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한 게임 디자이너 코지마 히데오의 창작 과정과 철학을 엿볼 수 있는 책이에요. 코지마 히데오는 ‘메탈 기어 솔리드’ 시리즈, <데스 스트랜딩>을 비롯해 많은 유명 게임을 제작한 세계적인 게임 디자이너입니다. 이 책에서는 그가 이러한 게임들을 창조해 낼 수 있었던 원동력인 책과 영화, 음악들 44편을 소개해요.
이 책에서 저자 코지마는 SF의 걸작인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부터 스티븐 킹의 흡혈귀 소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에 대해 이야기해요. 이를 통해 그는 자신의 창작 과정과 세계관을 형성하는 데 이러한 다양한 문화적 요소들이 어떻게 기여했는지를 보여주지요.
이 책이 흥미로운 건 단순한 성공담을 넘어, 창작이라는 행위가 얼마나 다양한 문화적 배경에서 비롯되는지를 보여준다는 거예요. 저자의 게임들에서 볼 수 있는 깊이 있는 스토리텔링과 영화 같은 게임 플레이는 그가 접한 다양한 문화적 요소들의 영향을 받은 결과였지요.
예를 들어, 평온한 마을을 침식하는 공포를 치밀하게 그린 스티븐 킹의 《살렘스 롯》의 리얼리티를 살린 설정에서 저자는 치밀한 설정의 위력을 깨달았어요. 마을의 역사, 토지, 인물, 건물, 해자 등을 해설하는 데 페이지의 대부분을 할애한 것이 독자가 초자연적인 것을 받아들일 때까지 깊이 있는 지식과 정보를 계속 제시하는 역할을 했기 때문이에요.
저자가 인생 전체를 되돌아봤을 때 가장 완벽한 창작물은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라고 해요. 컬러 비주얼, 새로운 신의 개념, 미래 감각 모두 저자에게 놀라운 충격과 지적인 흥분을 안겼고, 결국 크리에이터의 길로 들어서게 만들었지요.
이 책에서 특히 중요한 개념은 ‘밈(MEME)’이에요. 본래 ‘밈’은 아이디어, 행동, 스타일, 또는 문화가 사람들 사이에서 모방을 통해 전파되는 것을 의미해요. 요즘은 이미지, 비디오, 텍스트 등 인터넷상에서 빠르게 퍼지고 변형되는 콘텐츠를 말하지요.
저자는 이 책에서 ‘밈’을 창작물과 아이디어가 문화적 배경과 시대를 초월하여 사람들 사이에서 전달되고 변형되는 과정으로 봐요. 그래서 기존의 창작물들이 시간이 지나도 계속해서 새로운 창작자에게 영감을 주는 ‘밈’으로서의 역할을 한다고 말해요. 따라서 이 책에서의 ‘밈’은 단순한 인터넷 유행어나 콘텐츠를 넘어서, 창작과 문화의 지속적인 전파와 진화를 가능하게 하는 근본적인 메커니즘으로서 중요한 의미를 가져요. 창작자와 소비자 사이의 상호작용과 문화적 연속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거지요. ‘ME’와 ‘ME’의 연결이 새로운 유대 관계를 만들어낸다는 거예요.
예를 들어, 저자는 게임 <데스 스트랜딩>을 준비하던 시절, 아이슬란드 여행 중에 우연히 들은 록 밴드의 음악을 티저 트레일러에 사용했던 것을 ME와 ME가 연결되어 새로운 MEME을 창조한 순간이라고 설명해요 이는 새로운 미래를 만들기 위해 역사로부터 배우는 행위와 다를 바 없다고요. 부모로부터 이어받은 유전자만으로는 불완전했던 능력을 MEME이 전하는 문화적 경험을 통해 보완할 수 있다는 거지요.
창작물 뒤에 숨겨진 이야기들은 창작자의 생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줘요. 게임, 영화, 문학, 예술 등 현대 문화와 예술에 관심이 많다면 코지마 히데오가 털어놓는 창작 과정의 비밀을 엿봄으로써 영감을 얻을 수 있을 거예요.
김미향 출판평론가·에세이스트
2024년 4월 15일(월) <조선일보> '재밌다, 이 책!' 코너에 게재된 원고입니다
http://newsteacher.chosun.com/site/data/html_dir/2024/04/14/202404140160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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