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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뭉치 May 30. 2023

매일, 꾸준히 쓴다는 것

오늘은 1960년대 뉴욕으로 여행을 떠나 매혹적인 문학의 세계를 탐구해 볼 거예요. 이 책은 런던의 대학원을 갓 졸업한 23세 작가 지망생 ‘조애나’가 뉴욕의 문학 에이전시에서 일하면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담고 있어요. 사회 초년생으로서 좌충우돌하며 겪게 되는 업무를 통해 자기 성장으로까지 이어지는 낭만적인 소설입니다.

책장을 펴면 브루클린, 퀸즈, 로어 이스트 사이드의 새벽 공기를 들이마시게 됩니다. 수천 명의 사람들이 원고로 가득 찬 대형 토트백을 들고 아파트를 나서면서 도시는 활기를 띠게 되는데요. 문학의 세계로 뛰어드는 사람들은 연하고 달달한 커피와 데니시 페이스트리를 주문하고 커피와 빵을 기다리는 동안 원고를 읽습니다. 이것이 이 소설의 매혹적인 배경이자 현실적인 풍경입니다. 벌써부터 머릿속에 1960년대의 뉴욕이 그려지는 것 같죠? 어디선가 도각도각 타자기 소리도 들려오는 듯하고요.


이 책은 ‘우리 애송이들 모두'라는 챕터에서 출근하는 출판사 편집자와 에이전시 어시스턴트 전체를 스케치하며 시작합니다. 그리고는 조애나가 문학 에이전시와 연을 맺게 되는 '겨울'부터 사계절을 거쳐 '다시, 겨울'에서 끝을 맺습니다.


조애나가 일하는 에이전시 대표는 작가 지망생과 일하는 걸 질색하기 때문에 조애나는 꿈을 숨긴 채 일할 수밖에 없습니다. 에이전시서 조애나는 전화를 받거나 타자를 치는 등의 단순업무를 할 뿐이지요. 그런데 팬들이 샐린저에게 보내는 편지에 대한 답장을 쓰는 일을 맡게 되며 조애나는 비로소 자기만의 글을 쓰게 됩니다. 회사에서 시키는 대로 정해진 표준 양식의 답장을 보내는 대신 진심 어린 답장을 써 버리거든요.


《마이 샐린저 이어》  조애나 라코프 지음 l 최지원 옮김 l 출판사 잔 l 가격 1만5800원


이 소설에 등장하는 ‘샐린저’는  《호밀밭의 파수꾼》이라는 소설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J.D. Salinger)가 맞습니다. 미국의 작가로, 20세기 미국문학에 큰 영향을 끼친 작가 중 한 명이지요. 그의 작품은 대부분 현실적인 캐릭터와 철학적인 내용을 다루며, 정적이고 심오한 내면 세계를 탐구하는데요. 《호밀밭의 파수꾼》은 1951년에 출간되어 미국을 비롯,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으며 지금도 현대 미국문학의 걸작 중 하나로 꼽힙니다. 청소년인 홀든 콜필드(Holden Caulfield)의 시각에서 사회의 위선을 비판하며 성장에 대한 주제를 다뤘어요.


매일 꾸준히 글을 쓰라는 샐린저의 격려를 통해 현실과 꿈 사이에서 좌충우돌하던 조애나는 비로소 자신의 목소리를 낼 용기를 가지게 됩니다. 결국 이 한 권의 소설은 샐린저와 이 책을 쓴 저자 조애나가 누가 뭐래도 네가 믿는 길로 가라, 고 전하는 응원처럼 느껴지지요.


한편, 이 책에 등장하는 문학 에이전시의 모습이 오늘날의 출판계와 생각보다 다르지 않은 면도 많아서요. 1960년대 미국 출판시장과 오늘날의 출판시장을 떠올려가며 읽을 수 있습니다. 작가와 그들의 작품이 출판 비즈니스 시스템 안에서 어떻게 세심하게 육성되고 갈등을 빚는지 살펴볼 수 있어요. 조애나의 개인적인 여정과 출판업계의 작업이 연결되어 우리 서가에 있는 책 뒤에 숨겨진, 보이지 않는 이야기를 드러냅니다. 이 소설은 <마이 뉴욕 다이어리>라는 영화로 만들어져 2021년에 국내에서 개봉되기도 했어요. 영화를 먼저 보고 원작 읽기로 넘어가도 좋겠습니다.         


 

김미향 출판평론가·에세이스트



2023년 5월 29일(월) <조선일보> '재밌다, 이 책!' 코너에 게재된 원고입니다

http://newsteacher.chosun.com/site/data/html_dir/2023/05/28/202305280149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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