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9월 3일 오후 1시 31분.
3.2kg의 작은 몸을 가진 둘째가 세상에 나왔다.
이상하게 가진통이 잦았던 터라
이번엔 정말 끝까지 참다가 신랑과 병원으로 향했다.
12시 20분쯤 병원에 도착해 겨우 한 시간 남짓 지나
아기가 내 품을 떠나는 듯한 느낌과 함께,
둘째가 세상 밖으로 나왔다.
태아는 태어나자마자 울음을 터트리며
양수에 젖어있던 폐를 스스로 펴며 호흡을 시작한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 아기는 그 타이밍을 정확히 맞추지 못했다.
울음이 어딘가 이상했다.
의사는 미세한 변화 하나 놓치지 않고
지오를 인큐베이터로 옮겼다.
“자가 호흡을 하다 보면 좋아질 수 있으니 경과를 봅시다”
그 말은 분명 ‘괜찮을 수도 있다’는 뜻인데,
왠지 모르게 불안이 먼저 밀려왔다.
나는 회복실로 옮겨졌고,
문이 닫히자마자 간호사가 숨을 고르듯 말했다.
“아기가 자가 호흡이 불안정해서
아빠랑 함께 강남성모병원으로 구급차 타고 이동했어요.”
예상도 못했던 말.
몸보다 마음이 먼저 무너져내렸다.
아기는 괜찮을 거라 생각했는데
순식간에 ‘큰병원’이라는 단어가 쏟아졌고
그 말이 내 가슴을 쪼여왔다.
눈물이 쏟아지는데 멈추질 않았다.
담당 교수님은
“정말 괜찮을 거예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라고 말했지만,
그 말이 내 불안의 크기를 넘어서진 못했다.
보호자가 함께 올라가야 입원실로 갈 수 있었는데
신랑은 아기와 함께 병원으로,
나는 홀로 회복실에 남겨져 있었다.
간호사가 내 짐을 들어주며 휠체어를 밀어주었다.
계속 울고 있는 나에게
“정말 이런 경우 많아요, 금방 자기 호흡 찾을 거예요.”
라고 몇 번이고 달래줬다.
하지만 입원실 침대 위에서
아기 걱정 때문에 편히 눕지도 못하고
핸드폰만 쥔 채 신랑의 연락이 오기만 기다렸다.
첫째를 건강하게 키우고 있었기에
더 비교가 되었고, 그래서 더 불안했다.
만약… 혹시…
머릿속은 온갖 상상으로 가득해졌다.
그때 언니가 떠올랐다.
조카를 넷이나 키워 본,
어쩌면 의사보다 더 경험 많은 사람.
내 전화를 받은 언니는 형부와 함께
말 그대로 ‘한걸음에’ 달려왔다.
“그런 신생아들 많아.
며칠만 지나면 정말 거짓말처럼 괜찮아져.”
언니의 목소리는 단단했고,
그 단단함이 내 가슴을 감싸는 듯했다.
간호사의 말보다, 의사의 말보다
언니의 말에 마음이 조금 놓였다.
저녁이 되어 신랑이 돌아왔다.
신랑은 거짓말을 못하는 사람이었다.
얼굴에 모든 게 다 드러나는 사람.
그 얼굴을 보는 순간
아기의 상태가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걸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어떻게 됐어…?”
“신생아 중환자실에 입원했어.
일단 경과 지켜봐야 한대.
면회는 매일 12시 한 번.
자기는 몸 좀 추스르고 회복되면 같이 보러 가자.”
그 말 앞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기다리는 일.
그것뿐이었다.
아기가 무사하기를.
하루빨리 내 품에 돌아오기를.
종교가 없는 나였지만
그날만큼은 하늘에, 바다에,
보이지 않는 모든 존재들에게
기도를 올렸다.
그렇게 또 하나의 긴 밤이 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