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돌아보는 가장 쉬운 방법

by 김뭉치

꿈에 대해서라면 할 말이 많다. 어릴 적부터 나는 ‘꿈이 많은’ 아이였다. 거의 매일 꿈을 꿨기 때문이다. 나이가 든 지금도 그렇다. 하도 꿈을 많이 꾸다 보니 내가 쓴 책 『엄마는 행복하지 않다고 했다』의 한 챕터는 아예 꿈으로 이루어졌을 정도다. 꿈을 꾸고 난 뒤 그 꿈을 길어 올려 작품화한 작가들은 나뿐만이 아니다. 한강 시인은 어느 팟캐스트에서 꾼 꿈의 몇몇 장면들을 엮어 시를 썼다고 했다. 노벨 문학상을 받은 루이즈 글릭은 꿈의 이미지들을 객관적으로 연구해 작품을 완성했다. 꿈을 사랑한 보르헤스는 아예 동서고금의 문헌에 기록된 몽환적인 꿈들을 엮어 『보르헤스의 꿈 이야기』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


요즘도 나는 매일 꿈을 기록한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에서 영감을 받아 꿈 기록 노트의 타이틀은 ‘몽상록(夢想錄)’으로 지었다. 아우렐리우스가 전쟁터에서 전투를 지휘하는 동안에도 틈틈이 철학적 성찰을 기록해두었듯이 삶이라는 전장에서 치열함을 놓지 않으면서도 문득문득 덮쳐오는 무의식적 성찰을 기록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꿈에 관해 사람들과 얘기하는 것도 즐긴다. 꿈 얘기를 나눌 때 사람들은 마치 점(占) 얘기를 하는 것처럼 빠져든다. 무의식의 세계가 사람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운기의 세계와 똑 닮았기 때문일까. 꿈에 관한 팟캐스트도 잊을 만하면 듣는다. 이렇게 꿈에 대해 생각하고 얘기하며 듣는 순간이 좋은 것은, 꿈을 단지 꿈 자체로 여기고 잊는 것이 아니라 자꾸 꿈을 되새기면서 미처 알지 못했던 나 자신에 대해 더욱 깊이 알 수 있어서다.


나를 돌아보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시대다.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라는 말이 방증하듯 우리는 너무나도 바쁘기 때문이다. 올 신년, 개인적인 2020년의 화두로 ‘성찰’을 꼽은 것은 그래서였다. 바쁜 일과 중에서도 짬을 내어 나를 돌아보지 않으면 영영 나 자신을 잃고 말 거라는 두려움이 늘 가슴 한 구석에 희미하게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연말이 다가올수록 2020년 벽두에 세운 화두를 계속 꺼내보게 된다. 당신의 올 한 해 화두는 무엇이었는가. 그리고 당신은 얼마만큼 스스로를 돌아보며 살고 있는가. 지금 오늘 꾼 꿈에 대해 생각해보는 그 시간이 ‘나’를 돌아보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


김미향 ‘엄마는 행복하지 않다고 했다’ 저자



2020년 12월 10일(목) <조선일보> '일사일언' 코너에 게재된 원고입니다.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POD&mid=sec&oid=023&aid=000358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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