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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뭉치 Apr 10. 2024

요괴들이 사는 세상

《한국 요괴 도감》고성배 지음 l 출판사 위즈덤하우스 l 가격 2만2000원



삼국(신라, 고구려, 백제)시대의 정사와 야사를 담은 《삼국사기》, 《삼국유사》, 조선시대 용재 성현이 생전 듣고 겪었던 문화와 풍속, 인물과 일화 등을 기록한 수필집 《용재총화》, 조선 중기의 문신인 유몽인이 저잣거리에서 왕실까지 조선 사람들의 생생한 삶을 담은 《어우야담》 등의 고문서를 포함해 54권의 서적과 21개의 기타 자료, 다양한 민담을 바탕으로 고대부터 현대까지 우리나라에 존재했던 괴물, 귀신, 사물, 신을 ‘요괴’라고 이름 붙여 소개한 책이에요. 한국의 전통적인 문화와 역사를 바탕으로 한 판타지 세계를 다루고 있지요. 출몰 지역과 시기, 특징, 기록된 문헌을 통해 총 218종의 요괴를 소개해요. 이들의 이야기는 재미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요.


‘괴물’ 편에서는 한국의 대표적인 괴물인 구미호, 이무기, 강철이 등을 소개하며, 이들의 출몰 지역과 시기, 특징 등을 자세히 설명합니다. 괴물은 ‘괴상한 생물’을 의미하는데, 형태나 성질, 습성에 따라 두 발로 걷는 인간과 유사한 ‘인간형’, 맹수나 동물을 닮은 ‘짐승형’, 물고기와 유사한 ‘어류형’, 새와 닮은 ‘조류형’, 곤충에 속하는 ‘벌레형’, 자연에서 생겨나는 ‘자연형’, 식물의 형태를 띤 ‘식물형’, 사물과 같이 생긴 ‘사물형’ 등으로 나누었지요. 예를 들어 독기를 품은 용의 일종인 ‘강철이’는 짐승형으로, 지나가기만 해도 곡식들이 해를 입고 땅에 독기가 든다고 해요. 자연재해를 의미하는 요괴인 거지요. 자연재해를 의미하는 요괴인 거지요. 이무기는 용이 되지 못한 뱀으로, 가축을 먹거나 곡식을 해하는 등 악독하게 묘사돼요.  이러한 이야기를 통해 바람과 비, 그 당시엔 알 수 없는 이유로 인해 농사에 피해를 입은 적이 많았던 한국의 자연환경과 문화적 특성을 이해할 수 있어요. 강감찬 설화 중에는 미남이 된 구미호를 복숭아 나뭇가지로 쫓아내는 장면이 있어요. 복숭아 나뭇가지가 귀신을 쫓아내는 힘이 있다고 믿었던 문화적 특성을 엿볼 수 있지요.


혼백이거나 자연의 정기에 의해 만들어진 ‘귀물’ 편에서는 한국의 대표적인 귀신인 도깨비, 달걀귀, 손각시 등을 소개해요. 우리 조상들은 간혹 돌이 날아오고 물건이 난데없이 쌓이는 것은 도깨비의 장난이라고 믿었지요. 이를 통해 설명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는 걸 요괴의 장난으로 해석했던 우리의 민속문화를 살필 수 있어요.


눈, 코, 입, 귀가 없어 마치 달걀처럼 생긴 달걀귀는 밤이 되면 갑자기 뒤를 돌아봐 사람을 놀라게 해요. 한편 손각시는 ‘손씨 가문의 각시’라는 뜻에서 유래된 이름으로 일종의 처녀귀신이에요. 달걀귀와 처녀귀신은 모두 원한을 품은 귀신들로, 한이 강할 경우 한 집안, 더 나아가 한 읍을 망하게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 선조들은 이들을 기리는 신당을 짓기도 했어요. 특히 손각시는 이른 나이에 결혼을 시킨 조선의 조혼 풍습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도 하지요.   


일반적인 상식에서 벗어난, 독특한 능력을 갖춘 물건들을 다룬 ‘사물’ 편에서는 귀수산에서 나는 대나무를 가공하여 만든 피리인 만파식적, 여의주 등을 소개해요. 만파식적을 불면 평화로워진다고 믿었던 옛이야기를 통해 평화를 간절히 염원했던 조상들의 마음을 엿볼 수 있어요.  


‘신’ 편에서는 한국의 대표적인 신인 삼신, 용, 주작 등을 소개해요. 성격에 따라 동서남북과 중앙 다섯 방위를 대표하는 ‘오방신’, 집 안에서 인간의 생활을 도와주는 ‘가택신’, 자연에서 신으로 바뀐 ‘정령’, 세상의 부분을 만드는 ‘창조신’, 인간을 수호하는 ‘수호신’, 바다나 강에서 머무르며 나라를 지키는 ‘수신’과 ‘해신’, 인간과 신이 반씩 섞인 ‘반신’으로 분류했지요. 예를 들어 주작은 사방을 지키는 사신 중 하나이기에 ‘오방신’에 속해요. 남쪽을 맡고 있는 새 형태의 신수로, 우리 조상들은 주작이 죽은 사람을 태워 저승으로 데려간다고 믿었지요. 이러한 이야기를 통해 옛사람들의 전통적인 신앙과 신화를 이해할 수 있어요. 고구려 무덤 벽화에는 주작을 포함한 사신이 등장하는데, 네 신수가 고인을 지켜줄 거라 믿었던 고구려인들의 신앙과 사후세계 신화를 엿볼 수 있지요.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문화와 역사를 이해하고,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우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해요. 단, 문헌에 등장하는 이름 없는 괴물이나 귀물은 상황이나 배경, 성격에 따라 저자가 이름 붙이기도 했기 때문에 그 점은 유의해서 살펴보세요.



김미향 출판평론가·에세이스트


2024년 4월 8일(월) <조선일보> '재밌다, 이 책!' 코너에 게재된 원고입니다

http://newsteacher.chosun.com/site/data/html_dir/2024/04/08/202404080005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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