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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뭉치 Sep 13. 2021

우리가 사랑하는 K-댄스

요즘 춤을 배우고 있다. 장르는 K-Pop 댄스다.


여기서 잠깐. 지난 1년여간 나의 ‘운동의 역사’를 살펴보자. 지난겨울에는 주로 폼롤러 스트레칭을 했다. 봄에는 거의 날마다 퇴근 시간을 이용해 회사에서 집까지 한 시간 반 거리를 걸었다. 여름에는 죽음의 타바타를 즐겨보려 했으나 출근길에 발목을 접질러 깁스를 하는 바람에 타바타 요정의 꿈은 날아갔다.


깁스를 풀고 나니 다시 몸이 근질거리기 시작했다. 먼저 친구와 함께 인요가 원데이 클래스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몸에 힘을 빼는 연습을 하고 싶었다. 다음으로 고민한 것은 클라이밍이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요가와 클라이밍 모두 우리가 원하는 선생님들과 스케줄이 맞지 않았다.


그 뒤로는 쭉 역동적인 운동을 하고 싶었다. 어릴 때부터 달리기를 좋아했고 잘했지만 10여 년 전 척추 수술을 한 뒤로는 달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였을까. 뛰듯이 운동하면서 땀을 빼고 스트레스까지 쫙쫙 빼내고 싶었다. 결국 테니스와 댄스 중 고민하다 회사에서 학원이 좀 더 가깝다는 이유로 선택된 것이 K-Pop 댄스다.

사실 춤을 배워보고 싶다는 마음은 꽤 오랫동안 품고 있었다. 워낙 K-Pop을 좋아해 재미있게 배울 수 있을 것 같았다. 유튜브 ‘퇴경아 약 먹자’의 랜덤 플레이 댄스 콘텐츠를 즐겨 본 영향도 있을 거다.  K-Pop에 맞춰 칼군무를 추는 외국인들의 모습을 영상으로 보는 것은 그 자체로 신나는 체험이었다. 그러나 막상 학원을 알아보고 결제를 할 정도까지의 열의는 없었던 모양이다. 그랬던 나를 불현듯 댄스학원으로 이끈 것은 무엇이었을까.


“첫 수업은 이미 시작됐어요. 오늘은 두 번째 수업일인데 왜 첫날부터 안 오셨어요?”


심지어 내가 학원에 등록한 날은 두 번째 댄스 수업이 있던 날이었다. 내가 듣는 클래스에는 10대 후반부터 30대 중반까지 다양한 연령대와 성별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예전부터 배우고 싶었는데, 그랬던 것치고 막상 등록은 충동적으로 해 버려서……. 저, 첫날 수업도 놓쳤는데 두 번째 수업은 잘 따라갈 수 있을까요……?”


가을 운동으로 K-Pop 댄스를 선택한 데에는 물론 앞서 말한 지리적 요인이 가장 컸지만 여성 댄서 서바이벌 프로그램 <스트릿 우먼 파이터> 역시 한몫한 것은 분명하다. 화요일 밤마다 친구들과의 채팅창은 <스우파>(<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줄임말) 얘기로 넘쳐난다.


“지금 <스우파> 보고 있어? 완전 찢었지? 과몰입 중.”


수요일이 되면 회사 동료들과 다시 <스우파> 얘기가 이어진다.


멋진 여성들의 입이 떡 벌어지는 퍼포먼스와 마라맛 서사는 보는 이의 눈을 황홀하게 만든다. 진짜 잘 추는 여성들의 한판 승부는 프로의 세계에서 여성들이 어떻게 서로를 격려하고 신나게 즐기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 진짜들의 배틀에서 누가 이기고 누가 지느냐 하는 승패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실제로 보는 이의 마음에 남는 것은 그들이 열과 성을 다해 진심으로 만들어내는 최고의 퍼포먼스, 그것 하나다.    


월요일, 수요일은 춤을 추고 화요일엔 <스트릿 우먼 파이터>를 시청한다. 목요일부터는 틈날 때마다 배운 춤을 복습하며 K-Pop 퍼포먼스의 세계에 나를 푹 담근다. 올림픽에서도 브레이크 댄스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시대, 나의 운동의 계보에 댄스가 추가된 것이 즐겁다. 내년 이맘때쯤엔 나도 비트를 가지고 노는 스트릿 우먼 파이터가 될 수 있을까.          


김미향 에세이스트



2021년 9월 13일(월) <조선일보> '밀레니얼 톡' 코너에 게재된 원고입니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23/0003639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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