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편집의 맛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뭉치 Feb 19. 2024

고양이에 대한 모든 상상

《공공연한 고양이》최은영 외 지음 l 출판사 자음과모음 l 가격 1만3000원



열 명의 작가가 각자의 개성을 담아 고양이를 테마로 쓴 열 편의 소설 모음집이에요. 각각 짧은 소설들이라 부담 없이 쉽게 읽을 수 있어요. 열 편의 소설들은 고양이와 인간의 관계를 다양한 방식으로 그려내며, 인간과 동물의 관계에 대한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들지요.

이 소설집의 작가들은 ‘고양이가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라거나 ‘고양이는 언젠가 고양이별로 돌아가는 것이 아닐까’라거나 ‘무지개다리를 건넌 고양이가 주인이 세상을 떠날 때 마중을 나오지 않을까’ 등 머릿속에 떠오른 각자의 가정을 바탕으로 각각 상상력이 돋보이는 이야기들을 만들어 냈어요.  

특히 200년을 산 고양이에 대한 소설인 양원영 작가의 <묘령이백>은 참으로 독특해요. 로봇공학자였던 첫 번째 주인이 너무나 고양이를 사랑한 나머지 로봇고양이의 몸에 자기 고양이의 뇌를 이식해요. 그렇게 200년을 살게 된 고양이는 ‘묘령이백’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지요. 이 소설에는 200년 동안 저승길을 거부 중인 이 고양이를 꼭 저승으로 데려가야 하는 차사가 등장해요. 로봇고양이의 몸에 자기 고양이의 뇌를 이식한 고양이의 첫 번째 주인, 로봇공학자가 바로 그 ‘차사’지요.

조예은 작가의 <유니버설 캣샵의 비밀> 역시 상상력을 자극하는 흥미로운 소설이에요. 어느 날 갑자기 고양이들이 사라지는 미스터리를 다루고 있지요. 알고 보니 우주 어딘가에 있는 고양이 별에서 온 고양이들이 지구의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가 자신들의 별로 다시 돌아간 거였지요. 이 소설을 읽고 별똥별을 보게 된다면 더 이상 그냥 지나칠 수 없을 거예요.

하지만 이 책 속 소설들은 단순히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에 그치지 않아요. 고양이라는 존재를 통해 인간에 대한 질문도 던지기 때문이지요. 각 소설들엔 저마다 고양이와 함께하는 인간들의 상처와 슬픔, 예기치 않은 죽음과 이별들, 고양이라는 존재가 상징하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시선이 담겨 있어요.

이 책의 제목처럼 열 편의 소설에는 이제는 반려동물로 우리와 가까워진 고양이라는 존재가 그대로 드러나 있어요. 흔히 떠올릴 수 있는 고양이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한 번쯤 우리가 상상해 봤을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 상상도 못 한 고양이 이야기 등 다양한 배경과 상황 속에서 고양이와 인간의 관계를 섬세하게 그려낸 이 소설집은 추운 겨울에도 따뜻한 감동을 전할 거예요. 현재 ‘냥집사’(고양이를 시중들 듯이 살뜰히 돌보며 기르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거나 예비 ‘냥집사’이거나 집사가 되고 싶지만 여러 사정으로 집사가 될 수 없는 독자들, 그리고 아직 고양이의 매력을 느껴보지 못한 독자들에게 특히 추천해요.


김미향 출판평론가·에세이스트



2024년 2월 19일(월) <조선일보> '재밌다, 이 책!' 코너에 게재된 원고입니다

http://newsteacher.chosun.com/site/data/html_dir/2024/02/18/2024021801706.html

이 글을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김뭉치의 브런치를 구독해 주세요.


이 글을 읽고 김뭉치가 궁금해졌다면 김뭉치의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해 주세요.

https://www.instagram.com/edit_or_h/?hl=ko


김뭉치의 에세이 『엄마는 행복하지 않다고 했다』도 많이 사랑해 주세요.


알라딘 http://asq.kr/XE1p

인터파크 http://asq.kr/PH2QwV

예스24 http://asq.kr/tU8tzB



매거진의 이전글 정이현과 장류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