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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뭉치 Apr 03. 2023

학교라는 공간에서 일어나는  온갖 폭력들에 대하여

이 책은 기성 작가의 소설 한 편과 신진 작가의 소설 한 편을 엮은 소설집이에요. 방송 작가로 15년 넘게 활동하면서 수많은 TV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 영화 시나리오 등을 종횡무진하며 20년 넘는 시간 동안 스릴러 작품을 써온 서미애의 소설 <이렇게 자상한 복수>와, 새롭게 주목받기 시작한 신진 작가 이두온의 소설 <더없이 중요한 시기> 두 작품이 담겨 있어요.


먼저 <이렇게 자상한 복수>를 살펴볼까요? 이 소설은 요즘 화두인 ‘학교폭력’(이하 학폭)을 소재로 다루고 있어요. 주인공은 파리 유학을 마치고 건축가로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성호’라는 인물이에요. 그러나 그가 성공의 정점에 올라 유명해졌을 때 그의 과거에 대한 학폭 고발이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게 돼요. 그런데 성호는 아무리 생각해 봐도 자신이 과거에 학폭 가해자였는지 떠오르지가 않아요. 그는 폭로의 배후를 추적하며 학창 시절 친구들에게 자신이 학교에 다니던 시절 어떤 행동을 했는지 묻는데요. 그러면서 어떤 진실과 마주하게 돼요. 그리고 여기엔 반전도 있어요. 그의 인생을 정조준한 어떤 사람에 대한 서사가 그것인데요. 성호를 고발한 사람이 누구인지 찾아보며 읽는 것도 흥미로울 거예요. 이 작품을 통해 서미애 작가는 의도치 않은 악행이 불러온 결과가 인과응보처럼 다시 자신에게 되돌아올 수 있다는 인생의 진리를 전하고 있어요.


 <더없이 중요한 시기>도 마찬가지로 시의성이 있는 작품이에요. ‘촉법소년’을 소재로 한 소설이기 때문이지요. 이 작품에 등장하는 두 중학생 태이와 예빈은 그들을 벼랑 끝으로 내몬 원인 제공자에게 복수를 가하고자 힘을 모아요. 위험천만한 추격전까지 감수하는 그들이 원하는 건 달리기의 부상으로 인한 고통을 줄여줄 약이에요. 그 약은 예빈 엄마에게 있고요. 이두온 작가는 늘 빨리 달려서 코앞에서 일어난 일조차 알 수 없던 주인공을 통해 자신만의 속도를 감각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주고 있어요.


《짝꿍 : 이두온x서미애》  이두온·서미애 지음 l 출판사 안전가옥 l 가격 1만 원


이 책은 서미애, 이두온 두 작가가 각각 그들의 강점과 글쓰기 스타일을 보여주면서 서로 다른 관점에서 ‘복수’라는 주제에 접근하는 방식이 독특해요. 괴롭힘, 또래 압력과 같이 십대들이 직면하는 복잡한 사회적 역학을 탐구하고 있기도 하고요. 책을 읽고 있는데도 마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장면 장면이 머릿속에 그려진다는 것도 장점이에요. 그만큼 쉽게, 술술 읽혀요. 영화로 치자면 <이렇게 자상한 복수>는 심리 스릴러 같고 <더없이 중요한 시기>는 납치극 같아요.      


이 책은 읽는 이를 계속 긴장하게 만들, 매력적인 텍스트입니다. ‘복수’라는 주제를 미묘하게 파고들 뿐만 아니라 잘 발달된 캐릭터와 줄거리가 끝까지 몰입하게 만드는 소설들로 채워져 있기 때문이지요. ˝너를 이렇게 만든 게 내 탓인 것 같니? 아니, 다시 한번 잘 생각해 봐, 이건 다 네가 저지른 짓의 결과야. 18년 전의 너와 지금의 네가 힘을 합쳐서 자신을 벼랑으로 민 거지. 내 손으로 널 죽일 필요도 없었어. 넌 스스로 자신의 목을 조르고 있으니까.˝ 등장인물의 심리적 깊이를 헤아리며 책 속 문장들을 읽다 보면 복수의 본질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볼 수 있을 거예요.           



김미향 출판평론가·에세이스트



2023년 4월 3일(월) <조선일보> '재밌다, 이 책!' 코너에 게재된 원고입니다

https://www.chosun.com/national/nie/2023/04/03/KJ3V57VSWVAE5JZUTP5DKZMX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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