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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편집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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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뭉치 Jun 06. 2024

시절인연에 대처하는 방법

1. 오늘 소개할 책은?

글 없이 그림만 활용한 독특한 형식으로 감동적인 스토리를 전달하는 그래픽 노블 《로봇 드림》입니다. 때로는 백 마디 말보다 하나의 장면이 더 큰 울림을 자아내기도 하잖아요? 이 책이 그런데요. 댁에 자녀들이 계시다면 아이들과 함께 읽어도 참 좋은 책이거든요. 이미 익숙한 언어적 틀에서 벗어나 각 장면의 의미와 캐릭터들의 감정을 추론하면서 자신만의 상상력과 경험을 활용해 해석할 수도 있어 부모와 자녀 모두 보다 깊이 있는 독서 경험을 하실 수 있습니다.


2. 스토리가 궁금하네요?

적막한 도시에 사는 ‘개’는 손수 조립한 ‘로봇’과 둘도 없는 단짝이 됩니다. 그러나 여름을 맞아 떠난 해변에서 로봇이 바닷물에 녹이 슬어 꼼짝할 수 없게 돼요. 대부분의 이별은 예고 없이 찾아오곤 하잖아요?  우리의 ‘개’는 도시로 돌아가 해결책을 찾아 헤매요. 그러다 수리용품을 들고 다시 해변으로 돌아가야겠다 생각하지요. 막상 해변에 도착한 개는 충격에 빠지고 맙니다.


3.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요?

해변은 이미 폐장되어 들어갈 수 없었기 때문이죠. 그렇게 로봇만 해변에 남겨진 채 계절은 흘러가요. 개와의 행복했던 기억만이 해변에 홀로 남은 로봇을 버틸 수 있게 해 줍니다. 행복한 기억은 아무리 찰나더라도 한 생을 버티게 해주는 큰 힘을 가지고 있잖아요. 그렇게 로봇을 두고 다시 도시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던 개는 외로웠어요. 로봇이 그리웠지만 계속해서 펼쳐지는 삶에 적응해야만 했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친구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데요. 오리 가족과 개미핥기들, 겨울을 맞아 온 눈사람과 펭귄까지 많은 친구들을 만나게 됩니다. 그러나 그 어떤 친구를 만나도 어김없이 이별의 순간은 찾아오게 돼요. 어쩔 수 없이 헤어져야 하는 그런 순간이 반드시 오고 만다는 게 서글프게 느껴집니다. 오리 가족은 플로리다로 떠나고, 개미핥기들과는 식성이 안 맞아 친구로 지내기 어려워요. 봄이 오니 눈사람과 펭귄은 떠날 수밖에 없었구요.


4. 혼자 해변에 남은 로봇은 어떻게 됐나요?

개와의 행복했던 시간을 추억하며 로봇은 점점 녹슬어가고 맙니다. 결국 로봇은 폐품으로 여겨져 고철로 처리되기 위해 해변에서 수거되구요. 이후 머리, 몸, 다리가 모두 분리된 채 고물상에 버려져요. 다행히 누군가 고물상으로 찾아오고, 로봇의 머리를 가져가 재활용합니다. 이 책이 글자 없는 그래픽 노블이라 이 ‘누군가’가 대체 누구인지 헷갈리더라고요. 제가 동물도감을 찾아보니 생김새가 ‘라쿤’과 흡사해 보였습니다. 몸통에 라디오를 붙여준 ‘라쿤’ 덕분에 이제 로봇은 이전과는 달리 음악을 들려주는 로봇으로 다시 태어나게 돼요. 그리고 라쿤과 친구가 되어 행복한 나날을 보내게 되지요.



5. 정말 다행이네요. 나중에 로봇이 ‘개’를 만나게 되나요?

네. 로봇은 라쿤의 집 창가에 서 있다가 다른 로봇과 지나가는 개를 보게 돼요. 너무 외로웠던 개가 다른 로봇을 조립해 친구가 되어 있었던 건데요. 주인공 로봇은 라디오로 변한 몸통에서 아름다운 음악 소리를 내어 개가 돌아보게 만들어요. 이렇게 열린 결말로 책은 끝나게 됩니다. 바람과도 같은 우정의 찰나를 포착한 이 책은 ‘개’와 ‘로봇’이라는 두 캐릭터를 통해 관계의 기쁨과 상실, 그리고 그로 인한 변화와 성장을 아름답게 그려내요. 찰나의 한때를 함께 보낸 개와 로봇이 서로의 삶에 어떤 의미인지를 보여주고, 어쩔 수 없이 마주해야만 하는 이별의 순간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알려주구요.


6. 그러고 보니 같은 제목의 애니메이션이 한동안 스크린에 걸려 있었던 것 같아요?

맞습니다. 이 책은 동명의 애니메이션의 원작이에요. 미국 청소년도서관협회가 추천하는 그래픽 노블이자 2007년 미국의 출판전문잡지 <퍼블리셔스 위클리>가 선정한 올해의 책이기도 합니다. 이 책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애니메이션 역시 호평을 받았는데요. 2023년 칸 영화제에서 화제를 모았고, 같은 해 시체스영화제 관객상, 부천 국제애니메이션 페스티벌 관객상을 수상했습니다. 올해 아카데미 장편애니메이션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지요. 이 책을 읽고 애니메이션까지 본다면 더욱 풍부한 감동을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김미향 출판평론가·에세이스트



2023년 5월 23일(목) KBS 라디오 <생방송 오늘 원주입니다> '책과 함께 떠나는 산책' 코너 진행 원고입니다

생방송오늘 원주입니다 | 디지털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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