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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뭉치 Jun 22. 2024

철학의 눈으로 감정 살펴보며 생각 근육 키워주죠


《감정의 철학 수업》겐카 도루 지음 l 박은주 옮김 l 출판사 필름 l 가격 1만6000원



십대 시절은 감정적으로 가장 예민한 시기입니다. 한 순간은 행복했다가 다음 순간에는 슬프게 느껴질 수도 있고, 때로는 아무도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어요. 이는 청소년들이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급격한 변화를 겪는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이 시기에 감정은 정체성 형성과 사회적 관계에 중요한 역할을 해요. 따라서 감정에 대한 책을 읽는 것은 십대들이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고 관리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이는 더 나은 정체성과 사회적 관계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 건강한 성인으로 성장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 책은 철학의 눈으로 ‘감정’을 들여다봐요. ‘철학’은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것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학문입니다. 사물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새로운 시각으로 보는 습관을 길러주는 데 큰 도움이 되지요.


따라서 저자는 특정 철학자의 사상을 해설하기보다는 ‘논의를 만드는’ 철학의 관점에서 감정을 살펴봐요. 어느 하나의 이론이 정답이라고 주장하지 않는 대신 상충하는 다양한 이론들을 제시하고, 어느 이론이 맞는지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이야기를 소개함으로써 우리 각자가 자신의 사고 방식을 찾도록 안내하는 거지요.


이러한 방식으로 철학 강사인 저자는 15장에 걸쳐 감정을 깊이 있게 탐구하면서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어체로 서술했어요. 그래서 마치 재미있는 수업을 듣듯 책을 읽을 수 있지요.


예를 들어 저자는 이런 철학적 질문을 던져요. “감정과 이성은 대립하는 걸까?”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감정에 휘둘리지 말고 이성적으로 행동하라’거나 ‘이성으로 감정을 통제하라’는 말들은 감정이 이성보다 열등하거나 반대되는 것으로 여기게 만들지요. 이 믿음은 종종 감정적인 사람이 냉철하게 생각할 수 없다는 인식으로 이어집니다.


하지만 저자는 감정 없이는 이성적일 수 없다고 말해요. 이성은 감정과 상호 보완적인 관계에 있기 때문에 감정 없이는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수 없다는 거지요. 뱀이 위험하다고 이성적으로 판단했기에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느끼는 거니까요.


모순된 감정에 대해서도 살펴요. 예를 들어 슬퍼질 것 같은데 슬픈 노래를 듣는 경우, 사실은 슬퍼지지 않는 거라고 저자는 말해요.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슬픈 노래’란 “음량이 크지 않고 전체적인 음정이 낮으며 음높이의 변화도 적”어요. 이런 노래를 ‘슬프다’고 생각하는 건 “느리고 성량이 크지 않으며, 전체적으로 음높이가 낮고 음높이의 변화도 적”은 ‘슬픔을 가진 사람의 말투’와 비슷하기 때문이에요. 그러나 철학적으로 적확하게 파고들어 보면 슬픈 노래를 들어서 슬퍼지는 건 아니에요. 슬픈 노래를 들을 때 슬퍼진다면, 노래와 연결된 예전 기억이나 이미지에 의한 것이지 노래 자체 때문은 아니라는 거지요.  


‘감정’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우리를 인간으로 만드는 근본적인 부분입니다. 감정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없다면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도 알 수 없다는 판단 하에 인간을 대상으로 한 모든 분야에서 감정을 연구하고 있다고 해요.


저자의 말마따나 “우리는 모든 순간에 감정을 느끼고 있습니다.”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즐기거나, 우연히 들어간 식당의 음식이 맛있어서 기분이 좋거나, 늦잠을 자서 지각할까 봐 초조했던 경험들을 떠올려 보세요. “상황에 따라 강도나 명확성은 다르지만 잠잘 때 빼고(혹은 꿈속에서도) 우리는 항상 어떤 감정을 품고 있습니다.”


이처럼 감정은 우리의 생각, 행동, 더 나아가 다른 사람과의 상호 작용에 깊은 영향을 미치지요. 감정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으면 감정 관리뿐만 아니라 더 건강한 관계를 구축하는 데 도움이 돼요. 자신의 감정과 타인의 감정 모두 더 잘 이해하는 데 이 책이 유익할 거예요.



김미향 출판평론가·에세이스트


2024년 6월 17일(월) <조선일보> '재밌다, 이 책!' 코너에 게재된 원고입니다

https://www.chosun.com/national/nie/2024/06/17/EWBZNJDQCVGQ7DKNWFTTGJKEW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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