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랙 미러 : 시즌 3 베타테스트>
어젯밤, 꿈을 꾸었다. 대저택에 감금된 나는 끊임없이 바윗덩어리를 산 정상에 올려야 하는 시지프스처럼 끊임없이 간지럼 태워져야 하는 고문을 당하고 있었다. 꿈이었지만 다리를 간질이는 그 무시무시한 촉각의 공포는 깨고 나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하릴없이 다리를 이불에 비벼봤다. 종아리에 닿는 이불의 파스락한 감촉이 느껴졌다. 나는 안도하며 문득 <베타테스트>를 떠올렸다.
<베타테스트>는 <블랙 미러> 시즌 3 중 두 번째 에피소드다. 미국인인 쿠퍼는 고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티켓을 예매하던 중 본인의 계좌가 해킹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어쩔 수 없이 전날 밤을 지새웠던 소냐(해나 존 케이먼. <앤트맨과 와스프>의 '고스트'로 우리에게 친숙하다!)의 집으로 찾아가 하룻밤을 보낸 쿠퍼는 '사이토 게무'의 베타테스터로 일해 여비를 벌기로 작정한다.
스포일러 방지를 위해 더 쓰지는 못하지만 이 에피소드는 그 어떤 공포영화보다도 흥미진진하다. 초반부에선 서정적으로 감정선을 잡으며 시작해 중반부까지 계속 낄낄거리게 하다가 결말부로 가면 소스라치게 놀라게 되고 작품을 다 보고 난 후엔 충격에 빠지게 된다. 게다가 그 공포가 본인의 내면에 있는 가장 무시무시한 것과의 직면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극 초반에 던져진 떡밥이 결말에 가면 모두 회수되는데 그걸 만끽하는 기쁨도 못지않게 크다. 인간의 내면에 자리 잡은 기술에 대한 공포와 가족에 대한 공포가 어떻게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는지, 그 불안함과 즐거움 사이의 모호함과 같은 공포를 영화는 잘 끄집어낸다. 더불어 디지털 시대로 접어들었지만 이전과 전혀 달라지지 않은, 인간의 근원적 공포도 엿볼 수 있다.
'블랙 미러'란 TV 스크린, 컴퓨터 모니터, 스마트폰이 작동하지 않는 상태일 때의 검은 화면을 뜻한다. 그 검은 화면에는 우리의 모습이 고스란히 비치기 마련이다. SF 옴니버스 드라마인 <블랙 미러> 시리즈는 영드의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 2016년 10월, 넷플릭스에는 처음으로 공개되었으며 이후 매년 새로운 시즌이 업로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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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뭉치의 에세이 『엄마는 행복하지 않다고 했다』도 많이 사랑해주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