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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뭉치 Nov 13. 2022

이 시대에 책을 읽는 방법

최근 원고를 탈고했다는 지인에게 제10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의 응모를 권했다. 지난 10월에 마감된 이 프로젝트는 카카오의 블로그 ‘브런치’에서 주최하는 등단 프로그램으로, 올해 대상 수상자 열 명은 21세기북스, 길벗, 문학동네, 민음사, 시공사, RHK, 웅진지식하우스, 흐름출판, 한빛미디어 등 국내 유명 출판사에서 책을 출간할 기회를 얻게 되고 상금 500만 원을 받게 된다.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대상 수상자의 책’은 마케팅 포인트가 되고 대상작들은 오프라인공간에서 전시되기 때문에 독자를 만날 수 있는 접점 하나가 더 생기게 된다.        


읽는 독자에서 쓰는 독자로 

위키백과에 따르면 ‘독자(讀者)’는 “무언가를 읽는 사람”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독자는 단순히 무언가를 읽기만 하는 사람이 아니다. 읽는 독자는 자연스레 쓰는 독자가 된다. 쓰는 독자가 작가가 되는 방법도 다양해졌다. 유수 일간지의 신춘문예를 거쳐야만 작가로 인정받던 과거와는 달리 앞서 말한 브런치의 출판 프로젝트를 통해 작가로 데뷔할 수도 있고 텀블벅 같은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를 통해 누구의 간섭도 없이 책을 쓰고 후원을 받아 나만의 책을 만들 수도 있다.  


웹소설을 쓰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웹소설 작가 데뷔에 이어 책 출간은 물론이고 웹툰과 드라마 제작까지 진행 중인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의 사례를 보자. 저자 송희구는 스스로를 “대한민국의 평범한 직장인. 11년차 과장”이라고 소개한다. “매일 아침 4시 30분에 일어나 한 시간씩 글을 써서 온라인에 올린 것이 화제가 되어 책을 출판하게 되었고, 최근에는 김 부장 이야기의 드라마 각본 작업을 하고 있다”는 그는 “70세가 되도록 밤늦게까지 일하는 아버지를 보고 45세 이전에 ‘일’로부터 자유로워지고자 29세부터 독서와 투자를 시작했다”고 한다.


오늘날의 독자는 단순히 무언가를 읽기만 하는 사람이 아니다. 읽는 독자는 자연스레 쓰는 독자가 된다. 쓰는 독자가 작가가 되는 방법도 다양해졌다.



이처럼 과거 신춘문예 등단 작가 위주였던 출판시장에서 오늘날 글을 쓰는 주체는 더 이상 전문 저자가 아닌 평범한 ‘독자’로 변화하고 있다. 직업으로서의 글쓰기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보는 독자, 듣는 독자  

삶의 무게가 무거워 가방조차 들고 다니지 않는다는 MZ세대 독자들에게는 물성이 없는 책이 각광받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를 위한 시사 메일링 ‘뉴닉’,  한 주 동안 재미있게 본 콘텐츠의 발췌본과 요약본을 보내주는 ‘썸원’, 전달을 넘어 새로운 관점과 해석을 제시해 보여주는 ‘북저널리즘,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의 고민을 엿볼 수 있는 ‘퍼블리’, 성장의 경험을 나누는 ‘폴인’,  요즘 나오는 책이 궁금할 때 보기 좋은 ‘에그브렉’ 등 유무료 뉴스레터들이 그것이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 없이 편하게 볼 수 있다는 장점은 전자책에도 적용된다. ‘밀리의서재’, ‘리디북스’ 등 구독 서비스의 등장은 전자책 독자의 저변을 넓혔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2015년 10.2%에 불과했던 전자책 독서율은 2019년 16.9%까지 상승했다. 시장 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2021년에 실시한 설문조사 ‘코로나 시대 독서 문화 관련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자책을 이용해 본 적 있는 20대의 비율은 50%, 30대는 45.7%로 나타났다.


이렇듯 보는 독자뿐만 아니라 듣는 독자들도 늘어났다. 전문 성우의 낭독본을 앞세우는 오디오북 플랫폼 윌라, 유명인이 요약해서 읽어주는 리딩북과 AI가 읽어주는 완독형 오디오북을 내세우는 밀리의서재가 듣는 독자들의 귀를 채워주고 있다.


오디오북에서 한 발 더 나아간 오디오 드라마도 등장했다. 오디오 드라마란 한 명의 성우가 읽는 오디오북과는 달리 음성, 음악, 효과음, 다양한 배우들의 목소리 등을 사용하여 구성한 것이다.


이 분야의 강자는 거대 기업 네이버와 카카오다. 일찍이 오디오 스트리밍 서비스 오디오클립을 시작해 오디오 콘텐츠에 진심임을 보여줬던 네이버는 2018년부터 꾸준히 오디오 드라마를 제작해오고 있다. <재혼 황후>, <울어봐, 빌어도 좋고> 등의 웹소설의 반응이 좋은 편이다.


이 분야의 강자는 거대 기업 네이버와 카카오다. 일찍이 오디오 스트리밍 서비스 오디오클립을 시작해 오디오 콘텐츠에 진심임을 보여줬던 네이버는 2018년부터 꾸준히 오디오 드라마를 제작해오고 있다. <재혼 황후>, <울어봐, 빌어도 좋고> 등의 웹소설의 반응이 좋은 편이며, 오디오클립의 오디오 드라마 구독자 수는 약 50만 명 정도다. 카카오 역시 웹소설과 웹툰을 각색한 오디오 드라마를 계속해서 제작하고 있다. 드라마로도 제작됐던 <사내 맞선>의 경우, 조회 수가 약 100만 정도다.


 

카카오 역시 웹소설과 웹툰을 각색한 오디오 드라마를 계속해서 제작하고 있다.

  

만나는 독자

읽고 쓰고 보고 듣는 독자들이 만나고 있다. 최근 2022 파주 북소리 행사에서 만난 독자들은 모두 하나 이상의 독서모임에 참여하고 있었다. 일산과 파주에 있는 비혼 여성들의 독모임, 인문 독서모임 등 읽고 있는 책의 주제들도 각양각색이었다. 코로나19 시대를 거쳐오면서 비대면 독서모임도 활발해져 엔데믹(Endemic) 시기에도 지방에 있는 독자들과 비대면 모임을 이어가겠다는 독자들도 많았다.  


다양한 독서 모임 플랫폼들도 등장하고 있다. 독서 기록 애플리케이션인 ‘북덕방’은 향유자자들이 독서 모임을 꾸리도록 돕는다. 장강명 작가와 그의 배우자 김혜정 대표가 만든 ‘그믐’은 누구나 독서모임을 만들 수 있는 플랫폼이다. 단, 하나의 모임은 29일간 유지되며 이후엔 해산된다. 이미 만들어져 있는 모임에 가입하거나 여러 사이트와 SNS를 통해 멤버를 구하는 타 독서모임과는 달리 해당 플랫폼 내에서 자유로이 모임을 만들 수 있다는 게 차별점이다.  


도서 큐레이션 애플리케이션 ‘플라이북’의 행보도 주목할 만하다. 독서 기록 SNS이자 도서 큐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라이북은 최근 거리 두기가 해제되자 오프라인 점포를 개설했다. 플라이북의 AI가 도출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도서를 큐레이션한 이 도서 대여점에서는 누구나 자유롭게 책을 읽을 수 있다.


밀리의 서재 역시 플랫폼 내에서의 방송을 북 콘서트 등 오프라인 행사로 확장 중이다. 지난 7일에는 팝 뮤지션 앤 마리의 북토크가 진행됐다. 지난 2월 출간된 앤 마리의 첫 에세이 《알잖아, 소중한 너인걸》을 두고 열린 북 토크 현장은 추후 지니뮤직에서 오디오콘텐츠로 공개된다.     


밀리의 서재 역시 플랫폼 내에서의 방송을 북 콘서트 등 오프라인 행사로 확장 중이다. 지난 7일에는 팝 뮤지션 앤 마리의 북토크가 진행됐다.


메타버스 시대의 하이브리드 독자

앞서 살펴봤듯 오늘날의 독자는 읽고 쓰고 보고 듣고 만난다. 이 모든 것을 한 번에 다 해낸다. 오늘날 독자들의 감각은 쉴 새 없이 채워지고 있으며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에서 멀티태스킹은 필수가 되어 버렸다. 모든 것이 변해 버린 출판시장에서 이제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것은 그렇다면 ‘무엇이 변하지 않고 그대로인가?’일 테다. 그리고 그 답은, 역시 콘텐츠다. 출판 플랫폼과 방식, 독자 모두 변화하고 있는 이 시대에 변하지 않는 단 하나가 있다면 콘텐츠를 통한 새로운 연결과 경험일 것이다.


힘 있는 콘텐츠를 제작하고 이를 다양한 각도에서 활용해야 한다. 종이책은 전자책이 될 수 있고, 오디오북이 될 수 있고, 오디오 드라마가 될 수 있으며, 영상 콘텐츠로도 독자들을 만날 수 있다. 세계관을 활용하여 충성도 있는 독자들을 모으고 다채로운 장르와 종류의 스핀오프를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하이브리드 독자의 시대에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강력한 IP 비즈니스 구조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각 출판사는 끊임없이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어떤 플랫폼으로 나아갈지, 어떤 콘텐츠를 만들지, 어떤 독서를 원하는지에 따라 비즈니스 구조는 달라진다. 이에 대한 판단과 감각을 벼려야 한다.


그리고 또 하나 고민해야 할 것은, 메타버스 시대의 독자의 모습이다. 독자가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면서 자신의 읽기 목록을 트래킹(tracking)할 수 있게 하고 그것을 가상의 서재로 만든다면 어떨까. 다른 독자들의 서재도 구경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서재에 향유자 본인은 가지고 있지 않지만 읽고 싶은 책이 있다면 전자책으로 대여도 가능한 시스템이라면? 재미는 물론 독자와 독자 간 책장의 연결, 독자와 독자 간 연결이 이루어지며 해당 책장은 공동의 서재로서의 가치도 지니게 될 것이다. 이러한 모델이라면 가상의 서재 외에 가상의 도서관을 만들어 재미 요소를 줄 수 있고 가상의 독서 모임도 가능해진다. 아바타 큐레이터와 사서의 등장도 가능하다.


이처럼 웹과 모바일, 메타버스 기반에서의 디지털 퍼블리싱은 새로운 출판 네트워크를 만들어낸다. 저자, 출판사, 서점, 플랫폼, 독자는 IP를 중심으로 한 상호작용을 통해 전혀 다른 출판의 모델을 만들 수 있다. 우리 출판이 만들어 갈 다채로운 모델이 벌써부터 흥미롭다.              


김미향 출판평론가


2022년 11월 3일(목)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올댓 오디오북 플랫폼'에 게재된 원고입니다.

https://www.kaudiobook.or.kr/news/info/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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