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편집의 맛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뭉치 Feb 26. 2023

‘돌고래’ 하면 떠오르는 색깔은?

- 《아마존 분홍돌고래를 만나다》

1. 오늘 소개할 책은?

‘돌고래’ 하면 어떤 색이 떠오르는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돌고래는 회색의 몸으로 바다에서 살아간다. 하지만 이 세상에는 바다가 아닌 민물에, 회색이 아닌 분홍빛의 몸으로 살아가는 돌고래도 존재한다. 오늘 소개하는 책 《아마존 분홍돌고래를 만나다》에 그 분홍돌고래, 보투(boto) 이야기가 담겨 있다. 《아마존 분홍돌고래를 만나다》는 저자 사이 몽고메리가 분홍돌고래에 매료돼 아마존에서 보투를 만나고 탐색한 여정을 엮은 책이다. 어릴 때부터 아마존의 광활한 생태계에 매료된 저자 사이 몽고메리는 성인이 된 후 방글라데시 순다르반을 탐사하다가 처음 민물 돌고래를 목격하고, 이 일을 계기로 분홍돌고래의 존재에 강렬하게 매료됐다고 한다. 이 책의 특징이라면 각 부마다 새롭게 출연하는 인물들을 목록으로 정리해 읽는 이의 이해를 돕고, 컬러 사진들을 수록해 사이 몽고메리의 아름다운 묘사들을 더 현장감 있게 음미할 수 있다는 점, 예쁜 표지와 본문의 일러스트가 만나 참으로 아름다운 책이라는 점이다.      


2. 분홍돌고래라니 신기하다. 분홍색이라는 색깔 말고 다른 돌고래와 구별되는 지점이 또 있나?

분홍돌고래는 이마는 멜론 같고 주둥이는 길쭉해 외모부터 여타의 돌고래와 확연히 구분된다고 한다. 생김새 외에도 강돌고래, 라고도 불리는 이 분홍돌고래가 신비로운 것은 이들 종에 관한 과학적 사실이 아직 명확히 규명돼 있지 않다는 점에 있다. 저자가 학회에서 만난 어느 과학자는 분홍돌고래가 사람들의 영혼을 빼앗아간다는 아마존의 전설을 들려주기도 했다고. 저자 역시 그 말대로 영혼을 사로잡혀 분홍돌고래를 향한 호기심과 열망이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갔다고 한다.     


3. 사실 요즘 ‘돌고래’ 하면 환경 이슈를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

맞다. 저자가 아마존을 탐험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이지만, 오히려 지금 시점에 더욱 시의적으로 긴요한 것 같다. 저자는 아마존에서 자행된 난개발의 실상을 하나하나 되짚는데, 오늘날 인류가 직면한 전 지구적 기후 위기와 환경 파괴가 본격화된 과정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당초 사이 몽고메리는 분홍돌고래를 만나겠다는 일념하에 아마존으로 향했지만, 보투를 찾는 데 난항을 겪는 사이 환경 파괴, 자원 유출, 원주민 학살, 전염병 유입의 흔적을 목도했다고 한다. 돌고래에 매혹돼 무턱대고 남아메리카로 떠난 저자는 이 무차별적 폭력과 착취의 역사 앞에서 겸허히 깨닫는다. 이곳으로의 여행은 단순히 야생과 경이의 성지 순례가 될 수 없으며 자신과 같은 순진무구한 외지인들이 이곳의 지역 공동체와 자연 생태계에 얼마든지 해악을 끼칠 수 있다는 사실을.      



4. 한마디로 분홍돌고래 보러 떠났다가 열대우림 파괴의 역사와 열대우림 보존의 난제들을 먼저 본 셈이다?

그렇다. 이 책의 흥미로운 지점도 여기에 있다. 저자는 돌고래 관찰기 외에도 환경 이슈에 관한 생각할 거리를 제공해 준다. 예를 들어 동물과 소통하고자 하는 순수한 갈망이 어디서부터 무지하고 오만한 폭력으로 변모하는지, 또 야생동물 개체를 구하기 위해 야생동물 거래를 하는 것은 온당한지(개체와 종 전체 사이의 균형), 보호구역에서 원주민들의 생계와 생활의 편리는 어디까지 침해되고 제한되어야 하며 그 개입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가 하는 것들이다. 책을 읽으며 단순히 책장을 빨리빨리 넘길 것이 아니라 한 번쯤 멈춰 서서 깊게 고민하고,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들이다.     


5. 분홍돌고래 외에 아마존에서만 볼 수 있는 동물들이 등장하는지?

그렇다. 책에 등장하는 동식물들 중에는 아마존이 아니라면 만나보기 힘든 종들이 많다. 우선 주인공 일행은 사랑스럽기 그지없는 여러 원숭이들, 이를테면 타마린과 다람쥐원숭이, 피그미마모셋을 만난다. 저자는 아마존 우림에서 인간을 공격하는 종을 조심하라는 주의를 끝없이 듣게 되는데 물속에선 피라냐와 흡혈메기가, 땅 위에선 총알개미, 덫턱개미, 군대개미 등이 대표적이다. 아마존에서는 식물들도 동물처럼 움직이고, 심지어 벌처럼 사람을 쏘는 나무도 있다. 분홍돌고래만큼 환상과 전설과 관련된 동식물도 어김없이 등장한다. ‘영혼의 덩굴’을 뜻하는 아야후아스카는 비밀 의식 때 강력한 환각제의 재료로 쓰이고, 아메리카 대륙에서 가장 거대한 고양잇과 맹수인 재규어는 하늘과 땅의 중재자, 삶과 죽음의 중재자로 숭상된다.          


김미향 출판평론가·에세이스트    



2023년 1월 12일(목) KBS 라디오 <생방송 오늘 원주입니다> '책과 함께 떠나는 산책' 코너 진행 원고입니다

생방송오늘 원주입니다 | 디지털 KBS



이 글을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김뭉치의 브런치를 구독해주세요.


이 글을 읽고 김뭉치가 궁금해졌다면 김뭉치의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해주세요.

https://www.instagram.com/edit_or_h/?hl=ko


김뭉치의 에세이 『엄마는 행복하지 않다고 했다』도 많이 사랑해주세요.

온라인서점 외에도 쿠팡, 위메프 등 각종 커머스 사이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


알라딘 http://asq.kr/XE1p

인터파크 http://asq.kr/PH2QwV

예스24 http://asq.kr/tU8tzB


                

매거진의 이전글 블루와 그린 사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