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날, 꼭 한 권의 책을 읽어야 한다면?
1. 오늘은 어떤 책 함께 읽어 봅니까?
네, 오늘은 수능일이죠. 지금쯤 제2외국어 시험이 막바지일 것 같은데요.
이런 날엔 시험을 보는 학생들과 기다리시는 학부모님들도 책을 가까이하기엔 힘드실 거예요.
그런 의미에서 수능 이후를 준비하며 아이도, 어른도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스토리 그림동화를 소개합니다. 《조이의 기억상자》라는 책인데요.
운석을 타고 지구에 도착한 외계생명체 조이의 모험을 다루고 있는데, 상상력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기억수집가’ 조이의 이야기를 통해
즐겁고 행복한 기억은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 큰 힘이 되어 준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어서요.
깊은 감동을 선사할 겁니다.
2. 그렇군요. 이 책이 전하는 메시지는 뭘까요?
운석을 타고 지구에 도착한 기억수집가 조이가
여기저기를 폴짝폴짝 뛰어다니며 수집한 마을 사람들의 기억은 꼭 우리네 삶 같은데요.
평범하고 특별하지 않아 보이는 작은 순간들이 얼마나 큰 의미를 지니는지를 알려주기 위한 구성입니다.
특히,
조이가 기억상자에 담는 이야기들은 우리 모두가 겪는 일상의 일부와 꼭 닮아 있어 미소를 자아내는데요.
첫아들의 배냇머리를 잘라준 기억, 반려견의 마지막 생일 파티, 대를 이어 내려오는 할머니의 레시피와
주민 모두가 힘을 합쳐 만든 마을 축제의 동상에 대한 기억까지,
조이가 수집한 지구인의 기억은 모두 순간의 소중함을 깨닫게 만듭니다.
조이 엄마가 “따뜻한 기억은 우릴 더 좋은 곳으로 데려”간다는 말을 하는데,
이게 이 책의 핵심 메시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3. 작은 기억들이 모여 만들어지는 하루하루가 얼마나 우리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지 일깨우는 거네요?
맞습니다.
저 역시 정말 오래된 기억이지만 수능일에 저를 응원해 준 주위 사람들, 그날 먹은 음식,
가채점 때 얼마나 많이 틀렸는지 같은, 지금은 웃으면서 얘기할 수 있는 그런 추억들이
마치 어제 일처럼 떠오르거든요.
내가 혼자가 아니고 나를 응원하는 이렇게나 마음 따뜻한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되면
수능 점수도, 추위도 두렵지 않죠.
이처럼 우리가 품은 기억들이 어떻게 우리 자신을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시키는지를 이 책이 일깨워줍니다. 이를 통해 읽는 분들 역시 2023년 11월 16일 오늘의 수능일, 아침에 내리는 첫눈, 어머니의 따뜻한 미소,
친구와 함께한 놀이, 모래사장에서의 여름날 등
일상에서 흔히 마주쳤던 순간들이 얼마나 귀한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시게 될 거예요.
4. 이 책도 그런 따스함을 품고 있나요?
그럼요.
이 책에선 외계생명체 조이를 냉대하지 않고 자신의 별로 돌아가는 법을 알지 못하는 조이를 위해
오히려 엄청나게 큰 종이비행기를 만들고 백 개도 넘는 풍선을 만드는 마을 사람들의 모습이 담겨 있는데요. 아직 세상은 살 만하다는 따뜻함을 전하는 스토리입니다.
《조이의 기억상자》의 두드러진 차별점은 소통과 참여를 중심으로 한 ‘페스티벌’과 ‘책’이라는 예술을 접목시킨 융합형 콘텐츠라는 점이다.5. 좋은 책이지만 분명 다른 그림 동화와 차별점이 있는 책이라 소개해 주신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요?
맞습니다.
이 책의 두드러진 차별점은 소통과 참여를 중심으로 한 ‘페스티벌’과 ‘책’이라는 예술을 접목시킨
융합형 콘텐츠라는 점입니다.
‘영종도에 운석이 떨어진다면?’이라는 주제로 아트앤테크 페스티벌 ‘파라다이스 아트랩’이 열렸었는데,
그 콘셉트를 가져다가 이 책을 만든 거예요.
페스티벌 현장에선 조이가 자신이 살던 별로 돌아갈 수 있도록 형형색색 열기구를 칠하는 등
다양한 독서 체험을 할 수 있었는데요.
이처럼 독자의 참여를 끌어내 여러 개의 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하나’로 이해될 수 있는 이야기를 전달하고
이를 경험하게 만드는 미디어 경험 양식을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이라고 부릅니다.
단순히 이 책의 스토리에만 집중하지 마시고 이야기가 전달되는 방식에도 집중해 보셔서
콘텐츠를 바라보는 창의적인 시각을 길러 보세요.
독서는 가볍지만 수능 이후 콘텐츠를 바라보는 시각은 더 깊어질 겁니다.
김미향 콘텐츠 미디어 랩 에디튜드 대표·출판평론가·에세이스트
2023년 11월 16일(목) KBS 라디오 <생방송 오늘 원주입니다>
'책과 함께 떠나는 산책' 코너 진행 원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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