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아픔을 가진 저자가 자신의 고통을 솔직하게 드러내며 그 속에서 희망과 위로를 찾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에세이입니다. 어느 날 갑작스럽게 찾아온 통증과 싸우며, 그 고통의 원인을 찾아 나서는 여정의 기록이지요. 대개 보이지 않는 아픔에 대해 “그래도 견뎌보라”거나 “요즘 다들 그렇다”며 별일 아닌 것으로 치부하는 사회에서 그런 고통이 개인의 삶에 얼마나 깊이 영향을 미치는지를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어요.
저자는 자신의 통증을 표현하는 것은 결코 엄살이 아니며, 오히려 자신의 고통을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고통을 숨기지 않고 표현함으로써 더 많은 이해와 공감을 얻을 수도 있으니까요. 이처럼 통증과 불안 속에서도 자신만의 삶의 방식을 찾아가는 저자의 이야기는 독자에게 위로를 줍니다.
저자는 어릴 적부터 활발하고 용감한 소녀였습니다. 훌라후프 대회에서 당당하게 1등을 차지하고, 씨름판에서 자신보다 두 배나 큰 상대를 넘겨버리는 저자의 모습은 주변 사람들에게 큰 인상을 남겼죠.
하지만 어느 날 갑작스럽게 저자에게 찾아온 통증은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양치를 할 때 턱이 벌어지지 않고, 이불을 털다가, 신발을 신다가, 병뚜껑을 열다가 온몸에 쥐가 나는 이상한 통증이 저자를 괴롭혔어요. 걸을 수도, 앉아 있을 수도 없는 상황에서 저자는 온갖 병원을 다니며 병명을 찾으려 했지만, 아무도 고통을 명확히 진단할 수 없었습니다. 자신의 아픔을 설명할 수 없다는 사실은 저자에게 또 다른 고통으로 다가왔죠.
그때부터 저자는 자신의 몸과 삶을 기록하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의 불안과 공포를 마주하며 그것을 글로 풀어내기 시작한 거죠. 그렇게 시작된 기록의 결과물이 바로 이 책이에요.
이 책은 단순히 통증과 싸우는 이야기를 넘어서, 불안과 공포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습니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불안과 공포가 부정적인 생각을 하게 하고 그 부정적인 생각이 다시 불안을 증식시키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음을 고백해요. 하지만 저자는 그 과정을 통해 오히려 불안과 공포를 외면하지 않고 마주함으로써 자신의 삶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됩니다.
‘천장의 무늬’라는 이 책의 제목에는 저자가 통증으로 인해 누워 지낸 시간과 그때에 느낀 불안이 오롯이 담겨 있습니다. 그럼에도 저자는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우울과 비관에 빠지기보다 통증과 함께 공존하며 자신만의 삶의 방식으로 한 걸음씩 나아가는 모습을 그려내요.
“매일 많은 양의 콘텐츠를 게걸스레 감상하다 보니 어느새 그 농담들을 따라잡고 있었다. 뭐가 됐든 체력이 바닥나도 침대에 누워 웃을 수 있고 배울 수 있다는 사실이 그저 좋았다. 하지만 나는 침대에 누워 이런 생각을 한다. 더 많은 즐거움을 누릴 수는 없을까? 침대 위에서의 낭독회나 파티, 배달이 가능한 전시는 불가능한 것일까?” 이 문장 속에서 통증과 불안 속에서도 작은 즐거움을 찾으려는 저자의 모습을 엿볼 수 있어요.
저자는 자신의 감정을 추상적으로 표현해야 하는 현실의 답답함과 그로 인해 겪는 어려움도 잘 보여줍니다. 자신의 고통에 정확한 이름을 붙이고 그 원인을 알고자 하는 저자의 심정은 절박하지요. “내가 진료실 의자에 앉자 의사는 ‘어떠셨어요?’라고 한마디 한 뒤 펜을 잡는다. 나는 나의 신체화 증상과 감정의 진폭을 가능한 한 빨리 설명해야 한다. 감정 표현은 우울하거나 슬프다는 말로 추상화된다. 추상화는 내가 그렇게 느낄 수밖에 없었던 맥락을 모조리 삭제한다. (중략) 그러나 나는 이름 없는 통증과 감정의 기복에 이름을 붙이고 싶었다. 사회적으로 붙여지는 나의 병명이 무엇인지, 내가 어떤 성분의 약을 복용하고 있는지, 어떤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지 알고 싶었다. 나로서는 이유를 알 수 없는 것이 다양한 가능성을 제시하는 것보다 더 두려웠다.”
무엇보다 저자의 글은 이름을 갖지 못한 통증과 함께 살아가는 이들에게 든든하게 손을 내밉니다. 저자가 꿈꾸는 건 모든 아픔이 쉽게 말해지는 세상입니다. 그게 사회에서 간과되기 쉬운, 이름 붙일 수 없는 아픔일지라도요.
이 책은 단순한 고백을 넘어, 자신의 약점을 인정하고 그것을 성장의 발판으로 삼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청소년 시기는 다양한 변화를 겪으며 불안과 공포가 증폭되기 쉬운 시기입니다. 이 책을 통해 자신이 겪는 불안과 공포, 그리고 고통을 마주할 용기를 얻게 될 거예요.
김미향 출판평론가·에세이스트
2024년 7월 15일(월) <조선일보> '재밌다, 이 책!' 코너에 게재된 원고입니다
http://newsteacher.chosun.com/site/data/html_dir/2024/07/15/202407150002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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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뭉치의 에세이 『엄마는 행복하지 않다고 했다』도 많이 사랑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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