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이후, 나만의 속도로 여행하는 법
《아름다운 우리나라 전국 무장애 여행지 39》 전윤선 지음 l 출판사 나무발전소 l 가격 22000원수능이 끝났어요. 홀가분한 마음으로 주위를 돌아봐도 좋은 시기이지요. 이 책은 장애 당사자인 저자가 직접 휠체어를 타고 돌아다니며 국내에서 여행하기 편한 곳을 정리한 내용을 담았어요. 꼭 장애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부모님과 함께 여행을 계획할 때 참고하기 좋은 책이지요.
이 책의 1부는 시티투어 저상버스를 타고 구경하는 서울 시내, 황제의 꿈을 엿볼 수 있는 덕수궁 석조전과 정동길, 조선의 신도시 수원 화성과 서해랑 해상 케이블카를 탈 수 있는 제부도, 광명동굴, 구리시의 동구릉과 피톤치드 샤워로 몸과 마음을 이완시킬 수 있는 포천의 국립수목원, 교동도 등 서울경기권으로 구성되어 있지요. 수도권에 거주하는 이들이라면 가벼운 마음으로 떠나도 좋을 곳들이에요.
2부는 연말연초에 새 마음 새 뜻을 다질 수 있는 장소인 동트는 추암해변, 삼척 해상 케이블카, 기차 타고 떠날 수 있는 서천 판교마을, ‘물멍’하기 딱 좋은 예산 호수 등을 추천하는 강원충청권 여행지로 구성되어 있어요. 3부는 시간여행을 떠날 수 있는 군산, 신라의 역사 속으로 빠져들 수 있는 경주, 통영 동피랑 벽화마을 등을 담고 있는 전라경상권 여행지로 구성되어 있고요. 마지막으로 4부는 서귀포 치유의 숲과 올레 코스 등을 추천하는 제주도 여행지로 구성되어 있지요.
이 중에서도 지금 같은 시기에 특히 추천하는 여행지는 광명동굴이에요. 스키장이나 스케이트장, 눈썰매장 같은 다양한 겨울 여행 테마에서 장애인들은 아직 멀리 떨어져 있을 수밖에 없어요. 현실이 미흡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한파와 미끄러운 노면은 피하면서 즐거움은 배가 되는 겨울 무장애 여행지로 저자는 광명동굴을 추천해요.
광명동굴은 ‘자연 동굴’과 ‘인공 동굴’로 나뉘어요. 그중에서도 인공 동굴은 휠체어 사용인의 접근성을 높여 누구나 관람할 수 있도록 방해물을 최소화했기 때문에 평지여서 보행약자도 이동이 편리해요. 인공 동굴의 천장은 암울했던 일제강점기를 서서히 벗어나면서 해방의 희망을 발견하는 내용을 표현한 ‘별빛’으로 가득해요. 광물을 수탈하는 데 혈안이 되어 있었던 일본군이 총칼로 무장하고 조선인을 강제로 탄광으로 끌고 가 고된 노동을 시킨 탄식의 현장이 이곳이거든요. 그 뒤로도 탐험하듯 동굴을 걷다 보면 이내 어둠을 밝히는 빛을 주제로 LED 조명을 동굴 벽에 투사해 생명체가 움직이는 듯 표현한 황홀한 아트 프로젝트가 펼쳐져요.
빛의 예술을 지나면 광명동굴의 역사적 가치를 재조명하는 근대역사관, 와인동굴을 만날 수 있어요. 분홍색 건물과 굴뚝이 아름다워 인생 사진 찍기에 안성맞춤인 광명자원활용센터, 현대건축의 거장 장 누벨이 설계하여 건립된 복합예술공간 라스코전시관도 만날 수 있지요.
저자는 20대 때 휠체어를 타고 친구들과 떠난 인도 여행에서 장애인들이 업혀 다니거나, 기어다니거나, 심지어 굴러다니는 모습을 보게 돼요. 평범한 이웃으로 장애인들을 대하는 인도인의 모습을 보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경계를 부술 수 있었지요. 그래서 저자는 여행이 주는 치유력을 신뢰해요. 자신의 속도로 사는 일은 마치 자신의 속도로 여행하는 일과 다르지 않을 거예요. 이 책의 저자처럼 누가 뭐래도 나만의 속도에 맞춰 여행을 떠나 보세요.
김미향 콘텐츠 스타트업 에디튜드 대표·작가
2023년 11월 20일(월) <조선일보> '재밌다, 이 책!' 코너에 게재된 원고입니다
https://www.chosun.com/national/nie/2023/11/20/3KFGZTNF7REGVF3DLTXXXIAGB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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