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내 박자

꿈을 꾸었다

by 김뭉치

1.


꿈을 꾸었다. 후배가 연애 상담이 필요하다며 경기도의 용하다는 점집으로 점을 보러 가자고 했다. 시일까지 정했다. 금요일에 가자고.


선약 이후 선배도 연애 상담이 필요하다며 행당동에 있는 점집으로 점을 보러 가자고 했다. 선약이 있는데, 이왕 이렇게 된 거 다 함께 두 곳 다 가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2.

꿈을 꾸었다. 독서실 같은 사무공간에서 교정을 보고 있었다. 기다랗고 조그맣게, 벽의 일부분에 직사각형 모양으로 창이 나 있었다. 교정을 보다가 목이 아프면 잠시 고개를 들어 감옥의 차창 같은 그 창 너머의 세상을 상상하며 상념에 빠지곤 했다. 내 앞에 놓인 교정지는 엉망이었다. 자신의 과거 이야기로만 가득한 그 글을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내 옆에서 교정을 보던 선배가 방바닥에 대(大) 자로 누워 있었다. 선배의 주위에 하늘색 주사기가 무더기로 쌓여 있었다. 나는 주사기들 틈 사이로 겨우 겨우 한 발을 내디디며, 선배를 자꾸 돌아보며 밖으로 나갔다. 사위는 어둑어둑해져 있었고 방 안으로 석양이 비치는 것 같았는데, 고시원 같은 그 쪽방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었다.


3.

꿈을 꾸었다. 야근을 하고 돌아온 나는 흡사 파김치처럼 늘어져 있었다. 방으로 채 들어가지도 못하고 거실 바닥에 몸을 뉘었다. '누웠다'는 단어보다는 '뉘었다'는 단어가 훨씬 잘 어울린다. 왜냐하면 말 그대로 주체적으로 눕지 못한 채 누군가 나를 쓰러뜨린 것처럼 널브러졌기 때문이다. 그만큼 지쳐 있었다. 목이 당겼고 어깨는 뻣뻣하게 굳어 있었으며 손목이 욱신거렸다. 눈두덩을 꾹꾹 누르며 이불을 돌돌 만 채 잠에 빠졌다.


문득 잠에서 깨었을 땐 노란색 유선 전화기의 벨이 미친 듯이 울리고 있었다. 아파트 밖 주차장에선 전조등 불빛이 비치며 각 차들마다 경보음을 내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건 꿈인가 현실인가. 나는 눈을 비벼 보았지만 구별 불가능했다.


엄마가 얼굴을 잔뜩 찌푸린 채로 안방으로 건너갔다.

동생은 작은방에서 티비를 보고 있었다.

새벽 세 시였다.


새벽 여섯 시쯤 웅성거리는 소리에 잠이 깼다. 밖에서 아저씨들이 큰소리로 떠들고 있었다. 아빠가 미친 듯이 문을 두드렸고, 동생이 나가 현관문을 열어 주었다. 아빠가 다짜고짜 나에게 욕을 하며 복부를 가격했다. 왜 전화를 안 받았냐는 물음에 그제야 휴대전화 진동이 계속 울렸던 게 생각났다. 폴더폰이었다.


한 대 맞은 나는 그제야 잠이 깨는 기분이었고 내심 더 자고 싶은 기분을 억누른 채 노란색 유선 전화기 근처로 다가가 112를 눌렀다. 경찰과 통화를 하는데 아빠가 무슨 짓이냐며 나를 발로 찼다. 내 눈동자는 분노로 가득했고 나는 현관에 잠자코 서 있던 아빠 친구들을 향해 무어라 말을 했다.




악몽이었다.

월요일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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