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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뭉치 Apr 29. 2024

한 우물 파지 않고  여러 우물 파는 도파민 학습법

- 산만함은 오히려 축복이다

《게릴라 러닝》  이민경 지음 l 출판사 마름모 l 가격 1만6800원



“밥을 먹든 TV를 보든 제발 하나만 하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나요? 그런 말을 들어본 적이 있다면 “산만하다”는 지적도 한번쯤 들어봤을 거예요. 그렇다면 산만한 기질은 삶과 공부에 도움이 될까요, 방해가 될까요?

이 책의 저자는 도움이 된다고 말해요. ‘산만함’이란 넘치는 에너지의 증거이기 때문이지요. 산만한 사람들은 꽂히면 꽂히는 대로 조금의 지체도 없이 즉시 파고들며 모든 가능성에 뛰어들거든요. 저자는 이 같은 산만한 기질을 누르는 대신, 최대한 발산하여 여러 가지를 잘 해내는 유능함으로 바꿔내는 기술을 ‘게릴라 러닝(Guerrilla Learning)’이라고 불러요. 그러면서 ‘게릴라 러닝’은 언어, 공부, 창작 등 어디에나 적용할 수 있다고 말하지요.


 ‘게릴라 러닝’은 실제 저자가 실천하고 있는 기술로, 특히 외국어나 학업 성취 영역에서 활용하고 있다고 해요. 현재 저자는 작가이자 번역가, 사업가 등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저자의 공부 이력도 화려해요. 프랑스어를 더 배우고 싶어 외국어고등학교에 진학했고, 이후 연세대 불문학·사회학 학사, 문화인류학 석사를 졸업하고 한국외대 프랑스어 통번역 석사 과정에 수석입학한 뒤, 무탈히 졸업했어요. 그 뒤엔 파리고등사범학교 박사 과정에 합격해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기도 했지요. 지금은 어학원 원장으로 일하며 학생들에게 프랑스어를 가르치고 있어요. 이 외에도 다양한 페미니즘 책을 썼고, 수년간 전국 각지에서 강연을 하며 십여 권의 책을 번역하기도 했어요.


자신이 ADHD 성향이 있다고 밝힌 저자는 이러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이 자신의 산만한 기질에서 비롯된 즉흥성과 활동성 덕분이었다고 말해요. 실제로 독일 뮌헨대학교의 연구진은 2017년 한 연구를 통해 ADHD의 전형적인 증상인 집중력 저하, 자기조절 능력 부족, 과잉 행동이 혁신과 기업가정신을 위한 긍정적인 도구들이라는 결과를 발표한 바 있지요.


이 책에서 저자는 게릴라 러닝의 최초 사례로 중학생 때 프랑스어를 시작한 걸 이야기해요. 한국에서 어찌 보면 가장 바쁜 중학생 시기에 정규 학습 과목이 아닌 프랑스어를 취미로 삼는 건 어찌 보면 바람직하지 않은 선택으로 보이지요. 입시라는 중요한 시험을 치를 고등학교에 들어가기 직전인 시기이니까요. 이후 저자는 부동산에 대해 알고 싶으면 국내에 존재하는 부동산 온라인 강의를 다 듣고, 관련 책의 저자에게 메일을 보내고, 경매 현장에 가서 입찰도 하고, 주택도 두 번이나 구입해요. 그러다 식품 유통에 관심이 생겨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를 차렸고, 국내 여행 유튜브 영상을 모두 다 본 뒤에 자신의 세계일주를 기록하는 유튜브를 만들기도 했어요. 내가 이걸 해도 될까, 생각하지 않고 꽂히면 무조건 파고드는 게 게릴라 러닝의 리듬을 만드는 행동방식이에요.    


저자는 열여덟 살에 수능을 치렀어요. 저자가 남들보다 똑똑해서 일찍 수능을 본 건 아니었어요.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시험을 잘 치르겠다는 생각도 없이 수능을 치른 거였어요. 저자는 수능을 보던 해 9월까지 산만하게 방황했다고 해요. 11월이 수능이니 두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저자는 그때부터 딱 두 달만 집중하기로 결심해요. 실제 시험을 치른다기보다 처음 보는 모의고사라고 생각하고 임했더니 모든 과목에서 총 다섯 개를 틀렸고, 그 길로 목표하던 대학에 입학할 수 있었어요. 두 달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수능을 포기하는 선택을 했다면 오히려 놓쳤을지도 모르는 결과였지요. 저자는 이처럼 시험이 얼마 남지 않은, 평온하지 않은 돌발 상황에서 게릴라 러닝의 장점이 드러난다고 말해요. 앞에서는 산만했으니 남은 시간 동안에는 최대한 준비해서 결시하지 않고 시험을 치른다는 거지요. 한국외대 프랑스어 통번역 석사 과정에 응시했을 때도 두 달간의 시간 동안 매일 최선을 다해 시험을 치른 결과, 수석입학할 수 있었다고 말해요. 어차피 완벽하게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한다는 건 애초에 불가능하니까요.


또 저자는 학습하는 모든 시간에 집중할 필요는 없다고 말해요. 예를 들어 저자가 통번역대학원에 다니던 시절, 연달아 책을 쓰게 되었어요. 일주일에 2~3회씩은 꼬박꼬박 대중 강연을 다녔고요. 그때 쌓은 역량으로 프랑스어라는 분야로 돌아오니 오히려 성인 여성들이 대부분인 프랑스어 수업을 더욱 수월히 진행할 수 있었대요. 수업에는 프랑스어 지식뿐 아니라 수강생과 말로 소통하고 교감하는 능력도 필수였기 때문이지요.


여러 외국어를 배운 일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요. 우리나라에서는 영어를 10년 넘게 배워도 제대로 못하는데 다른 외국어를 영어만큼이라도 구사하려면 또 10년 넘는 시간을 들여야 하는 건 아닌지, 새 언어를 배우면 이전에 있던 언어를 잃게 되거나 언어들끼리 서로 헷갈리지 않을지 걱정하며 한 가지 언어라도 제대로 하라는 이야기를 하곤 하죠. 프랑스어와 영어, 한국어를 무리 없이 구사하던 저자는 이를 실제로 확인해보고 싶단 생각을 했고, 독일어를 한 달 정도 배워 시험에 응시하기로 결심해요. 물론 불합격했지만 합격에 가까운 점수를 얻어 나쁘지 않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대요.


한 가지 일에 집중하지 못한다고 좌절하지 마세요. 집중하지 못하고 산만했던 시간들이 오히려 적은 노력으로, 짧은 기간에, 높은 성취에 이르게 해 줄지도 모르니까요.



김미향 출판평론가·에세이스트


2024년 4월 29일(월) <조선일보> '재밌다, 이 책!' 코너에 게재된 원고입니다

https://www.chosun.com/national/nie/2024/04/29/TMHG4OYWC5E5BJNRZFSRTNVY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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