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편집의 맛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뭉치 Nov 14. 2022

식량 위기 시대, ‘잘 먹는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는?

- 《저 많은 돼지고기는 어디서 왔을까?》

고 김지하 시인의 시 <님> 중에 이런 구절이 있어요. “넓은 세상 드넓은 우주/ 사람 짐승 풀벌레/ 흙 물 공기 바람 태양과 달과 별이/ 다 함께 지어놓은 밥// 아침저녁/ 밥그릇 앞에/ 모든 님 내게 오신다 하소서”

이 시 속 구절처럼 우리에게 주어진 밥 한 그릇은 거대한 연결고리로 이어져 있습니다. 오늘 소개하는 책은 그 점을 강조하고 있어요.


제목만 들었을 땐 동물이 배고픔이나 불편함, 두려움 등에 시달리지 않고 행복한 상태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동물복지’에 대한 책인가 싶을 거예요. 그런 얘기가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그건 일부이고, 이 책의 핵심은 우리가 먹는 식재료들의 연결 관계와 식량위기입니다. 이 책을 통해 우리가 먹는 식재료들이 어디서 왔는지 전반적인 유통 경로를 알 수 있고 식량위기 속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지 고민해볼 수 있어요. 인터뷰 형식으로 질문하고 답하는 대화체로 구성되어 있어 쉽게 읽힙니다.


《저 많은 돼지고기는 어디서 왔을까?》후루사와 고유 지음 l 형진의 옮김 l 출판사 나무를 심는 사람들 l 가격 1만 3500원



그렇다면 책의 중심 내용이 무엇인지 살펴볼까요?


저자는 물, 소금 이외의 우리가 먹는 모든 먹거리는 모두 생물이라고 말합니다. 고기부터 곡물, 채소 같은 땅에서 나는 것, 생선이나 미역처럼 바다에서 나는 것 모두 생물이기 때문에 ‘우리는 생명을 먹’고 있는 셈이지요. 또 과거 우리 조상님들이 살던 때와는 달리 이제는 우리 식탁에 올라오는 모든 음식들이 전 세계 나라들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얘기해요. 일례로 오늘 점심에 여러분이 먹은 돈가스는 아마도 미국에서 재배한 옥수수 사료를 먹인, 독일산 돼지고기일 거라고 말합니다. 이렇듯 식재료의 유통 경로를 알려주는 이유가 뭘까요?  


만약 기후위기로 폭염, 폭설, 가뭄, 홍수 등이 나타나면 1차로 농업이나 어업이 타격을 입게 됩니다.  자연히 원재료가 부족해지고 대체원료의 가격이 상승하게 되겠죠. 그로 인해 먹거리로 연결된 나라들은 모두 도미노처럼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게 될 수밖에 없어요. 결국 저자는 전 세계 먹거리가 모두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식량위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걸 말하고 있는 겁니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오늘 먹은 돼지고기가 지구상의 어디에서, 누군가가 키운 살아 있었던 존재였고, 전 지구적 푸드 시스템에 의해 나의 식탁 위에 올라와 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어요. 우리가 먹는 방식을 어떻게 변화시킬지는 생존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먹거리가 순환하는 과정을 이해하고, 인간 또한 생태계의 일부로서 건강한 삶을 살아갈 때 오래오래 지구와 함께 살아갈 수 있다는 점, 잊지 마세요.     



김미향 출판평론가·에세이스트



2022년 11월 14일(월) <조선일보> '재밌다, 이 책!' 코너에 게재된 원고입니다.

http://newsteacher.chosun.com/site/data/html_dir/2022/11/13/2022111301085.html


이 글을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김뭉치의 브런치를 구독해주세요.


이 글을 읽고 김뭉치가 궁금해졌다면 김뭉치의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해주세요.

https://www.instagram.com/edit_or_h/?hl=ko


김뭉치의 에세이 『엄마는 행복하지 않다고 했다』도 많이 사랑해주세요.


알라딘 http://asq.kr/XE1p

인터파크 http://asq.kr/PH2QwV

예스24 http://asq.kr/tU8tzB



  

매거진의 이전글 이 시대에 책을 읽는 방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