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이 무던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예민한 구석이 있는 나는,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서는 꼭 배가 아파 화장실을 들락날락해야만 했다. 중고등학교 시험기간에만 그런 것이 아니라 대학, 대학원을 거쳐 취업 시험을 볼 때까지도 쭉 그랬다. 요새는 시험을 볼 일이 거의 없지만 만일 승진 시험 같은 것을 보게 된다면 마찬가지상황이 반복될 것이다.
반대로 낯선 곳에 가면 며칠이고 화장실에 가지 못했다. 가장 긴 시간을 끌었던 것은 막 대학생이 되었을 때 유럽에서 스무 명 남짓의 외국 학생들과 함께 지내는 프로그램에 참여했을 때였는데, 외국 생활도 처음이고, 그들의 문화도 낯설고, 영어도 부족하고, 무엇보다 대학 기숙사의 공중 화장실 사용이 너무나 어색해서 2주간을 화장실을 가지 못 했다. 어떻게 병원에 실려 가지 않고 버텼는지 신기하기만 한데, 아무튼 마른 몸에 배만 뽈록 나와 있었다.
이런 극단적인 상황을 제외하면 보통은 장운동이 활발하지 못하다. 그래서 많이 걷고 움직이는 습관이 생겼다. 어려서부터 밖에서 뛰어놀고 온 날과 공부를 한다고 하루 종일 앉아만 있던 날의 상태가 다르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움직이는 것은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되었다.
며칠간 발이 불편해서 집 밖에 나가지 않다 보니 자연스럽게 외식이 줄었다. 일 할 때나 공부할 때는 그렇게도 오지 않던 점심시간과 저녁시간이 집에서 직접 밥을 차려먹을 때는 빨리도 돌아왔다. 막 설거지를 끝낸 것 같은데, 돌아서면 또 밥때가 되어 있었다. 그러니 사 먹을 때처럼 어떤 메뉴로 고를까 고민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고, 한 번에 여러 종류의 야채를 사다가 몇 끼 분량의 샐러드를 만들어서 냉장고에 넣어두고 꺼내 먹게 되었다. 워낙 운동량이 없어서 살이 빠지지는 않았는데, 대신 생각지 못했던 효과가 있었다. 장이 굉장히 건강해진 것이다. 그 식단의 비밀을 멋지게 밝히고 싶은데, 실은 특별한 게 없다. 병아리콩, 렌틸콩, 검은콩, 강낭콩을 듬뿍 섞은 잡곡밥과 내가 좋아하는 각종 과일과 야채를 원 없이 넣은 샐러드가 전부였다. 드레싱은 들어가는 야채의 종류에 맞춰 간장, 참기름, 통깨, 생강청을 넣은 코리안 스타일이나 발사믹, 올리브 오일을 넣은 이탈리안 스타일 중에서 선택했다.
샤랏 조이스는 <에이지레스>에서 요기처럼 먹는 방법에 대해 ‘어떤 음식이 치유력이 있고, 가볍고, 영양가 있고 에너지로 가득 차 있는지에 집중’하라고 했다. 그리고는 아유르베다에서 말하는 인간, 음식 모두에 적용되는 세 가지 기본 기질, ‘구나’를 언급했다. 첫 번째는 라자스 rajas인데 자극적이고 구미가 당기는 맛들, 그러니까 연어, 참치와 같은 대부분의 어류와 계란, 닭고기, 술, 차, 설탕 등을 포함한다. 이것들은 우리를 산만하게 할 수 있다고 한다. 두 번째는 타마스 tamas로 튀긴 음식, 고기, 가공식품 등을 말한다. 이 음식들은 소화하기 힘들 뿐 아니라 게으름, 성욕, 탐욕 그리고 소유욕을 자극한다고 했다. 마지막은 요기들의 식단인 사뜨바 sattva이다. 신선한 과일, 채소, 씨앗(콩, 견과) 등으로 사람을 활력 있게, 창조적이고 건강하게 만든다고 한다. 그래서 요가 수련을 돕는 음식이라고 여겨진다.
다큐멘터리 <휴먼: 몸의 세계>에서는 연료로서의 음식물을 다루며 내장을 제2의 뇌라고 불렀다. 단순히 음식물을 소화시켜 에너지를 내는 엔진이 아니라 지형도이자 하나의 온전한 우주라는 것인데, 이는 내장이 우리가 먹은 음식, 생활하는 장소, 경험을 모두 포함하고 반영하는 허브라는 뜻이었다.
다큐멘터리가 결론적으로 말하는 것은 건강한 숲을 만들고 싶다면 숲을 내버려 두고 생태계가 스스로 회복하고 꽃피울 수 있도록 기다리면 되듯이, 건강한 소화기관을 갖고 싶다면 무엇을 먹을지에 제한을 두는 것, 다시 말해 순수한 음식으로 제한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이었다. 여기서 말하는 순수한 음식은 과일, 채소 등이 될텐데 다큐에서 말하는 이유를 간단히 정리해보면 이렇다. 건강한 박테리아는 풍부한 식이섬유를 좋아하고 채소는 대표적으로 식이섬유가 풍부한 식품이다. 장내 박테리아는 식이섬유를 분해, 발효시켜 장 건강에 유용한 물질을 분비시킨다. 이 물질이 우리 내장의 벽을 튼튼하게 만들고, 병을 예방하고 배설물이 잘 배출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나의 귀차니즘은 의도치 않게 건강한 박테리아가 좋아하는 것이자 사뜨빅한 음식의 충분한 섭취로 이어졌다. 하루라도 밖에 나가지 않으면 우울해지는 성격의 사람이 그 덕분에 별다른 감정 기복이나 우울함을 겪지 않고 이 시기를 보낼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요가는 식단으로서 뿐 아니라 아사나를 통해서도 변비 관리에 도움이 된다. 요가 동작들이 자연스럽게 몸을 마사지하고 압박하여 자극을 주면서 소화기관의 혈류 흐름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특히나 비틀고 짜내고 수축하는 동작들은 장의 연동운동에 도움이 된다. 이를테면 누운 자세에서 오른 다리를 들어 왼바닥으로 떨어뜨리는 트위스트 자세, 혹은 아빠다리로 앉은 채로 오른손은 엉덩이 뒤에 짚고 왼손은 오른무릎을 짚으며 뒤를 돌아보는 자세 같은 것들 말이다. 누워서 두 무릎을 가슴 가까이 끌어안는 바람빼기 자세도 복부를 수축, 자극하기에 좋다. 나는 정말 위급한 상태가 되면, 배 아래에 요가링이나 폼롤러를 깔고 엎드려서 복부에 직접적인 자극을 주기도 한다. 효과가 정말 좋다.
경험자로서 말하건데, 변비에 도움이 되는 가장 빠르고 정확한 방법은 야채나 과일처럼 수분과 식이섬유가 많은 식품을 섭취하는 것에 요가와 같은 움직임을 더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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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에디 https://instagram.com/edihea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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