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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뭉치 Aug 08. 2020

엘 올람 가죽 공방 가죽 공예 체험기

갈 때는 회사 일로 스트레스풀하게 떠났지만 올 때는 유쾌한 추억 잔뜩 안고 돌아온 창원 여행. 이번 여행의 백미는 반가운 분들을 만난 것과 우리 부부가 공방에서 직접 만든 카드 지갑. 생각보다 더 어려워서 낑낑대며 만들었다. 남편은 소프트한 가죽, 나는 하드한 가죽으로 카드 지갑을 만들었다. 소프트한 가죽은 전 과정 다 어렵지만 실로 꿰맬 때는 쉬울 것 같았는데, 하드 가죽은 대부분 쉬웠지만 실로 꿰매는 게 너무 힘들었다. 일단 내가 손에 힘이 없는 스타일이다 보니 한 땀 한 땀을 겨우 겨우 꿰매야 했다. 한 땀 한 땀 너무 힘주어 꿰매다 보니 완성품은 정갈하고 단정해 보이기보다는 삐뚤빼뚤해 아이의 그림처럼 되어 버렸다. 반면 남편은 수준급의 바느질 실력을 보여주었다.


카드 지갑을 만든 순서를 복기해본다. 먼저 공방에서 카드 지갑을 만들 수 있도록 잘라둔 가죽에 이니셜을 새겼다. 나는 금박, 남편은 은박을 선택했다. 이후 크리저로 장식선을 만들어 깔끔함을 더했다. 인두를 쓰는 것이기에 조심조심, 선 하나도 망칠세라 조심스럽게 작업했다. 그 뒤 본딩할 곳의 가죽을 긁어냈다. 가죽 표면이 미끄러워 이 작업 없이 바로 본드를 바르면 잘 붙지 않는다고, 공방 대표님인 나의 외숙모님께서 말씀해주셨다. 본드를 바를 때는 너무 많이 바르면 후에 가죽끼리 접착할 때 본드가 튀어나올 수 있으니 살짝살짝씩만 발라 주는 것이 팁이었다. 난 너무 많이 발라 나중에 덜어내야 했다. ㅠㅠ


다음으로는 거칠거칠한 가죽의 표면을 광택제로 깔끔하게 정리한 후 가장 어려운 그리프 작업을 시작했다. 자칫 바깥쪽으로 나가면 가죽이 찢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일자로 선을 맞춰 신중히 작업해야 했다. 다행히 나는 애초에 그리프 작업이 되어 있는 가죽으로 만들어 그 선을 잘 따라 맞추기만 하면 되었으나 남편은 한 번의 실수로 모든 과정을 처음부터 다시 반복해야만 했다. 이후 바느질을 할 때 바늘이 들어가는 구멍이기 때문에 세게 뚫어야 했으나 나는 혹시 가죽이 잘못될까 살살 뚫었다;ㅅ;


바느질이 서툰 나는 녹색의 가죽과 같은 톤의 실을 선택해 바느질 실력이 탄로 나지 않는 쪽을 선택했다. 앞서 말했듯 내겐 너무 어려웠던 바느질이 끝난 뒤 삐뚤빼둘한 실들의 흔적을 망치로 두드려 다듬어 주었다. 다듬이질을 한 뒤엔 한결 나아졌으나 이렇게 삐뚤빼뚤한 실선이 있는 카드 지갑은 정말이지 세상에 단 하나뿐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하하).


완성된 카드 지갑의 각 단면에 광택제를 발라 마무리했다. 공방에서 남편이 가방 하나를 사 줬는데 가방과 깔맞춤한 초록이었다(공방에서 구매한 제품들은 택배로도 보내주실 수 있다고 한다). 재주가 없는 편이기에 힘들었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었지만 다 만들고 나니 뿌듯했다. 사람들이 왜 가죽 공예를 하는지 알 것 같았다. 다양한 종류의 가죽들을 내가 직접 만지고 느끼고 그걸 세상에 하나뿐인 나의 작품으로 만들어 가는 과정에 다른 생각은 들어올 틈이 없었다. 온전히 그 과정에 집중하는 순간들이 만들어낸 시간은 또 다른 충만함을 안겨 주었다.



엘 올람은 숍인 숍 개념으로 무인카페도 같이 운영하고 있었다. 그간 '무인카페' 하면 커피 가격은 싸지만 또 가고 싶지는 않은 외관 때문에 선입견이 있었는데 엘올람 무인카페는 빈티지하게 잘 꾸며져 있어 놀랐다. 역시 우리 외숙모의 본 투 비 감성이 한 몫 한 듯! 커피 한잔 마시며 멋진 공방에서 가죽 공예를 할 수 있으니 더 힐링하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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