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넷플릭스 오리지널 <기묘한 이야기> 시즌 3 스토리텔링 분석
<기묘한 이야기> 시즌 3는 시즌 2의 이야기로부터 1년이 지난 1985년 여름을 배경으로 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특성상 초반엔 그렇게까지 흥미롭지 않다가 중반 이후 어마어마한 탄력을 받게 된다. 기대하지 않고 봤다가 4회부터는 누운 자리에서 다 봤다. <기묘한 이야기>에 중독된 사람은 비단 나뿐만이 아닌 듯하다. 월 스트리트 회사인 Cowen & Co.의 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 2500명의 소비자 중 13%가 최근 <기묘한 이야기> 시즌 3를 보기 위해 이 서비스에 다시 가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흥미롭게도 현재 구독자의 절반 이상(51%)도 이 새로운 에피소드를 시청할 계획이란다. 조사에 응한 2500명의 넷플릭스 고객들 중 5%는 오직 이 시리즈를 보기 위해 넷플릭스에 가입할 거라고 말했다. 현재 마블 시리즈들이 점차 빠지고 있는 데다 여러 논란으로 <하우스 오브 카드>의 인기가 전 같지 않은 상황에서 <기묘한 이야기>는 이제 확실히 넷플릭스의 대표 콘텐츠로 자리 잡은 것 같다. 이 콘텐츠의, 이 기묘한 흡입력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시즌 3의 기묘한 매력을 분석해봤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우리의 주인공들은 더 이상 엉뚱한 어린이들이 아니다. 시즌 3는 새로운 조합을 통해 이들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준다." 마이크, 윌, 루카스, 맥스, 엘 조합, 조나단과 낸시 조합, 호퍼와 조이스 조합, 스티브와 더스틴 조합이다. 후자의 두 개 조합에는 새로운 캐릭터들이 더해졌는데 호퍼+조이스 조합엔 새로운 캐릭터 알렉세이와 기존 캐릭터였던 머레이 바우만이 더해지고, 스티브+더스틴 조합엔 로빈과 루카스의 동생 에리카가 더해졌다.
시즌 3까지의 <기묘한 이야기>는 정부의 음모와 소름 끼치는 괴물에 맞선 아이들의 용기와 지략을 보여주었다. 아이들의 캐릭터는 『해리 포터』의 캐릭터들처럼 누구 하나 빠지는 사람 없이 생생하게 살아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캐릭터는 역시 엘(일레븐)일 것이다.
엘(밀리 바비 브라운)의 초능력이 없다면 괴물을 물리치기 힘들다. 밀리 바비 브라운(Millie Bobby Brown, 2004년생)의 때론 중성적이고 때론 아름답고 때론 귀여운 매력은 이 콘텐츠에 더욱 몰입하게 해 준다. 이번 시즌에선 더더욱 코피 마를 새가 없었던 엘은 매 시즌마다 쟁쟁한 대선배들과 에미상 후보에 오르며, 연기 천재의 면모를 과시하기도 했다. 그녀의 MCU 합류가 기대는 이유다.
시즌 3에서 가작 주목해야 하는 캐릭터는 경찰서장 호퍼다. 그의 캐릭터에 대해서는 성격적인 측면에서 호불호가 많이 갈릴 것이다. 그러나 그의 많은 결점에도 불구하고 시즌 3에서 가장 눈물을 자아내는 캐릭터는 단연 호퍼 서장이다. 어쩌면 우리는 그를 조금 오해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의 표현방식이 워낙 서투르므로.
* 여기서부터는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번 시즌에서 내가 가장 사랑한 캐릭터는 스티브 해링턴(조 키어리)이다. 청소년으로 성장해 버린 아이들 사이에서 스티븐은 여전히 막내 같은 큰형의 역할을 아무렇지 않게 떠맡았다. 그의 헤어스타일은 여전히 멋지지만 낸시 윌러와의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은 그의 가슴을 도넛 구멍으로 만들어 버렸다. 게다가 선원복을 입고 아이스크림을 퍼 주는 모습은 어쩐지 몹시 사랑스럽지 않은가. 세상에서 가장 잘 놀 것 같으면서도 바보처럼 순진한 이 캐릭터는 러시아 군인의 포로로 잡혔을 때 예상외의 모습을 보여준다. 게다가 로빈과의 선덕선덕한 로맨스까지 환상적이다. 이상 내가 좋아하는 스티브의 순간들이었다.
나는 <기묘한 이야기>의 머레이 바우만을 워낙 좋아한다. 브렛 겔먼 배우가 연기하는 편집증적 사설탐정은 그 자체로 매력적인 캐릭터다. 이번 시즌 그가 포기하지 못한 콘도그 때문에 나는 많이 슬펐다.
기존 캐릭터 외에도 시즌 3엔 새로운 캐릭터들이 많이 등장한다.
새로운 캐릭터들 중 내가 가장 사랑한 건 알렉세이(짐 호퍼의 표현을 따르자면 '스미노프')였다. 오프닝의 첫 등장 때부터 나는 그의 마스크와 귀여운 웃음, 심장을 멎게 하는 위축됨에 반해 버렸다. 알렉세이의 얼굴은 러시아의 민낯이었다. 상사가 죽임을 당하는 걸 보고 순응하던 알렉세이는 호프와 조이스(위노나 라이더)를 만나 미국인이 되길 꿈꾼다. 그러나 끝내 묘비도 남기지 못한 채 세상에서 사라진 알렉세이. 풍선 다트를 몹시 잘해 받은 딱따구리 인형을 끌어안은 그는 죽기 직전 행복했을까?
로빈은 우마 서먼과 에단 호크의 딸 마야 서먼-호크가 연기한다. 그녀의 스마트한 모습은 의심할 여지없이 멋지다. 그녀의 똑똑한 두뇌와 날 선 언어감각이 없었다면 러시아의 음모를 어찌 파악할 수 있었을까? 이런 그녀가 아이스크림가게와 비디오 가게를 전전하는 이유는 도무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기묘한 이야기>의 또 다른 인기 요인은 '뉴트로' 전략이다. 물론 이는 <기묘한 이야기>만의 전략은 아니다. 가장 최근에는 <롱샷>도 일부 이 전략을 썼고 <레디 플레이어 원>이나 한국의 <응답하라> 시리즈 역시 뉴트로 전략을 쓰고 있다. 다만 <기묘한 이야기>는 1980 호러와 미스터리 SF를 적극 차용했다. 스티븐 스필버그와 스티븐 킹이라는 두 양대산맥 스티븐에 대한 오마주로 가득 찼다고 봐도 무방하다. 결국 이 드라마에서 스토리라인은 그리 중요치 않다. 스토리는 큰 틀에서 보자면 보기에 따라 엉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러시아의 음모 등 클리셰로 가득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기묘한 이야기>는 기존 영화와 같은 작법으로 제작된 작품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드라마이며 따라서 기존 영화의 스토리텔링을 분석할 때와 다른 시각에서 읽어냄이 바람직하다. 결국엔 드라마 내에 가득한 클리셰까지도 향수로 소비되는 게 <기묘한 이야기>의 매력이기 때문이다. 거기다 1980년대를 풍미했던 위노나 라이더까지 출연한다. 시즌 3에서 이들이 보는 <백 투 더 퓨처> 등의 영화도 향수를 자극한다. 마찬가지의 맥락에서 올드 팝송도 활용되는데 흡사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를 떠올리게 만든다. 1985년의 히트곡이 본격적인 스토리의 첫 신인 엘과 마이크(핀 울프하드)의 키스신부터 흘러나온다. 가장 귓가에 맴도는 것은 역시 더스틴과 그의 여자 친구 수지가 함께 부르는 사랑의 세레나데 <never ending story>다. 그 순간만큼은 내가 보는 게 소름 끼치는 복고 대중 공포물인지 디즈니의 깜찍하고 러블리한 애니메이션인지 헷갈렸다.
스티브가 러시아인들에게 철저히 구타당한 뒤, 로빈과 스티브는 함께 닥터를 기다리며 그들만의 방식으로 다가올 죽음을 위로하기 시작한다. 여기에서 로빈은 스티브에게 집착했던 자신의 과거사를 풀어놓는데, 이 장면이 매우 로맨틱하다. 이후 둘은 스타코트 쇼핑몰 화장실에서 약을 게워내며 진실만을 말하게 하는 혈청 기운이 빠졌는지 확인하기 위해 일종의 진실게임을 하게 된다.
스티브는 로빈에게 그녀가 재미있고 그가 전에 만난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로빈은 그의 팔에 안기는 대신, 자신이 단지 그에게 빠져있지 않다고 설명한다. 스티브에 대한 로빈의 마음은 친구 이상이 아니었던 것이다. 왜냐하면 로빈이 스티브에게 집착했던 과거사, 미처 말하지 못했던 그 이야기의 결말은 로빈이 스티브의 전 여자 친구 태미 톰슨에게 푹 빠져 있었다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 그녀는 동성애자였던 것이다.
우리의 사랑스러운 스티브는 당황스러운 로빈의 고백을 그만의 방식으로 멋지게 받아낸다. 스티브는 태미 톰슨과 사귀어 봤기에 그녀의 가창력의 실체를 알고 있다며 로빈을 웃겨준다. 이 둘의 관계는 계속 이어져 함께 비디오 가게 아르바이트 자리까지 구하기에 이른다. 이 둘의 우정은 어떤 방식으로 진화할 것인가. 스티브도 자신만의 '수지'를 발견할 수 있을까? <기묘한 이야기> 시즌 4가 기대되는 이유다.
아이들에게 각자의 짝이 생기면서 아이들은 더욱 단합하기도 또는 소외되기도 한다. 그러면서 아이들은 성장한다. 이때 윌은 소외되는 쪽인데 마이크는 "네가 여자들을 좋아하지 않는 게 내 잘못은 아니잖아"라고 말하며 우리의 윌 바이어스가 동성애자일 수도 있다는 내색을 비친다. 왜냐하면 그 말을 들은 윌의 얼굴엔 망연자실과 배신이 뒤섞이고 윌은 침묵하며 그 자리를 뜨는 쪽을 택하기 때문이다. 윌의 표정을 살핀 마이크는 이내 윌에게 다가가 사과한다. 사실 시즌 1에서 이미 윌의 아버지인 로니가 윌에 대해 "동성애자 같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이것은 더퍼 브라더스의 복선이었을까?
2년 전, 윌 바이어스 역의 노아 슈나프는 사람들이 이 점을 놓치고 있다고 느끼는지에 대한 짤막한 메모를 인스타그램에 공개했다 삭제한 적이 있다. 물론 이는 2년 전의 일이기 때문에 지금의 노아 슈나프는 동성애자 윌 캐릭터에 대해 다른 생각을 가질 수도 있다. 당시 노아 슈나프는 "게리 슈미트라는 작가가 이번 주에 우리 학교에서 강연을 하러 왔는데, 그는 좋은 이야기들은 답을 남겨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고 썼다. "좋은 책, 혹은 좋은 쇼는 해답이 없는 질문들을 많이 남기지만 생각하게 만든다. 나한테는 윌이 동성애자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기묘한 이야기>의 등장인물들은 어떤 식으로든 괴롭힘을 당했거나 서로 다르기 때문에 '외부인'이거나 '이방인'이다. 따라서 <기묘한 이야기>는 서로를 찾는 한 무리의 아이들을 그린 쇼다. 나는 겨우 12살이지만 우리 모두가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다. 우리는 다 다르다. 감수성이 예민할 수도, 외톨이일 수도, 사진을 좋아하는 10대일 수도, 빨간 머리에 큰 안경을 쓴 소녀일 수도 있다. 그래서 실은, 나는, 진짜 답이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어!"
이제 윌 바이어스는 호킨스를 떠났다. 시즌 4에서 윌은 또 어떻게 성장할까? 윌의 동성애 성향에 대한 답이 나올까? 아니면 윌을 연기한 노아 슈나프의 2년 전 바람대로 답이 나오지 않을까?
시즌 3를 통해 우리가 지켜봐야 할 것은 넷플릭스가 <기묘한 이야기>를 통해 게임산업에도 뛰어들었다는 것이다. <기묘한 이야기>가 넷플릭스 오리지널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인 만큼 이를 바탕으로 한 게임의 성공 유무에 따라 넷플릭스가 게임산업으로도 발을 넓힐 것인지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기묘한 이야기> 시즌 3 게임은 원작의 뉴트로 정취에 맞게 16비트 도트 그래픽으로 만들어져 전자오락과 가정용 게임기의 선구자 아타리(시즌 3 속 스타코트 쇼핑몰에선 아타리 POP가 전시되고 있었다!)를 떠올리게 한다. 게임의 진행 방식도 1980년대 게임을 그대로 차용해 향수를 자극한다. 레트로 게임을 좋아한다면 한 번쯤 플레이해볼 수밖에 없는 게임이다.
1984년 인디애나 호킨스 마을, 친구들과 보드게임 <던전앤드래곤>을 하다 늦은 시간 귀가하던 소년 윌이 실종된다. 윌의 단짝 친구인 마이크, 더스틴, 루카스와 가족들은 윌을 찾아 나서고 경찰 호퍼가 이를 돕는다. 이들은 이 사건이 마을 인근에 있는 정부의 기밀 실험 시설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또 각기 다른 사건인 줄 알았던 윌의 실종과 초자연적 현상이 실은 연결되어 있다는 것도 깨닫는다. 마침 시설을 탈출한 초능력 소녀 일레븐은 우연히 마이크 일행과 합류하여 특별한 우정을 나눈다.
험난한 모험 끝에 가족과 친구의 품으로 돌아온 윌 바이어스는 여전히 뒤집힌 세계의 마인드 플레이어에게 고통받고 있다. 한편 일레븐(11)은 자신처럼 시설에서 탈출한 에잇(8)을 만나 잠깐의 안식을 느끼지만 적응하지 못하고, 결국 뒤집힌 세계의 문을 닫기 위해 호킨스로 돌아온다. 일레븐은 호퍼의 양녀가 되며 '제인 호퍼'라는 이름의 출생증명서를 가지게 된다.
빌리를 감염시킨 건 마인드 플레이어의 잔존물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시즌 2에서 조이스와 조나단, 낸시가 윌의 몸에서 마인드 플레이어를 몰아내기 위해 윌을 호퍼의 선실로 데리고 갔던 걸 기억하는가? 그들은 추위를 좋아하는 마인드 플레이어의 습성을 파악해 호퍼의 선실을 뜨겁게 만들어 그것을 내쫓았었다. <기묘한 이야기> 시즌 2는 검은 연기가 윌에게서 나와 밤하늘로 날아오르는 것으로 그를 연출했었다. 그리고 그 순간, 일레븐은 뒤집힌 세계의 문을 닫았던 것이다. 따라서 윌에게 붙어 있던 마인드 플레이어의 조각은 갈 곳이 없었고, 철강소에 숨어 화학약품을 먹으며 쥐들을 조종해 몸을 불려 왔던 것이다.
시즌 3 8회에는 쿠키 영상이 있었다. 한 미국인이 러시아 감옥(그 감옥에는 데모고르곤도 있었다!)에 갇혀 있었던 것! 우리가 호퍼를 좋아하든 그렇지 않든 우리는 그 단서를 통해 호퍼가 살아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미 호킨스를 떠난 윌 가족이 어떤 이벤트가 생겨 호킨스에 돌아오게 되고, 그들은 아직은 우리가 추정할 수 없는 이유로 호퍼가 생존해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게 될 것이다. 그리고 <기묘한 이야기> 시즌 4는 호킨스 밖, 러시아까지 이 세계관을 확장할 것이다. 문제는 엘이 초능력을 잃었다는 건데, 엘의 초능력이 아니라면 그들이 마인드 플레이어를 상대할 수 없음은 자명한 일이다. 결국 엘은 어떻게든 능력을 회복하게 될 것이다. 어쩌면 시즌 2의 칼리(에잇, 8)가 다시 등장할지도 모를 일이다.
실제 호퍼 역의 데이비드 하버는 본인의 인스타그램 프로필 사진을 전화번호 '6'으로 바꾸었다. 이 '6'은 머레이 바우만이 일러 준 '(618) 625-8313'과 관련되어 있지 않을까? 이 번호로 전화를 걸면 한때 "조이스, 조이스, 전화 줘서 고마워, 연락하려고 노력했어. 새로운 소식이 있어. 우리가 직접 얘기하는 게 최선일 거야 좋지도 나쁘지도 않지만, 뭔가…"라고 말하는 남자의 음성이 들렸다. 어쩌면 머레이가 호퍼에 관한 어떤 단서를 발견한 것일까? 게임에서는 호퍼만이 뒤집힌 세계에서 유일하게 활동하는 캐릭터다. 이걸 단서로 생각한다면 어쩌면 그는 뒤집힌 세계에 갇혀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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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뭉치의 에세이 『엄마는 행복하지 않다고 했다』도 많이 사랑해주셔요.
『엄행다』 북토크가 7월 25일 목요일 저녁 7시 30분, 성산동 골목서점 조은이책에서 열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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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만의 이야기보다는 우리들의 엄마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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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행다』 북토크 신청 : 성산동 골목서점 조은이책 https://www.instagram.com/p/BzflCz2lnT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