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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뭉치 Nov 08. 2022

세계사를 공부하는 가장 쉬운 방법

- 《화성 탐사선을 탄 걸리버》

이 책은 SF 소설가이자 공학 박사인 저자가 쓴 교양 과학 에세이입니다. 문학 작품과 과학 이야기를 엮었는데요. 널리 읽히는 이야기들에 녹아 있는 과학적 배경을 살펴보면서, 아주 먼 옛날부터 지금까지 바뀌어 온 세상의 모습을 시간여행하듯 즐길 수 있어요. 과학이 발전하는 과정과 과학기술 간의 연결 관계를 알아보기 쉽도록 시대 순으로 이야기 한 편씩을 다루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어 역사적 흐름을 따라가기 쉽습니다.


책에서 가장 먼저 소개하고 있는 《길가메시 서사시》를 살펴볼까요? 《길가메시 서사시》는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서사시입니다. 역사상 최초의 흥행 문학작품이지요. 여기에 우트나피슈팀의 방주 이야기가 나옵니다.

먼 옛날, 신들은 사람들이 시끄럽고 혼란스러운 삶을 사는 것에 분노해서 대홍수를 일으키기로 결심합니다. 세상을 깨끗하게 쓸어버리고 모든 생명을 소멸시키기로 한 거죠. 이를 안타깝게 생각한 신 하나가 있어서 대홍수가 일어날 거라는 소식을 은근슬쩍 흘렸고, 우트나피슈팀이 그걸 듣게 됩니다. 살아남기 위해 우트나피슈팀은 어떻게 했을까요? 커다란 네모 모양의 배, ‘방주(方舟)’를 만듭니다.


사실 이런 이야기는 여러 신화에서 살펴볼 수 있어요. 우리가 잘 아는 노아의 방주도 비슷한 이야기죠. 저자는 이런 식의 대홍수 이야기가 널리 퍼지고 인기를 얻은 것은 실제로 빙하기에 대홍수와 비슷한 현상이 지구에서 벌어졌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 시기에 기후 온난화가 일어났고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대홍수가 일어났다는 거죠.


《화성 탐사선을 탄 걸리버》곽재식 지음 l 출판사 문학수첩 l 가격 1만6000원


그러면서 저자는 우트나피슈팀의 이야기는 대홍수로 세상이 멸망하는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실상 그 후에 빙하기가 끝나면서 지구의 날씨가 바뀌었고, 그러자 농사가 성공을 거둘 수 있게 됐고, 사람들이 문명을 만들고 도시를 만들고 영웅의 서사시를 노래할 수 있게 된 이야기이기도 하다고 말해요.


이처럼 한 편의 문학을 읽으면서 그 이야기를 탄생시킨 과학적 배경을 찾아보는 것은 그 자체로 재미있는 일이지요. 게다가 과학적 근거가 이야기를 더욱 흥미롭게 만들기도 합니다. 배를 타고 바다 먼 곳으로 모험을 떠난 사람의 이야기를 읽는다고 할 때, 과연 그 시대의 항해기술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알고 있다면, 그 모험이 얼마나 위험한 도전이었는지를 좀 더 실감 나게 느낄 수 있죠.  


자, 그럼 과학의 시선으로 문학 작품을 읽으며 흥미진진한 세계사 공부를 시작해볼까요?              



김미향 출판평론가·에세이스트


2022년 11월 7일(월) <조선일보> '재밌다, 이 책!' 코너에 게재된 원고입니다.

http://newsteacher.chosun.com/site/data/html_dir/2022/11/07/202211070002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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