 날릴 수 있는 파워. 새로운 시작을 만들어내는 창조력을 발휘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지금의 나로서는 불가능한 에너지. 그저 열정 넘치는 그들을 응원할 수밖에. 그리고 낮게 짧은 거리를 날릴지라도 한 개 지팡이는 잡는다는 심정으로 이 글을 쓴다.
다행이다. 햇살이 살금살금 거실로 퍼져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