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

by 김뭉치

“안녕하세요. 중앙심리부검센터 유족지원팀입니다.”


손편지를 한 통 받았다. 중앙심리부검센터 직원들이 보내준 카드였다. 그날은 자조모임 카드 제작과 관련해 미팅을 가졌던 날이었다. 진주가 박힌 아름다운 카드에 정갈한 글씨로 적힌 손편지를 받는 것은 오랜만이어서 가슴이 설렜다. 그간 센터 내의 다양한 직원들과 협업했기에 직접 인사를 전하기 위해 찾아온 분도 계셨다. “오늘 하루만큼은 조금 춤추고 자주 웃는 나날들을 맞는 길목에서 위안을 받는 날이 되시길 바라요.” 내가 쓴 문장을 인용한 그분의 말에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중앙심리부검센터와 인연을 맺은 것은 2019년 5월 『엄마는 행복하지 않다고 했다』라는 책을 출간하고부터였다. 엄마를 잃고 온 세상을 다 잃은 것 같았던 내게 센터는 조금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재능 기부로 ‘자살 유족을 위한 도움서’의 교정교열을 본 것을 시작으로, ‘학교. 조직 등에서 자살을 경험한 동료를 위한 도움서’ 제작 등 센터에서 유가족을 위한 치유 프로그램을 만들 때 미력하게나마 힘을 보태면서 내 자신의 상처도 돌아볼 수 있었다.


특히 '2020 세계 자살 유족의 날'을 기념하여 개최한 ‘얘기함 수필 공모전’ 작품들을 심사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두 명의 가족을 자살로 잃고 써 내려간 73세 어르신의 진혼곡은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 “어릴 적 네가 짧은 치마로 팥뚜기를 덮치면 내가 쫓아가 잡아서 강아지풀에 꿰어 넣던 그 여름이다”로 시작되는 어르신의 글은 특유의 글맛을 보여주었을 뿐만 아니라 내용 또한 절절했다. “남은 자의 슬픔이 어떠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그이가 그 길을 택했을 땐 얼마나 심적 고통이 컸을까” 생각하니 내 가슴도 미어졌다.


이 외에도 응모작들은 참으로 다채로웠다. 19세부터 74세까지 연령대의 스펙트럼이 넓었다. 고인과의 관계 역시 부모부터 친척, 제자, 활동가, 시민까지 다양했다. 아직도 문득 문득 찾아오는 상실감에 몸서리치는 이도 있고 아들의 자살을 겪고 난 뒤 유족지원가가 된 이도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곁에서 한 사람의 죽음을 보았고. 느꼈고. 고통스러워했다. 이들 저마다의 애도를 읽고 나의 마음은 크게 일렁였다. 내 슬픔이 가장 큰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소중한 사람을 잃은 사람은 나 혼자만이 아니구나.’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그들의 목소리가 내 귀에 들리는 듯했다.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


김미향 ‘엄마는 행복하지 않다고 했다’ 저자



2020년 12월 17일(목) <조선일보> '일사일언' 코너에 게재된 원고입니다.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POD&mid=sec&oid=023&aid=00035838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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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뭉치의 에세이 『엄마는 행복하지 않다고 했다』도 많이 사랑해주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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