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에서 말이 멈춘 순간

01. 지나간 장면들 : 침묵의 안도감

by 박붕어
말이 멈춘 자리에 노을이 차올랐다

대수롭지 않은 얘기를 하고 있었다.

오늘 날씨 어때, 밥은 뭐 먹지, 시시껄렁한 연예인 이야기.

한 귀로 듣고 흘려버릴 일회용인 수다를 끊임없이 하고 있었다.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

3층, 5층, 6층.


각자의 목적지를 찍고서는 아무도 말이 없었다.

분명 몇 초 전만 해도 대화가 있었는데,

순식간에 말이 어딘가로 빠져버렸다.


짧은 침묵이 길어지고,

누군가 다시 말을 꺼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했던 찰나

엘리베이터는 멈춰 섰다.


서로 한 방향을 보고 있었지만,

생각은 모두 다른 쪽으로 향하고 있었던 걸까.

각자의 생각을 확인하지 않아도 된다는 순간이 있다는 안도감이 생겼다.


문이 열리고,

각자 가야 할 곳으로 흩어졌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엘리베이터에서 말이 멈춘 순간,

우리는 알 수 있었다.

고요한 침묵이 주는 안정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